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7 06:00 (수)
동행 제292회 "상곤 씨네 복덩이"
동행 제292회 "상곤 씨네 복덩이"
  • 정진욱 기자
  • 승인 2021.01.23 17: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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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 제292회 "상곤 씨네 복덩이"
동행 제292회 "상곤 씨네 복덩이"

 

경상북도 울진군에 위치한 상곤 씨의 집에서는 오늘도 갓난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려옵니다. 한 달 전에 태어난 상곤 씨네 둘째 두리. 쉰이라는 늦은 나이에 얻은 아이의 육아만으로도 정신이 없는데 상곤 씨에게는 돌봐야 할 가족이 둘이나 더 있습니다. 베트남에서 시집와 출산 후 집에서 산후조리를 하고 있는 아내와 아직은 부모의 손길이 한창 필요한 나이인 일곱 살 첫째 두아까지. 매일매일 정신이 없지만 상곤 씨는 아이를 출산하느라 고생한 아내를 위해 신선한 재료를 구해와 미역국을 끓이고, 하루에 한번 아내에게 족욕을 해주는 것은 절대 빼놓지 않는 애처가입니다. 하루 24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없는 나날이지만 넝쿨째 굴러온 복덩이들이 있어 상곤 씨의 얼굴에는 늘 웃음이 끊이지 않습니다. 

 

 # 상곤 씨 고민

 

가족들을 위해서라면 언제나 기운 센 슈퍼맨이 되는 상곤 씨. 하지만 이런 상곤 씨에게도 가족들에게 다 말하지 못한 고민이 있는데. 상곤 씨는 4년 전, 직장암에 걸려 오랜 병원치료를 받아야 했습니다. 직장을 모두 잘라내 하루에 수십 번을 넘게 화장실을 오가는 불편함과 항암치료를 받는 동안 속 깊은 곳부터 느껴지는 메스꺼움 등도 악착같이 견뎌낸 상곤 씨. 아직 완치판정을 받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열심히 몸을 추슬러 다시 일을 하게 되면 넉넉하지는 않아도 가족들과 큰 걱정없이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작년 5월, 16년간 근무했던 공장이 코로나 19 감염병의 영향으로 문을 닫으며 실직자 신세가 됐습니다. 별안간 닥친 현실에 주저할 틈도 없이 매일 새벽인력시장으로 향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닥치는 대로 해내고 있는 상곤 씨. 하지만 겨울로 접어들며 연일 한파까지 이어지는 바람에 일거리는 줄어들고, 요즘 들어선 허탕만 치고 돌아오는 일이 더 잦아져 상곤 씨의 고민은 더욱 커져만 갑니다.

 

#남편이 걱정되는 아내, 수진 씨

 

남편이 암투병을 하는 동안 닥치는 대로 일을 했던 수진 씨. 한국에 온 지 얼마 안 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남편과 아이를 위해 생활전선에 뛰어들어야만 했습니다. 식당과 병원 허드렛일 등 일거리가 생기면 가리지 않고 일을 하고 출산 전, 만삭의 몸을 이끌고 목욕탕에서 청소일까지 했지만 수진 씨는 이를 고생이라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자신이 아이를 낳고 회복하느라 일을 하지 못하는 지금의 상황이 아쉽기만 한데요. 아픈 몸을 이끌고 추운 바깥에서 고생하는 남편이 안쓰럽고 걱정되는 아내 수진 씨. 한편 상곤 씨는 이런 아내의 마음을 귀하게 여기지만 자신만 믿고 먼 타지에서부터 온 수진 씨에게 생계고민까지 하게 만든 것이 미안한데요. 어떤 상황에도 늘 남편을 먼저 생각하는 아내를 위해 상곤 씨는 더욱 최선을 다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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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
jjubika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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