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14:10 (토)
KBS 동행 제341화. 예희네 가족의 겨울나기
KBS 동행 제341화. 예희네 가족의 겨울나기
  • 정시환 기자
  • 승인 2022.01.20 1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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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동행 제341화. 예희네 가족의 겨울나기
KBS 동행 제341화. 예희네 가족의 겨울나기

 

[스페셜타임스 정시환 기자] 경북 상주 산골에 자리 잡은 오래된 농가. 이곳에는 할머니 우준순 씨(65세)와 딸 윤명휘 씨(44세), 그리고 열다섯 살 예희가 살고 있다. 세 모녀가 뭉치면 웃음소리 끊이지 않지만, 삶이 녹록한 건 아니다. 남편과 사별한 후, 혼자 어렵게 생계를 꾸리던 할머니가 딸과 손녀를 품은 건 15년 전. 어린 나이에 뇌수막염과 소아 당뇨를 앓고 합병증으로 고생한 딸은 15년 전 이혼하고 100일도 안 된 어린 딸 예희를 데리고 할머니 품에 돌아왔다. 이후 딸은 당뇨로 한쪽 눈의 시력을 잃게 됐고 시각장애와 각종 합병증으로 돈벌이를 할 수 없게 됐다는데. 귀한 손녀 예희 또한 사고로 발달장애 4급을 판정받아 또래보다 느린 편이다. 모진 삶 속에서도 모녀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곶감을 만들어 파는 할머니. 무릎 연골이 닳아 절뚝거리면서도 일을 놓지 않지만, 농사를 하면 할수록 빚만 생기는 현실에 마음이 무겁다. 

 

할머니를 웃게 하는 손녀 예희 

 

걱정이 많은 할머니를 환하게 웃게 만드는 건 바로 손녀 예희다. 없는 형편에도 할머니와 엄마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해맑게 자란 예희. 발달장애로 또래 친구들보다 느리지만 할머니와 엄마를 위하는 마음만큼은 1등이다. 다리가 불편한 할머니를 위해서 무거운 물건을 옮겨주고 시각장애가 있는 엄마를 위해서 눈을 더 크게 뜨고 본다는 예희. 할머니와 엄마가 매일 하는 벌초와 제실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자신이 돕지 않으면 가족이 힘들 수 있다는 생각에 벌초와 제실 관리까지 도맡아 한다. 할머니와 엄마 등에 꼭 붙어 애교를 부리고,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며 가족의 흥을 돋우는 건 할머니와 엄마가 웃을 때 가장 행복하기 때문이라는데. 가족을 위한 마음이 크고 넓은 예희 덕분에 오늘도 집 안에는 웃음이 끊일 줄 모른다. 

 

삼대 모녀의 겨울나기 

 

종중 땅에 있는 창고를 개조한 주택이 예희네 집이다. 조상 묘 벌초와 제실 관리를 하는 조건으로 할머니는 지난 20년 종중 땅에 있는 집에 살며 감 농사와 복숭아 농사를 했다. 지난해 비가 와서 농사를 망치는 바람에 농약값이 더 드는 상황이지만 할머니의 걱정은 따로 있다. 집이 너무 낡아 바람 한 점 막아주지 못한다는 것. 할머니가 불려놓은 콩이 얼어붙을 정도로 집이 추워 몸이 약한 딸과 손녀 예희는 늘 감기를 달고 산다. 어떻게든 몸을 녹이게 해주고픈 할머니가 사랑하는 딸과 손녀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것은 가마솥으로 끓인 따뜻한 팥죽뿐. 작년 작게나마 추수한 팥으로 할머니는 오늘도 딸과 손녀를 위해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뜻한 팥죽을 끓인다. 

jjubika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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