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4 23:10 (수)
[영상뉴스] 한국인의 밥상, 산에도 강에도 봄꽃 밥상 피었네
[영상뉴스] 한국인의 밥상, 산에도 강에도 봄꽃 밥상 피었네
  • 정시환 기자
  • 승인 2022.04.20 16: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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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타임스 정시환 기자] 안녕하세요 인터넷언론사 스페셜타임스의 영상뉴스팀 입니다.

 

이번 소식은 한국인의 밥상, 산에도 강에도 봄꽃 밥상 피었네 관련 뉴스입니다.

 

지천으로 꽃이 만발하는 시기, 봄!

 

하지만 그 설렘을 느끼기도 전에 만개한 꽃들은 금세 지고 말아, 사계절 중 가장 아쉬운 마음이 드는 계절이기도 하다. 꽃 피기 시작하면, 산에서 강에 이르기까지 형형색색의 산물들도 고개를 내밀기 시작한다. 얼어있던 몸과 마음을 녹여주는 맛있는 밥상과 함께 짧지만 가슴 두근거리는 봄나들이를 떠나본다. 

 

구례 산수유꽃 필 무렵, 화전놀이를 떠나다 전통농업 발연법.

 

봄이면 마을 전체를 노랗게 물들인다는 산수유나무. 전국 산수유나무의 70%가 모여있다는 구례 산동면 정산마을에는 예부터 내려오는 전통 농법이 있다. 발연법이 바로 그것이다. 서리가 내리는 시기에 자주 연기를 피워 냉해 피해를 막았다는 이 농법은 2014년 6월, 국가중요농업유산으로도 지정될 정도로 주목받고 있다. 돈나무, 대학나무로 불릴 만큼 한 그루, 한 그루가 중요했던 산수유나무는 마을 사람들이 먹고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었다.  

 

딱딱한 껍질 속에 씨를 품고 있는 산수유 열매는 마을 사람들에게 커다란 일거리가 되기도 했다. 기계 하나 없던 시절에는 학교 마치고 온 아이들부터 어른들까지, 방에 둥글게 모여앉아 이로 열매를 깨서 씨를 발라냈단다. 그래서인지 산동면 사람들은 늘 입술이 붉게 물들어 있고, 이가 닳아있었다고…. 산수유가 이렇게 귀한 대접을 받은 것도 약효가 있었던 터, 밤마다 이불에 오줌을 싸는 아이들에게 산수유 열매와 소고기를 함께 삶은 ‘산수유수육’을 먹여주면 병이 씻은 듯 나았단다. 산수유 꽃이 만개하던 시기에 들에서는 쑥도 함께 났다. 먹을 게 없던 시절, 이 쑥을 캐 밀가루와 함께 조물조물 버무리면 봄의 맛 ‘쑥버무리’ 완성! 하던 일을 다 내려놓고 단 하루 즐길 수 있었던 화전놀이에는 ‘산수유막걸리’와 ‘산수유화전’이 동행했다. 그중 별미는 바로 ‘미나리오징어무침’. 내륙 특성상 바다에서 나온 산물을 맛볼 수 없었던 그 옛날, 화전놀이를 하는 이날 하루만큼은 여수에서 오징어를 공수해와 봄 미나리와 함께 무쳐냈다. 얼마나 그 맛이 시름을 잊게 했던지, 매년 화전놀이에 ‘미나리오징어무침’은 빠질 수 없는 필수 반찬이 되었다. 

 

고단했던 삶의 흔적이 깃들어있는 산수유 전통농업과 함께 인생의 봄날을 만끽하는 구례 산동면 정산마을 사람들의 밥상을 만나본다. 

 

지심도의 마음을 담은 동백꽃과 반대잡이.

 

경남 거제시 일운면에는 마음 ‘심’자를 닮았다 해서 ‘지심도’라는 이름이 붙여진 섬이 있다. 배 한 척 댈 곳 없는 이 섬에서 낚시를 위한 유일한 방법이었던 ‘반대잡이’. 지심도에 유독 많았던 대나무를 깎아 뜰채를 만들어 고기를 뜨는 옛 방식이다. 26년 전, 우연히 놀러 왔다가 지심도의 풍경에 반해 살기 시작했다는 조동일, 이경자 부부 역시 이 방식을 지심도 어르신들께 배웠다. 

 

섬 전체의 80%가 동백나무로 뒤덮여있어 동백섬이라고도 불린다는 지심도에는 가는 길마다 동백꽃이 떨어져 있다. 이경자 씨는 이 동백꽃이 지고 난 후 열리는 동백 씨로 동백기름을 만들었다. 동백섬의 따스한 바람을 맞고 자라난 참나물, 구기자 순, 방풍나물에 이 동백기름을 곁들이면 고소한 ‘동백기름나물무침’이 완성된다. 동백기름 한 숟갈이면 기침 예방에도 좋단다. 갓 뽑아낸 두릅은 생으로 먹어도 맛있지만 이 동백기름에 둘러 ‘동백기름두릅전’으로 구워내면 향과 맛이 배가 된다. 여기에 조동일 씨가 반대잡이로 잡아 온 전갱이가 빠질 수 없다. 제철 전갱이에 비린내 잡아주는 제피를 얹은 ‘제피전갱이물회’와 방풍나물이 듬뿍 들어가 칼칼한 양념장의 맛을 중화시켜주는 ‘전갱이나물조림’까지. 조동일, 이경자 부부는 동백꽃이 만발한 지심도의 마음을 품고 자연과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고 있다. 

 

낙화담 들꽃 밥상 어디서든 꿋꿋하게 피어난다.

 

칠곡군 지천면의 ‘낙화담’에는 전설이 깃들어있다. 임진왜란 때 마을 여인들이 자신을 지키고자 몸을 던졌다는 못. 그 절벽에서 떨어지는 여인들의 모습이 마치 꽃잎 같다고 하여 ‘낙화담(落花潭)’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단다. 그 전설을 품은 낙화담 옆에 들꽃들이 가득 피었다. 귀향한 지 10년이 훌쩍 넘었다는 손제순, 이태보 부부는 집 앞마당에서 약 4백여 가지에 이르는 야생화를 가꾸고 있다. 어릴 적 설탕 대신 먹곤 했다는 골담초부터 미스킴라일락, 자주괴불주머니, 바람꽃, 앵두나무꽃까지! 갖가지 야생화들이 마당에 피어나면 봄이 왔음을 알 수 있다.

 

봄이 되면 모든 야생화가 먹거리가 된다. 산에서 뜯어온 고사리에 진달래꽃과 골담초를 넣고 달래 간장을 버무리면 눈으로 한 번, 입으로 한 번 먹는다는 야생화 비빔밥이 만들어진다. 어떤 꽃을 어떻게 만들어 먹어야 맛있는지 눈에 선하다는 손제순 씨. 꽃망울이 큰 머위꽃 종류는 ‘야생꽃튀김’으로, 꽃망울이 작은 종류는 화전으로 만든다. 야생화에 이어 부부가 들고 온 것은 바로 풋참외! 참외로 유명한 칠곡에서 별미로 먹곤 한다는 ‘참외장아찌’는 잘게 썰어 비빔국수 위에 올려 먹어도 일품. 본격적인 더위가 오기 전, 꽃 얼음 동동 띄워낸 냉국에 참외장아찌를 곁들여 ‘야생화참외장아찌냉국’을 해 먹기도 한다. 

 

봄이면 제 품을 다 내어주는 야생화처럼 푸근한 마음을 가진 부부의 눈과 입이 즐거운 밥상을 만난다.  

 

벚꽃과 함께 시작되는 하동 재첩잡이 손틀어업을 아시나요?

 

벚꽃이 만개하는 시기, 섬진강의 봄은 분주하다. 바로 벚꽃과 함께 재첩이 고개를 내밀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예부터 하동에서는 ‘거랭이’라는 도구를 바닥에 긁어 재첩을 캐내던 ‘손틀어업’이 전해져 내려왔다. 손틀어업으로 재첩을 잡은 지 50년이 넘었다는 안상철 씨는 매일 아들 안준안 씨와 함께 섬진강으로 간다. 안준안 씨 역시 아버지를 따라 손틀어업을 시작한 지 8년째지만 커다란 ‘거랭이’를 질질 끌고 뒤로 가는 작업은 여전히 힘이 든다. 이 고생을 해봤으니 아버지 안상철 씨는 아들 안준안 씨에게 손틀어업을 가르쳐주기 싫었을 터... 제대로 된 방법 하나 모른 채 안준안 씨는 그저 아버지가 하는 모습을 등 너머로 보고 배웠다. 자갈과 생김새가 비슷해 재첩 대신 자갈을 잡아 왔을 때 많이 혼이 나기도 했지만 이제는 잡는 솜씨가 제법이다.

 

맑은 섬진강 따라 피어난 재첩은 푹 삶고 난 후에 조리를 시작한다. 봄에 나는 재첩은 내장이 잘 보이지 않아 씹는 식감이 좋다는데... 뽀얗게 우려낸 국물에 별다른 재료 없이 재첩만 넣은 ‘재첩국’이 그 식감을 대변한다. 재첩을 삶고 난 물은 버리지 않고 밀가루에 개어 ‘재첩전’으로 부쳐내면 허기를 달래기에 제격! 무와 사과를 길게 썰고 재첩과 함께 초장에 버무린 ‘재첩초무침’ 역시 달큰한 맛이 일품이다. 재첩 따라 피어난 벚꽃을 보면 절로 옛 생각이 난다는 어머니 이경남 씨. 벚꽃 피고 지는 게 세월처럼 빨라서, 젊은 시절 일만 하느라 보냈던 시절엔 벚꽃 한 번 제대로 보지 못했단다. 그런 어머니를 위해 안상철 씨와 안준안 씨 부자가 벚꽃 구경을 나왔다. 고단했던 지난날을 잊으라는 듯 세 사람을 응원하는 꽃길이 눈앞에 펼쳐져 있다. 

 

이상 스페셜타임스의 영상뉴스팀이었습니다.

jjubika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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