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5-17 13:30 (화)
인간극장, 열다섯 건화는 농부 수업 중
인간극장, 열다섯 건화는 농부 수업 중
  • 정진욱 기자
  • 승인 2020.10.25 10: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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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극장, 열다섯 건화는 농부 수업 중
인간극장, 열다섯 건화는 농부 수업 중

 

질풍노도의 시기, 누군가는 혹독한 ‘중2병’을 앓고 있을 열다섯에 자신만의 길을 찾아 힘차게 걸어가는 소년이 있다.  포천의 한 버섯농장. 드넓은 마당을 누비며 능수능란하게 굴착기 운전을 하는 김건화(15) 군이 바로 그 주인공인데. 앳된 모습이지만 굴착기를 운전하는 손과 눈빛은 전문가 못지않다.

 

그런 아들의 모습을 걱정스레 바라보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엄마 옥미(52) 씨. 건화의 농기계 운전이 하루 이틀도 아니건만 옥미 씬 여전히 굴착기에 앉은 건화를 보면 가슴이 벌렁거린다. 이런 엄마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건화는 밭 만들기에 열중이다. 굴착기 운전이 끝나면 아빠 김대영(52) 씨가 있는 버섯 재배장으로 향하는데. 대영 씨와 함께 버섯 배지를 살피고 물을 주는 모습 또한 하루 이틀 해본 솜씨가 아닌 듯하다. 건화가 누가 시키지도 않았음에도 이렇게 쉴 틈 없이 일하는 이유는 바로 ‘농부’라는 꿈이 있기 때문이란다. 

 

사실 건화도 3년 전까지는 흙과 풀보다는 높이 솟아오른 빌딩들이 익숙한 도시 아이였다. 하지만 아빠 대영 씨의 건강 악화로 인해 귀농을 하면서 건화의 인생은 바뀌었다. 처음에는 아픈 아빠를 도와야겠단 생각에 조금씩 했던 농사일에 건화는 점점 흥미를 느꼈고, 급기야 ‘농부’가 되겠다 선언을 한 것.

 

그날부터 하교 후엔 무조건 밭으로, 버섯 재배장으로 뛰어다니며 아빠 대영 씨의 농사를 도왔다는 건화. 힘들면 포기하겠지라는 생각이 무색하게도 건화는 점점 더 농사와 농기계에 빠지게 되었다. 그냥 평범하게 공부만 했으면 좋으련만 농사에 빠진 아들이 걱정이었던 부부. 하지만 열심히 하는 아들을 말릴 수도 없는 노릇이었기에 결국 대영 씨와 옥미 씬 울며 겨자 먹기로 건화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 주리라 마음먹었다. 

 

꿈은 꾸는 자의 것이라는 말처럼 오늘도 한 발자국씩 ‘농부’라는 꿈에 가까워져 가는 건화와 그런 건화의 든든한 버팀목을 자처하는 부부의 일상을 인간극장이 함께한다. 

 

# 농부 꿈나무, 열다섯 김건화!

 

공부보다는 농사가 체질이라는 소년이 있다는데. 또래들이 한창 축구와 게임에 빠져있을 나이에 농사와 농기계에 푹 빠졌다는 김건화(15) 군이 그 주인공이다. 농부 꿈나무인 건화는 코로나 19로 학교에 가지 못해 비대면 수업을 하면서 더욱더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수업 들으랴, 쉬는 시간마다 농기계 점검하랴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란 건화. 수업이 끝나면 부모님의 버섯 농장 일까지 돕는데.

 

특히 굴착기 운전에는 일가견이 있어서 밭을 뒤집어엎고,고랑을 만드는 등 못 하는 일이 없다. 굴착기 작업을 할 때는 얼굴 가득 웃음꽃이 피는 건화. 친구들이 게임기가 갖고 싶다, 새 축구화 사달라 부모를 조를 때도 건화의 신경은 오로지 농기계에만 가 있는데. 빨리 돈을 벌어 원하는 농기계를 잔뜩 사서 다양한 농사를 짓는게 건화의 꿈이란다.

 

이런 아들 때문에 속이 타는 건 엄마 오옥미(52) 씨인데. 위험천만한 농기계들을 다루는 아들 때문에 매일이 가슴이 벌렁거리는 불안함의 연속. 농사와 농기계에 쏟는 관심 반만이라도 공부에 쏟으면 좋으련만 연필보단 굴착기 기어 잡는 게 좋단 아들 때문에 속이 상한다. 

 

# 시련 속에서 찾아낸 ‘진로’

 

지금은 농기계와 농사에 푹 빠져있는 건화이지만 사실 3년 전까지만 해도 흙보다는 도시의 회색 아스팔트가,  초록빛 풀들보다는 높다란 빌딩들이 익숙한 도시 소년이었단다. 건화네 가족이 한적한 시골 동네로 오게 됐던 건 아빠 대영(52) 씨 때문이었다는데. 바쁘고, 정신없이 돌아갔던 도시에서의 삶 속에서 가장 먼저 등한시됐던 건 바로 ‘건강’이었다. 

 

결국 신장암이란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를 듣게 된 대영 씨. 다행히 바로 수술을 받았지만 대영 씨와 가족들은 한동안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그렇게 피폐해진 몸과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 요양차 들렀던 곳이 이곳 포천이었다는데. 한적하고, 편안한 동네가 마음에 들었던 대영 씨는 이곳에 둥지를 틀기로 결심했다. 몸은 회복이 덜 되었지만 아직은 젊은 나이, 그냥 놀고만 있을 수는 없었기에 버섯 농장을 시작했다는 대영 씨네 가족.  건화도 아픈 아빠를 조금이나마 돕고자 농사를 시작했다는데.  그렇게 조금씩 발을 들여놓았던 것이 ‘농부’가 되겠단 결심으로 이어졌단다.

 

# 아들 때문에 못 살아! 

 

농사와 농기계에 푹 빠진 건화 때문에 덩달아 바빠졌다는 대영 씨. 한순간의 방심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천만한 기계를 다루기 때문에 옆에서 지켜봐야 하는 건 물론 혹시나 다치진 않을까 잔뜩 신경을 곤두세우게 된단다. 특히 아직 운전면허가 없는 나이의 아들이니 굴착기를 운전해 집 울타리를 벗어나는 건 어떤 경우에도 절대 허락하지 않는다. 

 

손재주도 좋고, 아이디어도 많은 건화가 무엇인가 만들겠다 용접이라도 하는 날에는 마당 가득 대영 씨의 큰소리가 울려 퍼진다는데. 이럴 땐 마음이 아파도 꾹 참고 혹독하고, 무섭게 건화를 가르친다. 안전을 위해 어쩔 수 없음에도 미안한 마음이 든다는 대영 씨.  아빠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싫은 소리를 들으면 포기할 법도 하건만 건화는 기어코 끝을 보고 만다. 

 

아들이 안타까운 것은 엄마 옥미 씨도 마찬가지. 특히, 늦둥이 막내 건화는 옥미 씨에겐 아픈 손가락인데. 도시에 살던 때, 맞벌이 직장인이다 보니 건화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현저히 적었던 부부. 어쩔 수 없이 돌봄 교실과 학원을 돌리며 키워야 했기에  더욱 미안하고, 안쓰러운 마음이다. 그래서 귀한 아들이 남들처럼 공부해서 조금이라도 편안한 길로 가 주길 바랐건만 힘든 농사를 왜 하겠다는 건지 옥미 씬 도통 이해할 수가 없었단다. 

 

하지만 어디 자식 이기는 부모가 있다고 하던가. 농기계를 만지기만 해도 얼굴 가득 미소가 번지는 막내아들의 모습에 부부는 ‘그래, 하고 싶은 거 마음껏 해봐라’ 라며 건화를 응원하기로 마음먹었다.

 

아직 어리기에 이리저리 흔들리고, 불안하지만 든든한 지원군인 가족이 있기에 건화는 ‘농부’라는 꿈을 향해 오늘도 한 발자국씩 힘찬 발걸음을 내딛는다. 

jjubika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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