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15:40 (목)
동네 한 바퀴 205회, 이만기, 맛과 자연과 휴식의 도시 양양에 가다!
동네 한 바퀴 205회, 이만기, 맛과 자연과 휴식의 도시 양양에 가다!
  • 정시환 기자
  • 승인 2023.01.26 12: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페셜타임스 정시환 기자] 襄(오를 양) 陽(볕 양) 해오름의 고장 양양은 그 이름처럼 떠오르는 도시, 몇 년 새 교통 접근성이 좋아지며 휴양 명소로 주목받고 있다.

 

산과 강과 바다를 모두 오갈 수 있기에 양양에 오면 다툴 일이 없다. 산이 좋은 이는 설악산으로, 쪽빛 바다가 좋은 이는 동해로 가면 된다. 천혜의 경관을 가진 동네에서는 사람들도 자연처럼, 자연스럽게 살아간다. 205번째 <동네한바퀴>에서는 욕심을 내려놓고 생긴 대로, 가진 대로 한 폭의 풍경이 되는 삶을 닮아가 본다.

 

▶ 겨울이라 더 좋다, 설악산 오색약수

 

해외여행도, 호캉스도 없던 시절. 설악산은 대한민국 대표 휴가 명소였다. 그중에서도 오색약수는 꼭 한 번쯤 들러봐야 할 코스 중 하나. 만병통치약이라는 소문에 참 많은 사람이 이곳 물을 마시며 만수무강을 기원했단다. 약수터 아래로 내려가면 그 귀한 오색약수로 밥을 짓는 집들이 줄줄이 이어져 있다. 가을까지 채취한 설악산자락 산채와 함께 내놓는 오색약수 돌솥 밥은 그냥 지나가기엔 아쉬운 별미. 추위를 피해 들어간 가게엔 한 상 가득 사계절 설악산이 펼쳐진다. 이만기는 한평생 ‘산꾼’으로 살던 주인 부부의 이야기를 들으며 겨울 산의 낭만을 만끽한다.

 

▶ 강릉 최씨 집성촌 8총사 어머니들의 양양 과줄

 

꿀과 기름을 섞어 튀겨 만드는 전통 한과, 과줄. 10년 전 마을 회관에 모여 만날 화투만 치지 말고 좀 생산적인 일을 해보자 마음먹었다는 45명의 부녀회 어머니들. 이젠 최정예 요원 딱 8명뿐이지만 의리보다 진한 가족애로 똘똘 뭉쳐 어머니들은 농한기 내내 한과로 돈주머니 쏠쏠히 채우고 계신단다. 한눈에 봐도 굉장한 단합력의 비밀은 모두가 한 식구라는 것이라고. 강릉 최씨 집성촌 조산리에서 ‘형님’, ‘아우’ 하며 만들어내는 과줄은 과연 어떤 맛일까.

 

▶ 행복을 찾아서, 죽도 해수욕장 귀촌 가족

 

초고령화 지역으로 손꼽히던 양양이 젊어지고 있다. 몇 년 새 서핑 명소가 되어서다. 매일 눈만 뜨면 파도부터 확인하는 젊은이들이 죽도 해수욕장 주위로 모여 산다.

 

한때 서핑을 목적으로 양양에 오가다가 결혼 후 아이를 데리고 온 젊은 부부도 있다. 8살 아들을 둔 서민정 씨는 5년째 아들과 이곳에 살며 매일 같이 바다에 나온다. 그곳에서 모래사장 속 보물을 찾는다는 모자, 유리병 속에 넣는 건 유리 조각이다. 사람이 버리고 바다가 쓸어가 파도로 깎은 유리는 흡사 보석 같아서 좋은 작품 도구가 된다. 치유의 힘을 알게 해준 곳에서 그녀는 가족들과 하루하루 선물 같은 시간을 만들어가고 있다.

 

▶ ‘쉼’이 머무르는 곳, 바다 위의 암자 휴휴암(休休庵)

 

‘일상의 번뇌를 내려놓고 쉬고 또 쉬어간다.’

 

현남면 바닷가에 자리한 암자 휴휴암은 불심(佛心)이 없어도 좋은 절이다. 너른 바위 위에 서도 팔만 사천 번뇌가 바다 너머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바위 주변으로는 해가 뜨면 이곳으로 왔다가 해질녘이면 바다로 떠난다는 물고기 떼가 있다. 탐욕과 성냄, 노여움과 질투를 푸른 파도에 실어 보낸다. 씻긴 마음이 머무는 곳엔 평화가 있다.

 

▶ 겨울 바다의 맛! 부부를 살린 곰치김치국

 

이맘때 동해에 오면 먹어야 할 음식, 바로 곰치국이다. 30년 전, 이숙자 부부가 이곳에서 가게를 차리던 시절에도 곰치는 여전히 버리지 못 해 먹는 생선이었다. 하지만 동해 앞에서 ‘바닥까지 쳐봤던’ 부부에겐 기회의 생선이었다. 부부는 맑은 탕 대신 어부들이 먹던 방식처럼 묵은지를 넣고 끓이되 각종 노하우를 개발해 맛을 특화시켰다.

 

그사이 귀해진 곰치는 귀족 생선이 되어 한 마리에 수십만 원을 호가한다. 그래도 이 바다에 곰치가 존재하는 한 마지막 그 순간까지 곰치국을 끓일 거라는 부부. 시린 겨울 바다의 향을 품은 부부의 자존심, 곰치김치국을 만나본다.

 

▶ 충청도 며느리의 인생 역작, 강원도 명태김치

 

동네에서도 장독 많은 집으로 불리는 서성준 씨에게는 눈물 젖은 김치가 있다. 바로 이 겨울이면 한 달 새 몇 번이고 담는다는 명태김치다. 인생은 마음먹은 대로 풀리는 것이 아니라고, 시부모님에 시동생과 함께 사는 양양 생활은 무엇 하나 쉬운 구석이 없었다. 그중 가장 어려웠던 게 바로 음식. 아픈 시어머니가 담아놓은 장독 안 김치는 왜 그리도 맛있던지. 매일 전화기 붙들고 친정엄마에게 물어가며 만들었던 충청도식 밥상은 입맛 까다로운 시아버지 앞에서 다 퇴짜였지만 수십, 수백 번 재현해보려 애썼던 명태김치는 기어이 인정받고야 말았다. 애쓰고 애써 이뤄낸 그녀의 인생 역작, 강원도 명태김치를 맛본다.

 

▶ 양양에서 인생 2막, 두부로 새 길 찾는 부부

 

산과 강, 바다가 모두 좋은 양양은 지친 마음을 달래기 좋은 곳. 10년 전 암 수술하고 양양에 오가다 정착해버린 이원덕 씨에게도 천혜의 환경은 그 자체로 치유가 된단다. 그는 3년 전부터 이곳에서 두부와 섭국을 만들며 건강을 회복하고 있는데, 처음엔 아직 젊은 나이라 도시 생활해야 하는 아내와 자녀들을 뒤로하고 홀로 이곳에 왔다. 내가 좋아 선택한 동네는 살수록 정들었지만, 가족과 함께 할 수 없다는 건 마음속 허전함을 크게 만들었다. 그렇게 방황 아닌 방황을 하던 시기, 아내가 큰 결심 끝에 양양에 왔다. 직장도, 학생인 아이들도 잠시 뒤로 하고 오직 남편 하나만 보고 온 낯선 동네. 곡절 많은 시간 속에서도 혼자가 아니라 더 단단해지는 부부의 사랑을 만나본다.

 

열린 마음으로 자연에서 호흡하며 주어진 만큼 만족할 줄 아는 사람들의 동네. 강원도 양양 편은 1월 28일 저녁 7시 10분 <동네 한 바퀴> [205화 3色이 조화롭다 – 강원도 양양] 편에서 공개된다.

jjubika1@naver.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