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중근(1879∼1910) 의사가 뤼순 감옥에서 남긴 글씨가 일본에서 국내로 돌아왔다.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8월 5일 청와대에서 진행된 국가유산청 업무보고 자리에서 "일본에서 환수된 안중근 의사 유묵(遺墨)을 8월 중 국민에게 공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묵은 세상을 떠난 이가 생전에 남긴 글씨나 그림을 가리킨다.
국가유산청과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이 들여온 이 글씨에는 '만국공법불여대포'(萬國公法不如大砲) 여덟 자가 적혀 있다. 19세기 후반 조선에 들어온 국제법 체계인 '만국공법'이 대포보다 못하다는 의미다. 국가유산청은 안 의사가 순국을 며칠 앞둔 시점에 이 글씨를 썼다고 설명했다. 두 기관은 8월 13일 서울 덕수궁 중명전에서 언론 공개회를 열어 환수 경위와 유묵의 주요 특징을 밝힐 예정이다.
안 의사는 1909년 10월 26일 하얼빈역에서 한반도 식민지화를 이끈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1841∼1909)를 저격했고, 이듬해 2월 사형을 선고받았다. 형 집행까지 약 40일 동안 옥중에서 다수의 글씨를 남긴 것으로 전해진다. 유묵에는 경술년(1910년) 2월 또는 3월에 '대한국인 안중근'이 썼다는 문구와 함께, 인장 대신 손바닥에 먹을 묻혀 찍은 손바닥 도장이 남아 있다. 국가유산포털 기준으로 보물로 지정된 안 의사의 유묵은 모두 31점이다.
현존하는 유묵 가운데는 '논어'나 '사기' 같은 고전 구절을 옮긴 작품과 자신의 심경이나 세태를 짚은 글씨가 함께 전한다. 일본인 기자 고마쓰 모토코(小松元吾)에게 써준 '지사인인살신성인'(志士仁人殺身成仁)은 뜻있는 선비와 어진 이는 몸을 바쳐 인을 이룬다는 논어 위령공 편 구절에서 따왔고, 동국대가 소장 중인 '일일부독서구중생형극'(一日不讀書口中生荊棘)은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는 뜻이다. 경매와 구입, 기증을 통한 환수도 이어져 고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의 딸 구혜정 여사와 이상현 태인 대표는 경매로 낙찰받은 '녹죽'(綠竹) 유묵을 지난해 전시에서 선보였다.
반면 소재가 확인되지 않는 유묵도 있다. 1972년 보물로 지정된 '치악의악식자부족여의'(恥惡衣惡食者不足與議)는 홍익대를 세운 이도영(1913∼1973)이 청와대에 기증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현재 있는 곳이 분명하지 않아 도난 국가유산으로 등록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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