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10:30 (금)
다큐 ON 포스트 휴먼, 나는 누구인가? 인간형 로봇의 진화
다큐 ON 포스트 휴먼, 나는 누구인가? 인간형 로봇의 진화
  • 최선은
  • 승인 2023.04.29 11: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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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 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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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타임스 최선은 기자] 사람은 본능적으로 자신과 닮은 존재를 세상에 남기고 싶어 한다. 우리는 아주 오래전부터 인간을 닮은 존재를, 더 나아가 또 다른 생명을 창조하기를 열망해 왔다. 그리고 기술 발전과 함께 그 존재들은 우리 곁으로 가까이 다가왔다. 가상 인간과 인간형 로봇이다. 

 

▶아담 이후 25년, 가상 인간은 어떻게 불쾌한 골짜기를 극복했나

 

유튜브에서 노래와 댄스 커버 영상을 올리는 유튜버 ‘루이’. 가요면 가요, 팝이면 팝, 댄스면 댄스, 장르를 가리지 않고 뛰어난 실력을 자랑하던 그녀가 어느새 12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가 되었다. 그녀는 현실 세계에는 존재하지 않는 사람, 즉 ‘가상 인간’이다. 또, 국내 최초의 가상 인간 인플루언서인 ‘로지’는 각종 브랜드의 광고 모델로 활약하며 2021년 한해에만 광고 수익으로 10억 이상을 벌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가상 인간 제작 기술을 통해 현실과는 전혀 다른 얼굴을 선택해서 스스로를 표현하고 새로운 인간관계를 맺으며 살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에 가상 인간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98년. 사이버 가수 아담이 등장하면서부터다. 당시 9시 뉴스에도 나올 만큼 큰 인기를 누렸던 아담. 가상 인간도 실재하는 연예인처럼 활동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매우 컸다. 그러나 활동 1년 만에 돌연 종적을 감춰버렸다. 기술 부족으로 인해 불쾌한 골짜기를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불쾌한 골짜기는 사람이 아닌 존재가 인간을 닮을수록 호감도가 증가하다가 일정 수준 이상 닮으면 불완전성이 오히려 부각돼 비호감으로 바뀌게 되고 그러다 인간과 똑같아지는 순간 다시 호감이 증가한다는 이론이다. 아담 이후 25년, 가상 인간은 어떻게 불쾌한 골짜기를 극복하고 우리 곁으로 다가온 것일까? 과거와 달리 고도화된 기술을 기반으로 한계를 뛰어넘은 루이, 아일라, 민지오, 로지 등 다양한 가상 인간의 세계를 만나보고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가상 인간의 잠재력을 들여다본다. 

 

▶로봇이 사람을 닮아야 하는 이유

 

디지털 세상에 가상 인간이 존재한다면 현실 세상에는 실제로 만질 수 있고 마주할 수 있는 인간형 로봇이 존재한다. 

 

오사카 대학교의 이시구로 교수는 로봇공학자 가운데 인간을 똑 닮은 로봇만을 고집한다. 인간의 뇌가 인간을 인식하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에 인간다움이 부족할 경우 매우 불쾌감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유다. 그는 자신의 쌍둥이 로봇인 ‘제미노이드 HI-1’을 포함해 여성 모델의 복제판 로봇을 만들어 영화에도 출연시켰다. 최근엔 인공지능 기술을 기반으로 자율적 대화가 가능한 로봇 ‘에리카’를 개발하기도 했다. 그가 연구하는 인간형 로봇의 연구 포인트는 인간과 로봇의 ‘소통’에 있다. 

 

홍콩의 소피아는 인간의 몸짓과 표정을 흉내 내며 특정한 질문에 대답하고 미리 정의된 주제에 대해 간단한 대화를 할 수 있는 소셜 인간형 로봇이다. 32개의 모터를 이용해 얼굴 표현을 만들어 내고 슬픔 같은 커다란 감정도 나타낼 수 있다.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친구를 만들고 싶다는 바람과 욕망이 만들어 낸 인간형 로봇들의 진화 현장들을 만나본다. 

 

▶진정한 인간형 로봇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왜 인간과 비슷한 존재를 원할까? 인간과 비슷하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젊은 천재 과학자이자 로봇공학자인 미국의 데니스 홍 교수는 인간을 위한다는 기본 전제 아래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세계 로봇 교육과 연구를 위해 소스를 무료로 공개한 다윈 OP와 미국 최초의 인간형 로봇 찰리 모두 그의 작품이다. 153cm 키의 찰리는 학습지능을 가진 인지적 자율행동 로봇으로 카메라를 통해 주변을 인식하며 스스로 이족보행이 가능하다. 

 

그가 생각하는 인간형 로봇이란 단지 외형만 인간을 닮은 로봇이 아닌. 인간과 같은 환경에서 함께 살며 인간이 할 수 없는 일과 해서는 안 되는 일을 대신하며 실질적 도움을 주는 로봇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그의 인생에서 커다란 전환점이 됐다. 사고 3년 후 사람 대신 최첨단 로봇을 현장에 투입했지만, 고농도 방사능에 노출돼 단 몇 초 만에 작동을 멈춘 로봇을 보며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로봇 개발의 방향을 바꿨고 인간에 더 가까운 인간형 로봇,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로봇을 만들 수 있을지 생각하게 됐다는데...

 

▶인공지능과 로봇이 결합한다면?

 

이런 가운데 챗GPT의 등장은 인간형 로봇과 AI의 결합이라는 새로운 시도에 눈을 돌리게 하고 있다. 지난해 공개된 영국의 인간형 로봇 아메카. 아메카는 챗GPT가 적용돼 다양한 언어로 대화하는 특징을 가졌는데 생생한 얼굴 표정과 감정까지 보여주는 게 매우 인상적이다. 연구진은 아메카가 혐오감을 나타낼 수 있는지 시험하기 위해 ‘아메카, 너한테서 냄새가 난다’고 놀렸는데 이에 아메카는 미간을 찡그린 채 ‘무슨 의도로 그렇게 말하는 거냐’며 매우 언짢아하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사람과 같은 인공지능을 구현해 내고자 하는 인류의 오랜 꿈이 결국에는 실현될 것을 예상하며 우리가 창조한 새로운 인간을 어떻게 바라보고 대응해야 할지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왜냐하면 인간형 로봇은 인간을 대신하는 조력자가 아닌 주체적인 행위자로서, 개인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존재가 아닌 사회적인 존재로서 등장할 것이기 때문이다. 로봇과 진정한 공존을 위해 인간에게 남겨진 과제는 무엇인지 고민해 본다.

jjubika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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