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9 03:20 (월)
한국인의 밥상 “밥상을 말하다 1편 – 소반과 교자상”
한국인의 밥상 “밥상을 말하다 1편 – 소반과 교자상”
  • 정시환 기자
  • 승인 2022.02.09 10: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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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밥상 “밥상을 말하다 1편 – 소반과 교자상”
한국인의 밥상 “밥상을 말하다 1편 – 소반과 교자상”

 

[스페셜타임스 정시환 기자] <한국인의 밥상>, ‘밥상’을 말하다 2부작.  그 첫 번째 시간, 소반과 교자상의 재조명! 나주반, 통영반에서 새로운 해석의 소반과 교자상까지 우리 밥상이 오래 품어온 이야기를 만나다

 

통영의 아름다움을 차려내다 - 통영소반

 

그 풍광만큼이나 아름다운 문화가 꽃핀 통영은 임진왜란 이후 설치된 12공방에서 진상용으로, 군자금 조달용으로 다양하고 귀한 물품을 만들었다 전한다. 그 중 하나가 통영소반! 이 통영반이 300여 개가 넘게 채워진 공간이 있다. 이것들의 주인은 통영향토요리연구가 이상희 씨. 통영의 음식들을 연구하다보니 자연스레 통영소반을 모으게 됐다는 그는 망가진 통영소반 하나를 포장하더니 어디론가 향한다.  상희 씨가 찾은 곳은 삼도 수군 통제영의 12공방 터. 나무 깎는 소리를 따라가보니 국가 무형 문화재 제99호 통영소반장 추용호 씨를 만나게 된다. 그의 부친 추을영 통영소반장은 고모부인 윤기현(작곡가 윤이상의 부친)에게 소목 공예를 배웠다. 그러나 1973년 갑작스레 타계했고 당시 스물 네 살이던 추용호 장인은 부친이 받아놓은 주문을 책임지기 위해 소반을 만들기 시작했단다. 

 

평소 통영소반을 수리할 일이 있거나 궁금한 것이 있으면 자주 추용호 소반장을 찾았다는 이상희 씨가 밥상을 차리겠다는데. 처음으로 꺼내온 요리재료가 어마어마한 크기의 통영 대구다. 날이 추운 이맘 때 잡히는 대구는 워낙 커서 소 한 마리 잡는 것과 같다고 해 ‘누렁이’라고도 불린단다. 대구를 살짝 말려서 만드는 대구마른회, 무가 좋은 겨울에 담가먹어야 맛있다는 볼락김치, 제사상에도 올린다는 털게와 방풍나물로 만든 방풍탕평채까지! 오랜 시간 귀하게 간직해온 통영소반에 통영의 옛 맛을 차려본다.

 

단순하고 우아한 아름다움이 빛난다 - 나주소반

 

예부터 나주는 호남의 각종 문물이 모여드는 한반도 서남부의 문화 중심지로 알려졌다. 그중 첫손에 꼽히는 것이 바로 나주소반! 간결한 자태에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적절한 장식은 단아하고 세련된 느낌을 준다. 국가 무형 문화재 제99호 나주소반장 김춘식 씨는 사라질 뻔 했던 나주 소반의 맥을 잇고 있다. 오래전, 한 손님이 당시로는 거액인 500원을 맡기며 나주반을 만들어달라 부탁했지만. 나주반 기술자들이 다 돌아가신 터라 김춘식 소반장이 공들여 헌 상을 찾아 수리하고 이름난 나주소반을 찾아다니며 구조를 파악해 제작법을 익혔다고. 평소에도 나주소반을 아끼며 즐겨 쓴다는 전라남도 음식 명인 천수봉 씨. 그가 오늘은 김춘식 소반장의 나주반 셋에 상을 차리겠단다. 그 첫 번째가 나주곰탕상! 흔히 곰탕하면 오래 뼈를 고아 보얀 국물을 연상하지만, 나주곰탕의 국물은 맑다. 뼈육수가 아니라 고기육수라서 그렇다. 좋은 한우 양지와 목살을 푹 삶은 맑은 국물에 대파를 듬뿍 썰어 넣으면 나주소반을 닮아 단순하면서도 깊은 맛이 나는 나주곰탕이 완성된다. 이때 옛 어른들은 곰탕에 약주를 곁들이곤 했다며 탁주와 콤콤하게 삭힌 홍어무침도 같이 올린다. 그러고는 나주배를 곱게 갈아 끓인 배죽과 통배김치를, 나주에서 많이 나는 야생녹차와 꿀 대신 배조청으로 만든 약과를 차려낸다. 나주소반 위에 정갈하게 차려지는 곰탕상, 죽상, 차상을 만나본다.

 

전통 소반의 재해석! 익숙하고도 신선하다 – 소반 디자이너 하지훈 경기도 의왕시의 한 고택. 여기 요리 삼매경에 빠진 이가 있다. 그는 다름 아닌 “마스터셰프 코리아 2” 준우승자로 잘 알려진 박준우 셰프! 어느 날 발견한, 전통을 재해석한 소반에 흥미를 느낀 박준우 셰프는 여기 어울릴 재미난 요리를 선보이겠다는데. 어떤 소반이기에? 

 

첫 번째는 우리나라 전통 소반의 형태를 띄고 있지만 소재가 플라스틱(폴리카보네이트)이라 투명하다. 두 번째 역시 나주소반 모양이지만 상판이 다르다. 철판에 아름다운 당초문양을 투각한 것(뚫은 것). 

 

이 기발하고 독특한 소반을 만든 이는 가구 디자이너인 계원예술대 하지훈 교수. 예술이란 기존의 아름다움을 지키는 동시에 새로움을 만들어내는 것이고. 그것이 예술의 사회적 책임이라 믿기 때문이란다. 닭잣냉채와 돌나물삼겹구이에서 국산 쌀로 만든 쌀맥주와 ‘양념 반 프라이드 반 치킨’을 올린 ‘치맥상’까지. 전통소반을 재해석한 하지훈 교수의 소반에 차려지는 박준우 셰프의 재기발랄한 요리들을 만나본다.

 

다정한 이들과 함께 하는 추억의 밥상 – 사귈 교(交), 교자상 

 

소반장이 소반을 만든다면 교자상은 가구를 만드는 소목장의 손끝에서 탄생한다. 전북 완주에는 짜 맞춤 기법을 이용해 전통 가구를 만드는 소목장이 있다. 바로 국가 무형 문화재 제55호 소병진 씨! 소병진 소목장에겐 보물창고가 있다. 바로 참죽나무, 느티나무 용목, 먹감나무 등 10여년에서 100년을 묵은 귀한 목재가 가득한 목재창고다. 좋은 목재가 있는 곳이라면 전국 어디든 찾아간다는 소병진 장인은 나무가 머금은 수분이 완전히 빠져나가 단단해지기를 기다리는 과정이 짧게는 15년, 길게는 40년까지도 걸린다 말한다. 그래서 ‘스승이 구해놓은 나무를 제자가 쓴다’는 말이 있을 정도라고. 소병진 장인은 이 나무들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밀하게 잘라서, 못하나 쓰지 않는 전통기법인 짜맞춤기법으로 화려한 전주장을 만든다. 그리고 그 기법으로 교자상도 만든다. 소병진 소목장에겐 어린 시절 업어 키웠을 정도로 우애가 깊은 여동생이 있다. 바로 남도 소리꾼인 소덕임 씨. 그래서 덕임 씨는 오빠의 교자상 위에 밥상을 차려 함께 나누고 싶다고. 어린시절 오빠와의 추억이 담긴 미꾸라지수육, 무를 잔뜩 깔고 매콤하게 조려 푸짐하게 먹던 병어조림, 마을잔치하면 어김없이 등장했다는 닭개장까지! 어린시절 추억이 그득하게 담긴 음식이 오른 오빠와 여동생의 교자상을 만나본다.

jjubika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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