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10:40 (토)
KBS 다큐온(On), 빵 대한민국 정착기
KBS 다큐온(On), 빵 대한민국 정착기
  • 정진욱 기자
  • 승인 2020.10.02 12: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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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다큐온(On),  빵 대한민국 정착기
KBS 다큐온(On), 빵 대한민국 정착기

 

빵이 대한민국을 사로잡았다. SNS에서는 빵 맛집에 대한 정보가 오가고 나아가 건강한 재료를 쓰는 빵집을 찾아다니는 마니아들도 늘고 있다. 낯선 서양 음식인 줄만 알았던 빵이 세월을 지나 국내에 정착한 것이다. 무엇보다 과거에는 달콤한 간식 빵을 즐겨 먹었다면 요즘은 달걀, 설탕, 우유, 버터를 넣지 않은 건강하고 담백한 맛의 ‘식사 빵’이 밥 한 끼를 대신하는 추세다. 특히 코로나 시대에 접어들어 외식 대신 집에서 삼시 세끼를 해결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빵 판매량이 점점 늘고 있다. 그렇다면 밥심으로 살던 우리는 언제부터 빵을 먹기 시작한 것일까? 이번 주 은 대한민국 빵의 역사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 한국인은 언제부터 빵을 먹었을까? 조선에도 빵 덕후가 있었다!?

 

1720년, 경종의 왕위 계승을 알리기 위해 북경을 방문한 이기지는 예수회 성당을 방문했다가 포르투갈 신부로부터 빵을 대접받는다. 당시 빵 맛에 반해 제조법까지 물어본 이기지는 조선으로 돌아와 빵 만들기에 도전하지만 실패하고 만다. 전문가와 함께한 재현을 통해 당시 이기지가 먹었던 빵이 무엇이었는지 알아보고, 실패의 원인을 분석해본다. 

 

“서양인들이 나를 다른 방으로 맞아들여 앉도록 했다. 식사를 대접하기에 이미 먹었다고 사양하니 서양 떡 서른 개를 내어왔다. (중략) 부드럽고 달았으며 입에 들어가자마자 녹았으니 참으로 기이한 맛이었다. 만드는 방법을 묻자 설탕가루, 계란, 밀가루로 만든다고 했다”- 이기지 저서 <일암연기> 中    

 

● 해방과 함께 싹을 틔운 한국 빵 문화사

 

해방 전까지 조선에 자리한 빵집의 핵심 기술자와 경영자는 모두 일본인이었다. 1945년 해방이 되자 일본인 빵집에서 일하던 조선의 기술자들은 남겨진 시설과 도구를 가지고 한국 제과제빵의 명맥을 이었다.

 

“(한국인들이) 비록 제빵 기술을 직접 배우진 못했지만 오랫동안 (빵 만드는 과정을) 지켜봤으니까 그 기계들을 다룰 수 있었고요. 더 노력해서 기술을 연마하였죠.” - 주영하 / 음식인문학자   

 

● 1960년대 원조 옥수수가루로 만든 ‘옥수수빵’ 

 

1960년대에 초등학교를 다닌 이낙근 제과 기능장에게는 잊지 못할 빵이 있다. 바로 학교 급식으로 나온 ‘옥수수빵’이다. 꽁보리밥에 신김치라도 도시락을 싸갈 수만 있다면 다행이던 그때, 주린 배를 채워준 급식 빵은 그 시절을 살았던 이들에게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설탕과 달걀은 비싸서 넣을 수도 없고 사카린으로 단맛을 낸 것이 전부인 옥수수빵. 지금처럼 제빵기술이 발달하지 않아 학교 보일러실에서 떡 찌듯이 쪄낸 빵이었지만 당시 옥수수빵은 ‘한국식으로 만든 첫 빵’ 이었다.   

 

“어떤 분들은 어려웠던 시기가 생각나서 옥수수빵을 먹을 수 없다고 하세요. 눈물 났던 시기라고 하시면서 …” - 이낙근 / 제과 기능장   

 

● 산업화 시대, 여성 노동자의 애환이 담긴 빵

 

1960년대 후반, 밀가루 수입이 본격화되면서 공전의 히트를 친 양산빵들이 등장한다.

 

손 씻을 것도 없이 봉지만 뜯으면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던 양산빵은 농촌, 공장, 건설현장 등 작업장에서 참으로 요긴하게 쓰였다. 

 

40년 전 구로공단 봉제 노동자로 일한 강명자 씨. 많을 땐 한 달에 120시간 야근도 해봤다는 그녀는 밤에 잘 때 다리에 쥐가 났을 정도였다고 했다. 당시 공장에서 철야 작업을 할 때마다 야식으로 빵이 나왔는데 일은 힘들었지만, 그 시간이 기다려졌었다고 했다. 전 국회의원이자 구로공단에서 일했던 최순영 씨는 여성 노동자들 사이에 유행했던 ‘빵계’를 기억해냈다. 고향에 있는 부모와 형제들 생각에 빵이 넘어가지 않아 한꺼번에 빵을 모아서 고향에 보내주는 것이 바로 ‘빵계’. 그 시절 여성 노동자들의 애환과 빵에 얽힌 특별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빵은 배고픔도 달래주고 ‘제 삶의 역사’라고 말할 수도 있어요.” - 강명자 / 구로공단 출신 봉제 노동자   

 

● 2020년, 건강한 식사 빵의 시대

 

2020년, 이제 한국인의 식탁에도 빵이 오른다. 특히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으로 집에서 끼니를 챙기는 일이 늘자 간편한 ‘식사 빵’을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 나아가 샐러드나 달걀, 참치 등 다양한 재료를 곁들여 개인의 입맛에 맞게 빵을 소비하는 문화도 생겨나고 있다. 

 

빵 문화의 발전에 맞춰 더 건강한 빵을 만들기 위한 환경을 가꾸거나 국산 밀을 사용하는 제빵사도 있다. 앞으로 우리는 어떤 빵을 만들고, 먹어야할까? 정성으로 관리한 천연효모균으로 빵을 만드는 젊은 제빵사 곽선호 씨를 만나본다. 또한 3대 째 ‘앉은뱅이 밀’을 재배하며 우리나라 밀 자급률을 높이는데 힘쓰는 백관실 대표를 만나 한국의 빵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고민해 본다. 

jjubika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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