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6-29 03:10 (수)
[인터뷰] ‘우리들의 블루스’ 김규태∙김양희∙이정묵 감독이 밝힌 ‘인생 드라마’ 탄생 배경
[인터뷰] ‘우리들의 블루스’ 김규태∙김양희∙이정묵 감독이 밝힌 ‘인생 드라마’ 탄생 배경
  • 정시환 기자
  • 승인 2022.06.17 18: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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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 tvN ‘우리들의 블루스’
사진제공 = tvN ‘우리들의 블루스’

 

[스페셜타임스 정시환 기자] 지난 6월 12일 종영한 tvN 토일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극본 노희경/연출 김규태 김양희 이정묵/기획 스튜디오드래곤/제작 지티스트)는 삶의 끝자락, 절정 혹은 시작에 서 있는 모든 사람들의 달고도 쓴 인생을 응원하는 옴니버스 드라마다. ‘살아있는 우리 모두 행복하라’는 노희경 작가의 메시지를 전하며, 최종회 최고 시청률 18.6%(유료플랫폼, 수도권 가구 기준/닐슨코리아 제공)를 돌파해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노희경 작가와 6번째 호흡을 맞춘 김규태 감독을 필두로, 김양희, 이정묵 감독은 15명 주인공, 9개 에피소드를 아우르는 연출로 작품의 몰입도를 끌어올렸다. 감독진은 “대본 집필이 촬영이 시작되는 시점에 거의 끝났기 때문에, 작품에 대해 깊게 고민을 나누고 토론할 수 있는 시간이 확보돼 좋았다”라고 완성도를 높일 수 있던 이유를 말하며, “’각 에피소드가 ‘한 편의 영화’ 같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인물의 심리를 치밀하게 다루려 했다”라며 연출적으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을 설명했다.

 

감독진은 시청자들을 울린 마지막 에피소드 ‘옥동과 동석’ 에피소드에 대해 “김혜자(옥동 역), 이병헌(동석 역) 배우의 연기 앙상블은 기대보다 더 좋았다. 서 있기만 해도 그림이 됐다”라고 말하며, “눈 쌓인 한라산 장면은 가장 걱정이 컸는데, 놀랍게도 촬영일에 대본 상황에 딱 맞는 기상 상황이 허락됐다”라며 명장면 탄생 비화를 말했다.

 

또 첫 번째 에피소드를 ‘한수와 은희’로 삼은 이유와 ‘영옥과 정준, 그리고 영희’ 에피소드에 출연한 다운증후군 배우 정은혜가 남긴 감동, 15명 주인공들의 열연과 호평을 얻었던 연출 명장면에 대해 이야기했다. 다음은 제작진을 통해 진행된 김규태, 김양희, 이정묵 감독의 서면 인터뷰 일문일답이다.

 

Q. 옴니버스 드라마를 기획, 제작하는 데 있어서 작가-감독들 간 협업은 어떻게 이뤄졌는지?

 

A. 기존 공동연출 시스템의 경우, 스케줄적인 측면에서 불가피하게 운영되는 것이 관례였다. ‘우리들의 블루스’의 경우 연출자들 간의 시너지를 내기 위함이 목표였다. 메인 연출인 김규태 감독을 중심으로 세 명의 연출자가 기본적인 연출 기조와 목표를 잡아가는 회의를 수개월간 가졌다. 또한, 대본 집필이 촬영이 시작되는 시점에 거의 끝나서, 작가-연출팀 간에 극의 주제에 대해 깊게 고민을 나누고 토론할 수 있는 시간이 확보될 수 있어서 좋았다. 배우들 역시 대본 리딩을 풍부하게 하며, 캐릭터를 다질 수 있었던 것 같다.

 

Q. 연출적으로 가장 크게 중점을 둔 부분이 무엇인지?

 

A. 한 에피소드 분량이 2, 3시간 정도 볼륨이었기 때문에 각 에피소드가 한 편의 영화 같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인물의 심리를 치밀하게 다루려 했다. 촬영 방식도 인물의 감정을 강요하는 TBS(타이트 바스트 샷)이나 클로즈업 샷은 지양하려 했다. 때로는 인물의 정면보다 옆모습이나 뒷모습을 통해 감정을 표현했던 장면도 적지 않았다. 편집 역시 배우의 연기를 최대한 감상할 수 있도록 쇼트의 길이를 최대한 확보하려 했다. 조명과 미술도 최대한 과장하지 않고 리얼 톤으로, 다만 다채로운 색감을 표현하면서 생동감을 잃지 않으려 노력했다. 음악 작업 역시 중요했는데, 음악이 앞서가지 않도록 철저히 인물의 감정선에 맞춰 작업했다.

 

Q. 제주 오일장의 생동감 넘치는 배경과 제주 사투리 이해도를 높인 자막도 인상적이었는데, 제작진의 준비 과정과 고민한 지점이 궁금하다.

 

A. 메인 장소인 섭섭오일장은 고성오일장을 미술팀이 세팅해 촬영했다. 장이 서지 않는 날, 모든 물건과 상인들을 스태프들의 힘으로 구현할 수밖에 없었다. 사투리의 경우, 자문을 섭외해 배우들이 사전에 연습할 수 있도록 했다. 제주도 사투리의 난도가 높고, 낯설어 연출진도 고민이 많았지만, 배우들이 노력해 줘서 자연스럽게 구현이 잘 된 것 같다. 해설 자막을 넣는 것도 고민이 많았는데, 초반에는 최대한 많은 부분을 자막을 달아 의미가 잘 전달되도록 노력했고, 중요한 감정 장면의 경우 반드시 필요한 것이 아니면 몰입을 위해 자막 사용을 지양했다.

 

Q. (옥동과 동석) 김혜자, 이병헌 두 배우의 연기를 현장에서 바라본 소감은 어땠는지? 또 눈 쌓인 한라산을 오르는 촬영도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촬영에 얽힌 비하인드가 있다면?

 

A. 김혜자 배우와 이병헌 배우의 연기 앙상블에 대한 기대는 대본을 볼 때부터 아주 높았다. 촬영에 들어가 보니 기대했던 것보다 더 좋았다. 두 사람이 서 있기만 해도 그림이 되더라. 특히 두 배우는 연기를 현장의 분위기와 상대와의 앙상블을 최대한 살려가는 타입이라서, 생각지 못했던 더 좋은 것들이 발견될 때의 쾌감이 컸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두 배우의 투샷을 찍는다는 것 자체가 연출자로서 너무나 행복한 일이었다.

 

한라산 장면은 전체 분량 중 가장 걱정이 컸다. 기상 상황은 제작진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촬영이 예정된 날 대본 상황에 딱 맞는 기상 상황이 허락돼 너무 감사했다. 배우 포함 전 스태프가 촬영을 위해 새벽부터 한라산 등반을 시작했다. 특히 이병헌 배우의 경우 말미에서 출발했음에도 도착할 때는 선두팀과 함께 도착했다. 단 한 번의 힘든 기색 없이 스태프들을 오히려 응원하며 함께 등반해 준 덕분에 명장면이 탄생한 것 같다.

 

Q. (한수와 은희) 첫 에피소드를 ‘한수와 은희’로 삼은 이유가 있었나? 차승원(한수 역), 이정은(은희 역) 배우의 재발견 또한 인상적이었는데 어떻게 봤는지?

 

A. 은희는 ‘푸릉’ 커뮤니티 중심에 있다. 한수,미란,인권,호식의 고교동창이자 때로는 옥동,춘희의 자식이고, 동석,정준의 누이이자, 외지인인 영옥에겐 정붙일 수 있는 홈메이트다. 극 중 인권의 대사처럼 은희는 ‘푸릉’의 기둥이자 종착역이다. 이런 은희를 필두로 옴니버스를 시작하는 것이 ‘푸릉’이라는 가상의 세계관을 시청자들에게 편안하게 소개할 수 있는 방식이라 생각했다. 게다가 ‘첫사랑’에 대한 향수는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코드이기 때문에 가장 대중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차승원 배우와 이정은 배우의 경우 케미스트리는 모든 에피소드 중 가장 예상이 되지 않는, 그래서 더 신선한 조합이었다고 생각한다. 첫 촬영 때부터 두 배우의 호흡이 너무 좋았다.

 

Q. (동석과 선아) 선아의 우울증 연출도 많은 관심을 받았다. 신민아(선아 역) 배우와 이 장면들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A. 선아의 우울증 표현은 연출적인 과제였다. VFX(시각적 특수효과)를 최대한 지양하고, 배우의 연기 톤을 믿고 표현하는 것이 이야기 톤에 가장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 작가님께서 그려내는 ‘우울증’이 단순히 무기력하고 절망적인 느낌이 아니라, 굉장히 복합적인 측면이 있었는데 그 오묘한 지점을 신민아 배우가 탁월하게 표현해줘서 연출자로서 의지가 정말 많이 됐다. 특히 방파제에서 아들 열이의 대사를 회상하며 절망하는 장면에서는 신민아 배우의 눈빛 하나로 대본에 있던 디테일한 지문과 상황이 한 번에 표현됐다. 연출자로서 정말 짜릿한 순간이었다.

 

Q. (영옥과 정준, 그리고 영희) 영희의 등장으로 영옥과 정준의 로맨스도 전반부, 후반부 분위기도 확 달라졌다. 이 셋의 관계가 어떻게 비쳤으면 했는지?

 

A. 15회 엔딩을 보고 나서, 4회 엔딩을 다시 본다면 한지민(영옥 역), 김우빈(정준 역) 두 배우의 연기가 얼마나 디테일했는지 느낄 수 있다. 정준의 고백에 ‘그가 정말 좋아질까’ 덜컥 겁이 난 영옥의 흔들리는 눈빛은 한지민 배우만이 표현할 수 있었을 것이다. 정준은 따뜻하고, 사유할 줄 알고, 기다릴 줄 아는, 성숙한 남자주인공의 모습을 하고 있다. 김우빈 배우의 실제 모습이 정준과 흡사한 측면이 많다. 영희의 등장으로 로맨틱 코미디에 가까웠던 둘의 사랑은 인생을 걸고 맞서는 멜로로 전환된다. 어떤 장애물을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세 사람이 어떻게 성장하고 어떻게 서로를 받아들이는지 포커스를 맞췄다.

 

Q. (영옥과 정준, 그리고 영희) 영희 역을 실제 다운증후군을 가진 정은혜 배우가 연기했다는 것이 많은 주목을 받았다. 작업 소감이 궁금하다.

 

A. 실제 다운증후군 배우가 영희를 연기하지 않는다면, 사실 이 에피소드의 의의가 희석되는 부분이 있었을 것이다. 선물처럼 정은혜 배우를 만나게 됐다. 편집이 완성되는 과정에서 그녀의 연기가 주는 감동이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제작진도 사실 극 중 정준처럼 다운증후군에 대해, 정은혜 배우에 대해 잘 몰랐기 때문에, 솔직히 걱정도 많았다. 초반 촬영은 내색하진 않았지만 초긴장 상태였다. 그럼에도 정은혜 배우가 생각보다 빠르게 적응하고 촬영 자체를 즐거워했다. 촬영이 진행될수록 정은혜 배우 특유의 밝은 기운 덕분에 현장 분위기가 더 좋아졌다.

 

Q. (미란과 은희) 중년 여성들의 우정 또한 많은 주목을 받았다. 노희경 작가도 ‘칼로 회를 뜨듯 한칼 한칼 저미는 연기를 했다’며 인상 깊게 본 엄정화(미란 역), 이정은(은희 역) 배우의 연기 호흡. 현장에서는 어땠는지?

 

A. 아마 이 장면이 20회를 통틀어 가장 긴 장면일 것이다. 심지어 두 인물이 집요하게 대사로만 연기를 해야 하는 장면이었기에 촬영 전에는 걱정도 있었다. 그러나 리허설이 시작되고 걱정은 놀라움으로 바뀌었다. 두 배우가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한마디 한마디 하는데 현장에 있는 모두가 숨을 죽였다. 감정을 표현할 때와 절제할 때를 조절하는 두 배우의 연기는 최고였다.

 

Q. (춘희와 은기) 에피소드 속 동화 같은 연출도 눈길을 사로잡았다. 연출 의도가 있었는지? 실제 할머니와 손녀 같았던 고두심(춘희 역), 기소유(은기 역) 배우의 현장 호흡도 궁금하다.

 

A. 어쩌면 가장 잔인할 수 있는 에피소드인 ‘춘희와 은기’는 철저하게 은기의 시선으로 바라봐 줬으면 했다. 따라서 이 에피소드에 한해서는 과장되면서도 동화 같은 표현을 허용했다. 기소유 배우는 촬영 당시 만 4세였다. 한글도 모르는 아이가 대사를 외우며 자기 할 몫 이상을 해냈다. 소유가 우리에게 온 건 행운이다. 두 배우의 완벽한 호흡은 소유를 친손녀처럼 귀여워해 주면서도 동등한 배우로서 대해주신 고두심 배우의 마음과 촬영장을 두려워하지 않고 멋진 연기를 보여준 소유의 노력 덕분에 가능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Q. (인권과 호식, 영주와 현) ‘우리들의 블루스’로 발견된 배우들도 있다. 박지환(인권 역), 최영준(호식 역), 배현성(현 역), 노윤서(영주 역) 배우다. 캐스팅 과정 및 작업 소감이 궁금하다.

 

A. 박지환, 최영준 배우의 경우 다수의 드라마, 영화에서 신스틸러로, 이미 연기력이 입증된 배우였다. 실제 두 배우의 나이가 1980년생으로 극중 나이에 비해 많이 어리지만, 배우의 매력 만을 믿고 캐스팅했다. 이렇게 매력적이고 연기력이 뛰어난 배우들이 주인공 연기를 했을 때의 폭발력은 어떨지 너무 보고 싶었고, 제작진의 기대만큼 시청자분들이 크게 호응해 줘서 너무 감사했다.

 

배현성 배우는 실제로 만나보니 순수하고 반듯한 느낌 사이에 아주 날카로운 선이 보였다. 현이는 깡패 같은 인권이와 끝까지 팽팽하게 붙어야 하는 역할이었기 때문에 배현성 배우의 그런 이중적인 매력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노윤서 배우는 좀 흔한 얘기일 수 있지만, 오디션을 볼 때 정말 영주가 걸어오는 듯한 느낌이었다. 연기 경력이 전무하다는 것이 고민이었지만, 수차례 미팅을 통해 확신을 가지고 캐스팅을 했는데, 기대보다 훨씬 더 잘 연기해 줘서 고맙다.

 

Q. 시청자들의 반응 중 기억에 남는 댓글이 있다면?

 

A. ‘영옥과 정준 그리고 영희’ 편 영상에 발달장애 동생을 둔 시청자분의 댓글을 보고 많이 울었던 기억이 난다. SNS에 긴 감상평 끝에 해시태그로 #영옥아결혼할수있어 #사랑을믿어봐 라고 남겨주셨는데, 프로덕션의 모든 피로감이 한순간에 날아갈 정도로 감사하고 소중한 댓글이었다. 드라마만큼이나 시청자들의 소중한 반응을 보며 많이 울었던 기억이 난다. 정말 감사하다.

 

Q. '우리들의 블루스'를 사랑해 준 시청자들에게 마지막 인사 말씀 부탁드린다.

 

A. 노희경 작가님의 말을 인용해서, 꼭 다시 한번 드리고 싶은 말씀. 우리는 오직 행복하기 위해 태어났다는 것. 모든 분들이 반드시 행복하셨으면 좋겠다.

jjubika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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