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07:40 (목)
KBS '동행' 한별이의 첫 걸음
KBS '동행' 한별이의 첫 걸음
  • 정시환 기자
  • 승인 2022.06.17 15: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KBS '동행' 한별이의 첫 걸음
KBS '동행' 한별이의 첫 걸음

 

[스페셜타임스 정시환 기자] 뭐든 아내 유리 씨 대신 하려고 나서는 사랑꾼 효용 씨. 이른 아침, 한별이를 깨워 등원시키는 것부터 설거지와 청소 등 집안일도 능숙하다. 효용 씨 역시 남들보다 조금 어리숙한 탓에 사회생활을 하는 것이 녹록지 않았고, 자활센터의 도움을 받아 근로활동을 하며 자립을 준비했었다. 그러던 중 유난히 밝고 씩씩한 아내를 보고 첫눈에 반했고, 열렬한 구애 끝에 결혼에 성공했다. 누구보다 행복하게 해주리라 마음먹었지만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 결혼식조차 올리지 못했고, 한별이마저 아프게 되면서 아내에게 미안함 뿐인 효용 씨. 경제적으론 부족할지 몰라도 아내 유리 씨를 생각하는 마음만큼은 재벌 부럽지 않게 크다는데. 그렇기에 효용 씨는 아내가 조금이라도 더 쉴 수 있도록 육아에도 열심이다. 그런 남편이 고맙기도, 귀엽기도 한 아내 유리 씨. 집과 일터에서 하루 종일 함께하는데도 지겹기는커녕 더 애틋하단다. 눈앞에 놓인 현실이 막막하고 불안해도 아내가 있기에 웃을 수 있고, 두렵지 않다는 남편 효용 씨. 가족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일등 남편, 일등 가장이다. 

 

#재활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한별이

 

돌이 지날 때까지 배밀이조차 못한 한별이. 그저 남들보다 조금 느린 것뿐이라고 생각했는데,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받은 검사에서 ‘신생아 대뇌 백질연화증’ 진단을 받았다. 뇌에서 운동신경을 연결하는 혈관이 끊어지며 인지장애, 언어의 발달 지연 그리고 보행 이상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병으로 수술도, 명확한 치료법도 없다. 대신 증상들이 나빠지지 않도록 가능한 한 빨리 재활치료를 받아야 한다. 치료가 늦어질수록 뇌성마비 등의 심한 장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활근로를 통해 받는 돈, 약 200만 원으로 생활하고 있는 부부가 한별이의 치료비를 감당하기엔 버겁기만 하다. 신체 재활과 더불어 인지, 언어, 심리 재활까지 한 회차에 4~5만 원씩 드는 치료를 일주일에 수차례 받아야 하는 것을 감안하면 부부의 월급을 한별이 치료에만 다 쏟아부어도 모자란 상황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막상 치료를 시작한다고 해도 상주 근처에는 소아 재활치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도 많지 않아 어찌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부부가 당장 해줄 수 있는 거라곤 재활센터의 도움을 받아 집에서 운동을 시키는 것 뿐인데... 그저 한별이가 스스로 걷고, 말하고, 뛸 수 있기를, 부부는 오늘도 작은 소망을 그려본다.

 

#한별이에게 미안하기만 한 엄마 유리 씨

 

어린 시절 소아마비를 심하게 앓았던 엄마 유리 씨. 그 후유증으로 한쪽 다리를 심하게 절게 되었다. 하지만 절망하지 않고 누구보다 씩씩하고 밝게 이겨 내고 2년제 대학교에 까지 진학을 했다. 그러나 22살 무렵 뇌출혈로 아버지가 갑작스레 쓰러지게 되면서 생활전선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다. 자활센터 근로를 통해 생계비와 병원비를 버느라 몸도 마음도 지치고 힘들었던 시기, 옆에서 든든하게 힘이 돼주던 남편 효용 씨를 만나 가정을 꾸리게 됐다. 자신 때문에 딸이 고생하는 것 같아 늘 미안해하셨던 아버지에게 결혼 후 잘사는 모습을 보여드려 마음속 짐을 덜어드리고 싶었던 유리 씨. 하지만 소중한 딸 한별이가 ‘신생아 대뇌 백질연화증’을 앓게 되며 걱정만 하나 더 얹어드린 것은 아닌지, 속상하기만 하다. 장애를 안고 살아가야 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누구보다 잘 아는 유리 씨이기에 내 아이만큼은 건강하길 간절히 바랐다. 돌이 될 때까지 배밀이를 하지 못하는 한별이를 보면서도 그저 조금 늦을 뿐이라고 애써 부정했건만... 아픈 한별이를 볼 때면 모든 게 자신의 탓인 것 같아 가슴이 무너진다. 그러나 긍정의 힘을 믿는 엄마 유리 씨에게 극복하지 못 할 일이란 없다. 열심히 노력하다보면 한별이 역시 스스로 걷고 뛰고 말할 수 있는 날이 올 거라 믿어 의심치 않으며 다시 한번 힘을 내본다. 

jjubika1@naver.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