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09:50 (금)
인간극장, 삼대 모녀의 쫄깃한 떡집 인생
인간극장, 삼대 모녀의 쫄깃한 떡집 인생
  • 최선은
  • 승인 2021.02.27 16: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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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극장, 삼대 모녀의 쫄깃한 떡집 인생
인간극장, 삼대 모녀의 쫄깃한 떡집 인생

 

[스페셜타임스 최선은 기자] 태안 시장의 터줏대감 최옥출(72)씨는 떡을 빚어 병든 남편을 돌보고, 사 남매를 키웠다. 힘든 떡집 일을 하느라 손에 물 마를 날이 없었지만,  옥출 씨에게 떡은 가난했던 살림을 일으켜준 생명줄 같은 존재이다. 이제 자식들 다 키우고, 딸 정미선(52)씨와 함께 운영하는 떡집. 평온하던 그곳에 얼마 전 손녀 진실(29)씨가 쳐들어왔다. 엄마와 할머니의 거센 반대에도 떡집을 하겠다는 황소고집. 그런데 예상과 달리 손끝 야무지기가 할머니 못지않다. 시루떡, 찰떡, 콩떡... 전통의 떡만 빚어내던 옥출씨의 떡집에서 앙금꽃을 빚어 꽃케이크를 만들고, 인터넷으로 입소문을 내더니 야금야금 제 손님을 만들어가고 있다. 그렇게 3대 모녀는 매일같이 얼굴을 맞대고 함께 떡을 빚는다.

 

16살이 되던 해, 서울로 상경했던 강원도 산골 소녀, 옥출 씨. 학교 문턱도 밟지 못한 까막눈이었지만 ‘국민학교’ 교과서를 사서 혼자 문자를 깨치고, 길거리의 간판으로 한글을 익힐 정도로 영민했다. 20살 나이에 11살 연상의 남편을 만나 태안으로 시집왔지만, 남편이 농약 중독으로 쓰러지며 불행이 찾아왔다 자그마치 23년 간 남편의 병간호를 하며 4남매를 키우느라 악착같이 생계를 이어갔던 옥출 씨. 뼛속까지 시린 겨울 바다에 몸을 던져 김을 따서 팔고, 한여름 땡볕 아래서 고무대야 가득 채소를 담아 팔며 밤낮없이 일했다. 5년간 떡집에서 틈틈이 기술을 익혔던 옥출 씨. 집을 담보로 대출까지 하며 시장 한쪽에 작은 떡집을 차렸다. 절벽 끝에 선 마음으로 차린 떡집은 1년 만에 빚을 갚을 정도로 대박이 났다.

 

미선 씨도 그런 엄마 밑에서 갖은 고생을 했다. 걸음도 떼지 못한 막냇동생을 업고 학교를 오가며 손마디가 늘어날 정도지만, 엄마에게 말대답은커녕 속을 썩인 적 없던 착한 딸이었다. 부디 남편 덕 보고 살라는 엄마의 뜻대로 23살 일찍 결혼했지만, 가정에 소홀했던 남편과 이혼을 하게 된 미선 씨. 엄마가 무서워 돌연 잠적해버렸다. 딸의 행방을 찾아 방방곡곡을 수소문한 끝에 딸을 찾아낸 옥출 씨는 딸과 손주들을 따뜻하게 품어주었고, 미선 씨는 떡집에서 함께 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11년 전에는 동창이었던 현재의 남편과 재혼해 깨 볶는 신혼부부처럼 살고 있다. 

 

그리고 1년 전,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떡집에 내려온 진실 씨. 일찍 사회생활을 시작해, 주변의 인정도 받았지만 누가 떡집 손녀 아니랄까, 떡케이크의 매력에 빠져 제 발로 가시밭길에 들어서려는 손녀를 옥출 씨는 결사반대하고 나섰지만 끝내 뜻을 굽히지 못했다. 삼촌과 할머니의 호된 가르침을 받아 차츰 실력을 쌓아간 진실 씨. 4개월 전에는 할머니가 내준 공간에서 떡케이크와 답례 떡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갈수록 좋은 호응을 받는 손녀지만 할머니는 칭찬보다는 매운 잔소리로 매일 손녀를 단련시킨다.

 

명절 대목을 맞아 온 가족이 총동원된 떡집. 잠도 한숨 못자고 떡을 빚어도 가족과 함께 있어서 견딜 수 있다. 찰떡궁합인 딸과 손녀가 함께인 지금, 옥출씨의 인생이 쫄깃쫄깃 행복해졌다. 

jjubika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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