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00:30 (금)
건축탐구 집, 지푸라기로 만든집 ‘스트로 베일 하우스’...나니아 연대기 재현 '쾌걸가', 'Yours'...벽돌외장의 패시브 하우스
건축탐구 집, 지푸라기로 만든집 ‘스트로 베일 하우스’...나니아 연대기 재현 '쾌걸가', 'Yours'...벽돌외장의 패시브 하우스
  • 정시환 기자
  • 승인 2023.01.30 11: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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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탐구 집
건축탐구 집

 

[스페셜타임스 정시환 기자] 경기도 동두천, 서로를 쏙 빼닮은 쌍둥이 집이 두 채 있다. 유럽풍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이 집은 살굿빛이 도는 스페인식 기와지붕이 포인트다. 하지만 이 집의 진가는 직접 집 안으로 들어가 봐야 확인할 수 있다. 둥글둥글한 모서리를 가진 벽면은 볏짚을 압축해 쌓아 만든 것. 벽면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음각 액자에는 숭숭 구멍이 난 볏짚이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 책 속에서만 보던 ‘스트로 베일 하우스’ 라는 증거인 것. 인영씨는 시간이 흘러 그들이 이 세상에 없을 때 이 집 역시 그들과 함께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길 원했고, 자연 재료인 지푸라기, 흙, 황토, 석회로 만든 ‘스트로 베일 하우스’로 집을 지었다. 집을 짓겠다는 일념 하나로 다니던 직장을 1년 휴직까지 하고 내 집 짓는 그 현장에 잡부로 나섰다.

 

지푸라기로 만들어, 벽이 숨을 쉰다는 스트로 베일 하우스는 부엌에 후드가 없을 정도로 냄새를 빼는데 탁월하다. 숨 쉬는 벽은 적정 습도를 조절해서 집 안이 건조할 날도, 습한 날도 없을 만큼 건강한 집으로 완성됐다. 물론 벽이 약해 자주 손을 봐줘야 한다는 하는 수고로움이 따르지만, 그만큼 자주 들여다보고 더 사랑할 수 있어 인영씨는 다행이다 싶다.

 

특히 인영씨가 이 집을 더 사랑하는 이유는 집 안 곳곳에 그의 로망이 자라나고 있기 때문이다. 판타지 소설 <나니아 연대기> 덕후인 인영씨는 집 안 곳곳에 <나니아 연대기>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담아냈다. 사자 아슬란이 다시 살아난 돌 탁자에, 다른 세상으로 향하는 문인 옷장, 그리고 탑차의 적재 공간을 땅에 묻어 만든 지하 세계까지. 그의 집 곳곳을 탐험하다 보면 환상의 세계 나니아로 들어와 있는 듯하다.

 

이동식 옷장인 가림막 천을 지나 만나는 2층 구름다리. 그 구름다리를 건너면, 마치 소설 <나니아 연대기>처럼 또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소설<나니아 연대기>을 넘어서는 <이웃집 연대기>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곳엔 인영씨의 직장동료로 인영씨네 가족과 헐거운 연대를 유지하며 살아가는 선아씨의 집이 자리해 있다. 두 번의 암으로 힘들었던 선아씨에게는 누구보다 따뜻한 위로가 필요했고, 그때 기꺼이 그녀를 품어 안아준 이들이 바로 가족과 지금 옆에 사는 이웃들. 그렇게 위로받을 수 있는 이들의 곁에 살고 싶다는 소망으로 헐거운 이웃집 연대기의 서막이 열린 것이다. 선아씨의 집에는 아내를 사랑하는 남편 성철씨의 마음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주차장에서 내려 집으로 걸어가는 길에는 선아씨를 위해 깔아놓은 레드카펫 <아내의 길>이 있고, 안방엔 선아씨의 안식처가 되어 준다는 남편표 책장이 있다. 거기에다 이제는 강아지 메시의 집이 되어버린 창고, 스머프 집까지. 집안 곳곳엔 남편 성철씨의 사랑의 손길이 안 닿은 곳이 없다.

 

어느 날은 다투기도 하고, 어느 날은 서로 의지가 되기도 하고, 어느 날은 웃기도, 울기도 하고. 끈끈하진 않아도 헐거운 이웃집 연대를 유지 중인 두 집을 탐구해보자!

 

지구와 가족을 구하는 벽돌외장의 패시브 하우스

 

공구를 자주 빌리러 오는 앞집 남자 구형규씨도 헐거운 연대기에 발을 들인 지 벌써 3년째다. 인영씨를 따라 이곳으로 세 번째로 이사를 오게 되었고, 네 번째 가족도 곧 이사 올 예정이라고.

 

형규씨 역시 자신의 집을 짓기 위해 1년간 휴직을 감행했다. 그렇게 주경야독으로 공부해 가며 선택한 집이 패시브 하우스. 지구를 살리고 가족을 구하는 집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완성된 집은 2.5리터의 패시브 하우스. 올겨울 최고로 많이 나온 난방비는 4만 5천원이고, 태양열 발열판 덕분에 전기세는 한 달 천원이 전부다. 에너지를 아끼는 집으로는 최고의 선택을 한 것. 또한 남들과 똑같은 집을 짓고 싶지 않아 표준주택 설계 도면에서 뺄 건 빼고, 더할 건 더했다고. 덕분에 아파트에선 절대 가질 수 없었던 순환형 회전 구조를 집에 도입, 3살 늦둥이가 맘껏 뛰어다녀도 괜찮은 가족만의 따뜻한 집을 만들어 냈다.

 

자연을 생각하고, 가족을 생각하여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 지은 건강한 집. 함께 이웃집 연대기를 써 내려가는 세 번째 집을 탐구해 보자!

jjubika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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