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0-04 22:00 (화)
시사기획 창, 미 국무부 '2022년 인신매매 보고서' 2등급 강등
시사기획 창, 미 국무부 '2022년 인신매매 보고서' 2등급 강등
  • 정시환 기자
  • 승인 2022.08.08 12: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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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기획 창, 미 국무부 '2022년 인신매매 보고서' 2등급 강등
시사기획 창, 미 국무부 '2022년 인신매매 보고서' 2등급 강등

 

[스페셜타임스 정시환 기자] "한국을 너무 좋아해요. 한국 연예인, 드라마, 음식, 패션, 심지어 메이크업도 따라 하고 싶어요."

 

태국에서 만난 한 마사지 교육생은 'KOREA'란 단어 한마디를 듣자마자 반색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안타깝게도 50살이 넘은 늦깎이 교육생이라며, 만약 좀 더 젊었다면 새로운 경험도 할 겸 한국에 취업했을 것이라는 농담을 건넸습니다.

 

그 교육생과 헤어져 돌아오는 길에, 그녀가 50살이라서 다행이라고, 그래서 한국에 오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 "한국에서 나는 성매매 여성이었습니다"

 

여성들에겐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정보가 열악한 외진 지역에 살고, 가족을 위해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가장이었습니다. 한국에 호감을 느끼고 있었던 점도, 사람을 잘 믿고 따랐다는 점도 닮았습니다.

 

사람들은 그 마음을 이용했습니다. 그럴듯한 일자리를 소개해 주겠다며 거짓말로 속여 한국에 데려왔습니다. 인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여권, 휴대전화를 빼앗고 때로 남자들을 한 방에 두어 감시했습니다.

 

낯선 나라, 낯선 언어, 그리고 낯선 사람들은 여성들을 나약하게 만드는 좋은 장치였습니다. 여성들은 성매매에 동원됐습니다. 업주의 말을 듣지 않으면 협박을 당했습니다. 제대로 된 임금도 받지 못했습니다. 생리를 멈추게 하는 주사를 몸에 맞았습니다. 도구나 다름없는 삶을 살지만, 업소에서 가까스로 도망쳐도 희망은 없습니다.

 

■ "아무도 내 말을 믿어주지 않아요"

 

경찰에 신고하거나 소송을 제기해도 돌아오는 결과는 대부분 '증거 불충분', 여성들의 주장은 인정되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여성들이 왜 증거를 모을 수 없었는지 그 이유를 궁금해하지 않으니까요.

 

대부분 지쳐 떠나거나 숨어 버리지만, 누군가는 용기를 내기도 합니다.

 

민사 소송을 준비하는 한 여성은 "업소 밖으로 나와보니 나보다 더 힘든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인생에서 한 번쯤 스스로를 위해 싸워 보기로 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녀는 인터뷰가 끝난 뒤, 긴장이 풀린 듯 한참 울었습니다. 단단해 보였던 그녀의 나이, 올해 23살입니다.

 

■ 20년 만의 '최악' 성적표…국제 사회의 경고

 

미 국무부는 지난달 발표한 <2022년 인신매매 보고서>에서 한국을 최상위 등급인 1등급에서 2등급으로 강등 시켰습니다. 20년 만에 나온 최악의 성적표입니다.

 

우리 정부가 인신매매 피해자를 계속 보고 받지만, 제대로 된 개선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게 그 이유입니다.

 

실제 태국에서는 한국행 마사지 취업에 대한 사회적 경고등이 커졌고, 현지 인력 송출 업체가 형사 처벌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한국 경찰과의 협조는 이뤄지지 않고, 업소를 운영하고 성매매를 강요한 이들은 처벌되지 않습니다.

 

인신매매 피해자는 여성만이 아닙니다. 남성은 바다에서, 장애인은 논밭에서 죽도록 일하고 있습니다. 취약한 계층일수록 피해자가 되기 쉬운데, 취약한 계층이어서 주목 받지 못합니다.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인신매매 수법은 점점 교묘한 방법으로 진화하며, 아무도 하고 싶지 않은 일에 가장 나약한 사람들을 밀어 넣고 있습니다.

 

통계조차 파악되지 않는 숨겨진 사람들, 외면하거나 말하지 않는다고 지워지지 않는 이야기.

 

철저하게 소외받은 사람들의 사연을 9일 KBS 시사기획 창 '2022 인신매매 보고서'에서 꼼꼼히 기록했습니다.

jjubika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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