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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기획 창, 쇠보다 강한 24층 나무 빌딩
시사기획 창, 쇠보다 강한 24층 나무 빌딩
  • 최선은
  • 승인 2019.11.09 15: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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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시사기획 창
사진= 시사기획 창

 

[스페셜타임스 최선은 기자] 온실가스 배출량 세계 7위, 1인당 배출량은 세계 4위 국가. 이에 비해 온실가스를 줄이려는 노력은 미약해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은 '기후 악당 국가'라는 오명까지 듣고 있다.

UN 기후변화 협약으로 탄소 감축이 의무화된 시대, 최근 유럽을 중심으로 목조건축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대표적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 전 세계 탄소배출량의 절반이 바로 건축물에서 나온다는 사실에서 시작됐다.

철근과 콘크리트 등 건축물의 재료를 만들고, 운반하고, 건물을 짓는 과정, 그 안에서 에너지를 쓰며 생활하는 모든 순간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KBS <시사기획 창>은 탄소 발생을 최소화하는 가장 적극적인 방법이자, 에너지 효율까지 높아 탄소발자국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목조건축'의 비밀을 파헤쳤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무 빌딩의 비밀

 

오스트리아 빈 외곽지역에는 세계 최고층의 나무 빌딩 'HoHo'가 세워지고 있다. HoHo란, 독일어로 '나무 고층 집'(Holz Hoch Haus) 이라는 단어의 준말로 나무 빌딩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높이 84m, 무려 24층의 이 빌딩에는 호텔과 사무실, 레스토랑이 들어설 예정인데 승강기 등 일부를 제외하고 건물 재료의 76%를 나무로 지었다.

고층의 빌딩을 나무로 지을 수 있었던 비밀의 열쇠는 바로 'CLT'라는 쇠보다 강한 목재에 있다.

CLT(Cross Laminated Timber, 구조용 집성판)라 불리는 이 첨단 공학목재는 길게 자른 나무판을 가로와 세로로 교차되게 연이어 붙이면 완성된다. 나무의 단점인 휨이나 뒤틀림이 없고 압력에는 더욱 강한 대형 나무 패널이 되는 것이다. 이 CLT는 콘크리트와 벽돌, 철근을 대체하며 전 세계 곳곳에서 아파트와 사무실 등 빌딩의 주재료로 쓰이고 있다.

 

"화재와 지진에 약한 나무?"…선입견을 깬 첨단 공학목재

 

나무는 불에 잘 타고 쉽게 부러질 거라는 선입견을 가장 먼저 깬 것은 유럽이다. 전체 면적의 절반 가까이가 산림인 오스트리아는 20년 전 나무를 공학적으로 가공한 CLT 목재를 처음 개발했다.

건물은 당연히 콘크리트와 철근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인식이 당연한 시대, 수많은 실험을 통해 나무에 대한 선입견을 깨뜨릴 수 있었다.

실험 결과 CLT의 압축강도는 철의 2배, 콘크리트의 9배로 월등히 뛰어났다. 콘크리트를 쉽게 부쉈던 실험 장비로 CLT를 부수기가 힘들 정도였다.

진도 7 이상의 지진 실험에서도 CLT로 만든 목조건물은 무너지지 않았다. 콘크리트 건물에 비해 가벼운 무게 덕분이었다.

화재 실험에서도 CLT는 콘크리트, 철보다 훨씬 강했다. 목재에 불을 붙이면 1분 동안 0.6mm, 1시간을 태워도 36mm 정도만 탄화된다. 실제 CLT 기둥을 1,000도 이상의 불로 2시간 동안 태웠지만, 겉 표면만 숯처럼 까맣게 탄화됐을 뿐 중심부는 멀쩡했다. 반면 콘크리트와 철골 구조는 700도의 온도에도 녹아 무너져버렸다. 한 단계 진화한 첨단 공학목재는 안전성을 인정받으며 '21세기 건축혁명'을 불러왔다.

 

환경훼손 아닌, 지구 살리는 목조건축

 

호호빌딩이 주목받는 또 한 가지 이유는 바로 '친환경 건축법'이라는 점이다. 건축 과정에서 오로지 콘크리트와 철골로 만든 건물보다 30만 톤이라는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었다. 자동차로 왕복 80km를 4만 4천 년간 운행할 때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양을, 호호빌딩 한 채를 나무로 지을 때 감축할 수 있는 것이다.

고층 빌딩을 짓는 데 목재를 쓰는 것이 오히려 환경 훼손이 아니냐는 물음에, 임업 선진국들은 오히려 숲의 건강성을 돕는 것이라 말한다. 어린 나무는 몸집을 키우기 위해 이산화탄소를 왕성하게 흡수하며 자라지만, 다 자란 나무는 더 이상 자라지 않는다. 나무가 늙으면 각종 병충해에 약해지고, 주위 나무들까지 병들게 하기 때문에 일부러 '솎아베기'를 해야 한다. 그리고 그 자리에 다시 어린 나무를 심으면 대표적 온실가스인 탄소 흡수 기능을 극대화할 수 있다.

수확한 목재는 건축물 재료로 사용하는 게, 나무에 탄소를 가장 오랫동안 저장해둘 수 있는 방법이다. 벌목 직전까지 흡수한 탄소를 내뱉지 않고 온전히 담아두고 있는 나무의 특성이 바로 온실가스 감축의 해법인 것이다. 목조건축이 또 하나의 숲, 친환경 건축으로 불리는 이유다.

<시사기획 창>에서는 쇠보다 강한 목재로 지은 세계 고층 나무빌딩을 통해, 목조건축이 왜 미래 세대를 위한 일인지, 지속 가능한 지구를 위한 건축법인지를 취재했다. 자세한 내용은 11월 9일 저녁 8시 5분 KBS 1TV <시사기획 창>에서 보도한다.

sechoi@speci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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