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기획 '다큐멘터리 3일' 할머니 댁 가는 길
추석기획 '다큐멘터리 3일' 할머니 댁 가는 길
  • 정시환 기자
  • 승인 2021.09.18 14: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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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기획 '다큐멘터리 3일' 할머니 댁 가는 길
추석기획 '다큐멘터리 3일' 할머니 댁 가는 길

 

[스페셜타임스 정시환 기자] 생각만 해도 그리운 사람이 있다. 희끗희끗한 머리카락, 주름진 두 손, 굽은 허리. 저마다 다른 것을 떠올리면서도 모두 따뜻한 온도를 느끼는 그 세 글자, 할머니. 코로나 19로 가족이 함께 시간을 보내기 어려워진 올해 추석. 전화 목소리로는 채워지지 않을 그리움을 달래보려, 다큐멘터리 3일에서는 따뜻한 정으로 제작진을 맞아주었던 추억 속 할머니 댁으로 떠나본다. 

 

■ 어머니의 마음

 

2011년, 제주 우도에서는 바닷속에서 숨을 멈춰야 바다 위 삶을 살아가는 해녀들을 만났다. ‘저승에 목숨을 맡겨두고 이승 일을 나선다’는 그 험한 일을 자고 나면 잊고 또 바다에 들어가게 된다던 할머니. 번 돈으로 자식들의 밥을 먹이고 학교를 보내야 하는 어머니였기에 그들의 물질은 멈추지 않았다. 평생을 우도의 해녀로 살아온, 그렇기에 더욱 딸의 물질만은 반대하던 해녀 할머니들을 만나본다.

 

향긋한 산나물, 고소한 메밀전병, 사람 사는 냄새가 가득했던 2013년 강원도 정선의 오일장. 

 

큰 가방을 메고 가파른 산을 올라 직접 채취한 산나물을 팔던 할머니. 가난했던 시절, 자식들에게 밥을 못 줄 때 가장 서러웠다는 할머니. 이미 시간이 흘러 장성한 자식들이지만, 배고픈 자식들을 지켜보던 그 슬픔은 여전히 할머니의 마음 한구석에 남아있다. 숲에 울려 퍼지던 할머니의 정선아리랑이 아직도 귓가에 맴도는듯하다.

 

■ 나도 할 수있다는 행복

 

2011년 강진 수양마을, 마을회관에 한글학교가 열렸다. 그런데 학생들은 모두 마을 할머니들. 학교라고는 해도 학생이 할머니들이다 보니 수업 중에도 밭에 일이 생기면 불쑥 사라지기 일쑤. 그래도 이제 집에 놓인 농기계, 대문 앞의 우편함 등 눈에 보이는 주변의 단어들을 소리 내 읽기 시작했다. 한글 수업을 들으며 더 넓어진 할머니의 세상을 담았다. 

 

하얀 위생복을 입고 종일 한과를 만들던 당진 백석올미영농조합 할머니들. ‘너무 많이 담으면 깨져서 반품이 들어온다.’라고 퇴짜를 맞아도, 하나라도 더 담으려던 할머니를 보며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었다. 늘그막에 번 돈으로는 손녀딸에게 책가방을 사주었고, 이번에는 피아노를 사주고 싶다는 할머니. 남편에게도 임플란트를 해줬단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돈을 벌고, 돈을 쓰는 할머니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가득하다. 힘들지만 고령에도 일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던 백석올미영농조합 할머니들을 추억해본다. 

 

■ 그리운 그 골목의 할머니들

 

군데군데 세월이 묻어난 골목길을 걸으면, 자연스레 생각나는 인연들이 있다. 

 

굽은 허리 때문에 거동이 쉽지 않다며 꼬깃꼬깃 접은 지폐를 건네며 돼지고기를 부탁하던 할머니. 고기를 넣어 팔팔 끓인 찌개를 두고 어서 먹어보라던 할머니의 인정 가득한 목소리가 지금도 들리는 듯하다. 굽은 허리로도 문 앞까지 나와 배웅해주던 할머니와 목포 다순구미마을의 골목길을 떠올려본다. 

 

시력을 잃은 눈 때문에 사람의 도움 없이는 집 근처를 떠나기 힘든 부산 안창마을의 할머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 앞까지 나와 골목을 떠나는 제작진을 배웅해주던 할머니의 따뜻한 인사. 좋은 일만 있으라던 축복과 안 보여도 보고 있겠다던 배웅에 지금도 가슴이 뜨거워진다.

 

지난 14년간 만났던 할머니들과의 추억을 담은 <다큐멘터리 3일> 692회 『<추석 기획> 할머니 댁 가는 길』 편은 오는 9월 19일 밤 12시에 KBS 2TV에서 방영될 예정이다.

jjubika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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