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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치호 칼럼] 두 학생 이야기
[한치호 칼럼] 두 학생 이야기
  • 스페셜타임즈
  • 승인 2019.02.17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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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치호 행복경제연구 소장
한치호 행복경제연구 소장

 

[스페셜타임스] 수도권의 전문대학에서 겸임교수로 학생들에게 강의를 해온지 4년째이다. 지방의 국립대에서 한 학기 수업을 진행했으니 엄밀히 말하면 4년하고도 반년을 더했다. 소위 말하는 명문대학은 아니지만 학생들과 수업을 하면서 느끼는 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번 방학에는 두 명의 학생이 일부러 나를 만나기를 청했다. 한명의 학생은 이미 졸업을 해서 4년대 대학에 편입을 한 학생이고 한명은 졸업을 앞둔 학생이었다. 

 

편입해서 4학년에 올라가는 학생은 교수님께 정말 감사드린다며 자신의 변화된 모습을 이야기했다. 강의 시간에 그렇게 강조했던 책읽기와 성적관리를 실천했더니 생각이 변화하고 인생의 목표가 달라졌다고 했다. 

 

독서를 열심히 하는 습관을 가지다보니 K문고의 VIP회원이 되었다면서 이제는 책읽기가 재미있고 습관이 되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면서 하고 싶은 일과 인생목표가 서서히 완성되어 가는 느낌이라고 했다. 성적관리의 중요성을 듣고 열심히 성적에 신경 써서 공부하다보니 전액장학생으로 공부하게 되어 부모님께 작은 선물을 해드린 기분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정말 보람을 느낀다. 그리고 오히려 내가 학생에게 더 고맙다고 했다.

 

하찮은 겸임교수에게 들은 이야기를 잊지 않고 실천해주어서 더 고맙다고 했다. 책은 꼭 사지 않아도 도서관을 이용하면 되고, 성적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는 잔소리를 더했지만 말이다.

 

다른 학생은 창업을 하고 싶다고 했다. 지난 해 가정에 어려움이 있었다는 이야기와 함께 사회복무요원으로 결정되었는데 지금 입영대기 중인 사람이 너무 많아서 진로를 결정하기 어려워 친구와 함께 창업을 하고 싶어서 상의하기 위해 왔다고 했다. 

 

군복무 문제가 젊은이들의 진로문제를 정말 가로 막는다는 것에 공감하면서 어떤 창업을 하고 싶은지 장시간 대화를 나누었다. 학생은 상담이라고 생각하는지 모르지만 나에게는 학생과의 인생대화였다. 우선 아이템이 문제였다. 한 학기 동안 창업에 대해서 여러 가지 배웠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친구의 아버지가 대형유통업체를 운영하시는데 친구와 같이 관련된 창업을 해야 하고 싶다고도 했다. 우선 가진 자본이 너무 없었고 친구도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중이어서 제약조건이 많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이 학생에게 해준 나의 대략의 의견은 이러했다. 

 

창업이라고 해서 거창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거창한 기술이니 벤처창업도 좋지만 현실적인 생각을먼저 해라. 자신이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아이템을 찾고 여기에 맞게 자금을 준비해서 시작하면 된다. 수업시간에 보여준 덴마크의 한국 호떡장사 청년을 생각해보라고 이야기했다. 처음에는 조그만 수레에서 시작한 호떡장사이지만 지금 점포를 차렸고 다른 분야에서도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모습을 이야기해줬다. 그리고 요즘 전통시장에 가보면 젊은 상인들이 많이 눈에 띄는데 그 이유도 생각해보자고 했다. 

 

차근차근 계단을 밟아 올라가는 것이 결코 느린 것도 아니고 뒤처지는 것도 아니라는 설명도 해주었다. 이 학생에게서는 대견함을 느꼈다. 현실을 부정하거나 원망하지 않고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해서 벗어나려고 노력하는 모습에 정말 고맙다고 격려해주었다. 두 명 학생이 2019년 대한민국에 던지는 의미를 생각해 보았다.

 

소위 말하는 SKY도 아니고 지방 전문대학 출신의 흙수저 대학생이 이 사회에서 생존하는 방법이 무엇일까 깊게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아주 공부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가정이 부유해서 원하는 것을 모두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그럼에도 자신들의 운명을 어떻게 개척해야 하는지 어떤 인생을 살아가야 하는지 스스로 결정하는 모습에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보았다.

 

명문대, 4년제 대학, in서울 대학에 스펙이 뛰어난 것도 아니지만 자신들의 인생을 스스로 결정하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현실을 부정하지 않고 노력하는 모습이야 말로 거창하지 않아도 이 시대가 원하는 인재상이라고 감히 이야기하고 싶다. 이런 청춘들에게 박수를 보내주고 이들을 지원해주는 사회적 프로그램이 절실할 때다. 대한민국이 이제는 이들을 응원하고 밀어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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