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11:00 (금)
KBS '동행' 제354화 할머니의 자장가
KBS '동행' 제354화 할머니의 자장가
  • 정시환 기자
  • 승인 2022.04.24 15: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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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타임스 정시환 기자] #손녀를 향한 할머니의 자장가 

 

작년 여름, 갑작스러운 뇌졸중으로 쓰러지신 할머니. 그 이후 열여섯 현지의 하루는 온통 할머니를 위한 일들로 가득하다. 다섯 살 무렵 부모님의 이혼 이후 엄마의 빈자리를 대신하며, 사랑으로 품어주던 할머니. 그랬던 할머니는 뇌졸중 이후 거동도, 말을 하는 것도 힘들어지셨다. 하나의 단어만 반복하시면서 의사소통도 쉽지 않은 할머니. 그럼에도 할머니가 유일하게 완벽한 표현이 가능한 게 하나 있다. 지난날, 어린 손녀에 머리맡에서 숱하게 불러주던 자장가 ‘산토끼’다. 매일 같이 불러주던 기억이 남아있으신 건지, 말을 하는 것도 힘드시면서 그 노래만큼은 완벽하게 불러내시는 할머니. 할머니의 자장가에는 여전히 손녀를 향한 마음이 가득하다. 할머니의 지극한 사랑에 이제라도 그 사랑에 보답하고 싶은 현지. 할머니의 식사를 챙기고, 휠체어를 끌고 동네 산책이며, 뇌졸중에 좋다는 약재들을 넣고 약물을 달여내는 등 할머니 간병에 정성을 쏟는다. 그동안 받은 사랑을 보답할 수 있다면 힘든 일도 아니라는데. 현지는 지금처럼이라도 오래도록 할머니를 챙겨드릴 수 있길 바라며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중이다.

 

#대장암 투병 이후, 현지에겐 미안함만 가득한 아빠.

 

현지만 생각하면 아빠 소현 씨는 마음이 무거워진다. 4년 전 대장암 3기 판정을 받고 힘든 수술과 항암 치료를 견뎌낸 아빠. 지금도 계속 정기검진을 하며 상태를 지켜보고 있지만 투병 후유증으로 평범한 일상생활도 쉽지가 않다. 독한 항암치료의 부작용으로 이도 거의 빠지고, 대장의 70% 이상과 소장 일부를 절제하며 소화 흡수 기능도 많이 떨어진 것. 음식 섭취도 쉽지 않은 데다 힘든 항암치료를 견디다 보니 몸무게도 10kg이 넘게 빠졌지만, 지금은 자신보단 가족들이 더 걱정이다. 아픈 아들 걱정에 그동안 고생만 하다 쓰러지신 어머니를 보며, 죄송스러운 아빠. 올해부터는 어머니와 함께 짓던 농사를 혼자서 해내야 하는데,  몸이 성치 않다 보니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가장 큰 걱정은 하나뿐인 딸 현지다. 아픈 아빠와 할머니 걱정에 일찍이 철든 현지를 생각하면 미안함이 앞서는 아빠. 주변에서는 다들 입을 모아 현지를 칭찬하지만, 나이답지 않게 커가는 딸을 보면 그 마음에 어떤 슬픔을 갖고 있을지. 점점 무거운 짐만 지어주는 것 같아 항상 미안하기만 하다.

 

#아빠와 할머니를 지키고 싶은 열여섯 현지

 

요즘 들어 가장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는 열여섯 현지. 아빠를 도와 밭일에 나서고, 할머니를 챙기고 나면 정신없이 하루가 지나간다. 늦은 밤이 돼서야 밀어뒀던 공부를 시작하는 현지. 혼자서 공부를 해내려니 힘든 부분도 많지만, 아빠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아 학원 대신 스스로의 노력을 택했다. 사람은 생각하는 대로 된다며, 긍정적인 생각만 하려 노력하는 현지. 자신이 힘들어하는 게 보이면 아빠와 할머니가 미안해할까. 두 분 앞에서는 늘 웃음을 잃지 않지만, 사실 혼자 있을 때면 불현듯 찾아오는 불안감은 어쩔 수가 없다. 점점 야위어가는 아빠와 할머니를 보며, 문득 아빠와 할머니와의 이별이 찾아오면 어쩌나 하는 걱정과 불안들을 애써 떨쳐내는 현지. 두 분에게 받아온 사랑만큼, 이제는 자신이 힘이 되어주고 싶은 현지는 오늘도 온통 아빠와 할머니를 위한 마음뿐이다. 

jjubika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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