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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철의동네한바퀴, 평화롭다 휴전선 아랫동네 –강원도 양구
김영철의동네한바퀴, 평화롭다 휴전선 아랫동네 –강원도 양구
  • 정시환 기자
  • 승인 2021.12.09 10: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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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평화롭다 휴전선 아랫동네 –강원도 양구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평화롭다 휴전선 아랫동네 –강원도 양구

 

[스페셜타임스 정시환 기자] 한반도의 정중앙에 위치해 북쪽으로는 휴전선과 맞닿아 있는 동네, 강원도 양구. 지리적 특성상 6.25 전쟁 당시 ‘도솔산 전투’ ‘피의 능선 전투’ 등 9개의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곳이다. 그러나 지금은 전쟁의 아픔을 이겨낸 땅 위로 평화의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김영철의 동네한바퀴> 148번째 여정은 우리나라의 최전방, 강원도 양구로 떠난다.

 

▶ 꿈은 이루어진다! 양구에서 한반도 한 바퀴

 

양구에는 1시간이면 백두산에서 한라산까지 종주할 수 있는 곳이 있다. 국내 최대 규모인 파로호 인공습지 물 위에 떠 있는 한반도 모양의 인공 섬이 바로 그곳. 데크길 따라 섬 안으로 들어서면 지리산 반달가슴곰부터 제주도 돌하르방까지 각 지역의 위치를 반영해 세운 상징물들이 동네를 대표하고 있다. 몇 걸음 만에 백두산 정상에 올라선 배우 김영철은 언젠가 전국을 넘어 먼 이북 땅까지 진짜 한반도 한 바퀴 하는 날이 오기를 소망한다.

 

▶ 아픔을 이겨낸 평화의 땅, 펀치볼 마을

 

양구의 최북단 마을인 해안면은 6·25 전쟁 최대 격전지로, 당시 미국 종군기자가 높은 산에 둘러싸인 마을을 보고 화채 그릇(punch bowl)을 닮았다 해 펀치볼이라 불리는 곳이다. 70여 년 전 참혹한 고지전(高地戰)을 겪으며 쏟아지는 포탄에 폐허가 됐던 이곳에 국내 첫 ‘국가 숲길’로 지정받은 73㎞ 구간의 평화 둘레길이 만들어졌다. DMZ 숲 생태계의 청정함과 한국 전쟁의 상흔을 고스란히 간직한 펀치볼 마을을 돌아보며 평화를 되새겨본다.

 

▶ 겨울을 알리는 무청 시래기와 함께 봄을 꿈꾸는 사람들

 

전쟁 직후 펀치볼 마을로 이주한 사람들은 남겨진 지뢰를 피해가며 척박한 땅을 옥토를 만들었다. 해발 400-500m 이상의 분지를 개간한 덕분에 마을의 밭들은 무, 배추 등 서늘한 기후에서 맛있게 자라는 고랭지채소들을 수확하게 되었다. 겨울 추위가 찾아올 때면 마을은 특히 더 바빠진다. 마을 사람들 대부분이 실한 가을무에서 수확한 무청으로 시래기 농사를 짓기 때문. 겨우내 혹독한 찬바람을 견뎌낸 시래기를 수확하고 나면 봄이 찾아온다는 시래기 덕장을 찾아가 특별한 이웃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 1970년대 최전방 '재건촌' 마을, 만대리

 

1972년 해안면 만대리에는 인근 북쪽 땅에 지어진 선전마을에 대응하는 선전용 주택 20여 채가 건설되면서 전선 방어에 기여하기 위한 재건촌이 조성됐다. 대북선전을 목적으로 지어진 집들은 모두 북향이었고 마을 중앙에는 북쪽에서 항상 볼 수 있도록 대형 태극기를 게양하기도 했다. 까다로운 입주 심사를 거친 후에도 기본적인 자유가 제한되는 엄격한 통제를 받았던 마을. 1996년 해안면의 출입제한이 완전히 풀렸지만, 출입증 없이는 오갈 수도 없던 그 시절을 기억하는 마을 사람들은 여전히 남아있다. 만대리 마을의 유일한 슈퍼를 지켜온 이주민 1세대 가족의 일상을 엿본다. 

 

▶ 알고 보면 추운 겨울이 제철! 29년 전통의 막국수

 

시원한 동치미 육수에 메밀면을 말아먹는 막국수는 흔히 더운 계절에 즐겨 먹는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알고 보면 햇메밀을 수확하고 무에 맛이 드는 겨울이 제철인 음식이라는데. 양구 국토정중앙면에는 1992년 시부모님이 운영하던 국수 공장을 식당으로 개조해 30년째 한 자리를 지키는 최금자 사장님의 막국숫집이 있다. 직접 농사지은 무로 담근 동치미에 사골 국물이 더해진 육수부터 도내의 막국수 맛집을 전부 돌며 연구한 비법 양념장까지. 최금자 사장님의 깊은 정성과 내공이 깃든 막국수 한 그릇을 맛본다.

 

▶ 서민의 삶을 그린 화가, 박수근 미술관

 

1914년 강원도 양구 정림리에서 태어난 국민화가 박수근. 그가 6.25 동란 중 월남해 미군 부대 PX에서 초상화 그려주는 일로 겨우 생계를 유지하는 고단한 삶 속에서도 잃지 않은 예술 철학이 있다. 바로 서민들의 어진 마음과 진실한 삶의 내면을 그리는 것이다. 광주리를 이고 가는 여인, 길가의 행상들, 아기를 업은 소녀, 그리고 김장철 마른 가지의 고목들. 그의 그림엔 동시대를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의 정겨운 삶의 풍경이 담겨있다. 2002년 박수근 화백이 나고 자란 마을에 조성된 미술관에서 소박하지만 아름다운 우리네 정서를 녹여낸 작품들을 만나본다.

 

▶ 찬 바람 불면 생각나는 건강 간식, 늙은호박찐빵 · 곰취찐빵

 

추운 겨울날 손을 호호 불어 가며 먹던 추억의 간식, 찐빵. 양구의 명산인 봉화산 자락에는 청정 자연에서 나는 농산물로 건강한 찐빵을 만드는 최철수·이현자 부부가 살고 있다. 23년 전 IMF로 운영하던 만두전문점이 망하고 남편의 고향인 양구로 돌아온 부부는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이곳 특산물을 이용한 찐빵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가을철 농가에서 버려지는 호박이 안타까워 4년 연구 끝에 탄생한 늙은호박 찐빵부터 양구의 봄철 특산물인 곰취를 넣은 찐빵까지.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절을 버텨내기 위해 따뜻한 고향 품을 찾아온 칠전팔기 부부의 찐빵은 과연 어떤 맛일까?

 

▶ 낭만 가득한 계절의 멋을 즐기는 겨울 캠핑

 

우리나라 100대 명산 중 하나인 대암산 아래 365일을 캠핑하듯 사는 사람들이 있다. 양구의 풍광에 반해 귀촌한 지 5년 차인 곽영식·남미경 부부. 두 사람은 마당에 꽃을 심는 대신 텐트를 펼치고 환경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연물을 최대한 활용하는 야생 캠핑, 부시 크래프트(bush craft)를 즐긴다. 캠핑에 필요한 도구들 역시 남편 곽영씨 씨가 전부 직접 만들어 사용한다는데. 양구의 청정 자연을 아끼고 사랑하는 부부의 겨울 낭만 넘치는 마당 캠핑을 함께해본다.  

 

▶ 그리운 시어머니의 맛을 이어가는 집밥 식당

 

양구읍에는 어머니의 손맛이 담긴 집밥 한 상을 맛볼 수 있는 곳이 있다. 김시순 사장님의 식당이자 가정집이 바로 그곳. 손수 만든 가마솥 두부가 푸짐하게 들어간 전골에 젊은 입맛을 당기는 매콤한 낙지볶음까지. 푸짐한 한 상을 매일같이 차려내는 사장님은 마음 한편이 늘 허전하단다. 20년 넘게 가마솥 앞을 지키며 두부를 만들어 주시던 시어머니가 4년 전 102세에 나이로 세상을 떠났기 때문. 그리움 가득한 자리에 남아 양구 사람들의 어머니가 되어주며 푸근한 정을 나누는 김시순 사장님을 만난다.

 

매섭게 찾아든 강원도 산골의 추위도 잊게 하는 넉넉한 이웃들의 훈김으로 가득한 동네. 강원도 양구의 화목하고 훈훈한 겨울 풍경은 12월 11일 토요일 저녁 7시 10분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제148화. 평화롭다 휴전선 아랫동네 -강원도 양구] 편에서 공개된다.

jjubika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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