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8 14:40 (목)
시사기획 창, 신군부 시절 72정 침몰 당시 통제 어째서?
시사기획 창, 신군부 시절 72정 침몰 당시 통제 어째서?
  • 정시환 기자
  • 승인 2019.04.30 1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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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KBS '시사기획 창'
사진= KBS '시사기획 창'

 

[스페셜타임스 정시환 기자] 오늘(30일) 밤 방송되는 '시사기획 창’ 에서는 1980년 신군부 시절 72정 침몰당시 어떠한 일이 있었으며 17명은 어떻게 실종되었는지 살펴본다.

 

1980년 1월 23일 새벽 5시쯤, 강원도 고성군 거진항 앞바다. 동해 최북단인 이 해상에서 해경 소속 60톤급 '72정'이 200톤급인 '207함'과 충돌해 침몰했다. 72정에 타고 있던 경찰관과 전경 17명은 전원 실종됐다. 침몰한 선체에 갇혀, 탈출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동안 72정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어떻게 침몰했는지 등은 알려진 게 없다. 시사기획창 제작진은 72정 침몰 이후 조사에 착수한 해경의 수사기록 일체를 입수했다. 피의자 신문과 진술 조서, 충돌 상황도 등을 분석해, 1980년 4월 9일 검찰에 송치한 총 11페이지 규모다. 

 

당시 기록을 보면 사고 직전 72정은 거진항 동쪽 6마일 해상에서 경비 중이었다. 잠시 후 동해 합동작전지원소 지시에 따라 72정은 북쪽 대진항 연안으로, 항구에 있던 207함은 대진항 동쪽으로 이동을 시작했다. 잠시 뒤 새벽 5시 20분쯤, 엇갈리던 두 함정은 충돌한 것으로 조사됐다. 72정은 곧바로 침몰했고, 해경 대원 17명은 전원 실종됐다.   

 

수사 기록을 보면 석연치 않은 구석이 적지 않다. 가해함정 당직사관은 사고 당일 레이더에 잡음이 발생하더니 72정으로 보이던 물체가 레이더에서 갑자기 사라졌다고 진술했다. 또새벽 5시 20분쯤, 72정과 충돌했다고 밝혔다. 레이더가 사실상 고장난 상황에서, 함정이 나가는 방향을 살펴보는 필수 근무자인 이른바 견시 인원도 없었다고 한다. 최북단 해상인 탓에 상대적으로 경비가 삼엄한 점을 고려하면, 좀처럼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수사기록에는 72정이 지시와 달리 적색 깜빡이등을 켜지 않고 항해했다고 적시했다. 하지만, 사고 당시 항해하는 72정은 물론 침몰 장면도 본 대원이 없었기 때문에, 72정에 대한 조사는 없었다. 결국, 가해함정 탑승자들의 진술만 듣고 72정에 사고 책임이 있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유족들은 가해함정의 대원들을 위해 실종된 72정 대원들에게 죄를 뒤집어씌운 것이라고 주장한다. 더욱이 수사기록을 보면, 기상 악화를 주요 사고 원인으로 거론했지만, 당시 현장에 나간 유가족과 목격자들은 날씨가 너무 좋았다고 반박한다.

 

신군부 시절, 관계기관은 사고를 서둘러 마무리했다. 72정 침몰 이후 일주일도 안 돼, 영결식이 치러졌다. 당시 해경 대원 17명은 여전히 전원 실종된 상태. 해상 수색 작업도 끝나지 않았지만, 시신 없는 영결식이 진행됐다. 유족들은 당시 국가가 실종대원들을 '수장(水葬)' 시켰다는 입장이다. 

 

유가족들도 철저히 분리했다. 침몰 소식을 듣고, 전국에서 유족들이 현장을 방문했다. 그런데 당시 해경과 내무부 관계자들은 유족들이 서로 만나지 못하게 감시했다. 실종자 가족마다 경찰관을 배치했고, 숙소도 따로따로 배치했다. 심지어 가족들이 각자 집으로 돌아갈 때는 경찰관을 집까지 따라가게 했다. 유족들의 반발 등 집단행동을 차단한 것으로 보인다.

 

언론도 통제했다. 17명이나 실종된 대형 사고였지만, 신문은 물론 방송도 관련 소식을 전하지 않았다. 72정 침몰사고는 신군부가 1979년 12.12 군사반란으로 권력을 잡은 지 한 달여 만에 발생했다. 언론까지 장악했던 군부는 '경비정 침몰'이 외부에 공개되는 것을 꺼린 것으로 보인다. 실제 당시 지역에 주재하던 기자는 침몰 소식을 알면서도, 보도지침 등의 이유로 기사화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대원 17명이 전원 실종된 사건이 알려질 경우, 군부에 부담이 될 것으로 우려했다는 것이다. 이런 시대적 배경 속에 유족들은 당시 의혹 제기는커녕 항의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KBS 탐사보도 '시사기획 창'은 오늘(30일) 밤 10시, KBS-1TV에서 방송된다.

jjubika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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