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8-19 04:50 (금)
인간극장 내일은 신남 ‘농사는 일상, 직업은 광고·인쇄소 사장님, 배우는 천직’ 천신남 씨의 삼중생활
인간극장 내일은 신남 ‘농사는 일상, 직업은 광고·인쇄소 사장님, 배우는 천직’ 천신남 씨의 삼중생활
  • 정시환 기자
  • 승인 2022.05.29 11: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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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타임스 정시환 기자] 뒷산에 고사리가 올라오면 마음이 급해지는 남자가 있다. 고사리 잎이 다 쇠 버릴까, 애가 닳는 어머니를 위해 하루도 빠짐없이 산에 오르는 천신남(55) 씨. 그런데 고사리 뜯다 말고 “가갸거겨” 발성 연습을 하고, 산성에 대고는 장풍을 쏜다. 나름의 연기연습이라는데, 알고 보니 신남 씨는 26년 차 배우. 영화 <범죄와의 전쟁>에서 배우 최민식 씨의 동료 세관원으로 출연했었다. 유명한 배우는 아니지만, 꾸준히 영화와 드라마에 얼굴을 비춰 왔는데 요샌 배우보다 농부로 사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허리 굽은 어머니가 일 욕심은 왜 이리 많은지, 콩이며 깨며 온갖 채소를 심고 가꾸신다. ‘일하지 마시라’ 애원도 해보고 윽박도 질러보다, 결국은 어머니의 가장 큰 일꾼이 되고 만다. 그러니 해마다 ‘어머니와의 전쟁, 농사와의 전쟁’ 중이다.

 

팔순이 넘어도 일 욕심은 놓지 못하는 이정순(83) 여사- 고단한 세월 탓에 억척스러움이 몸에 밴 탓일까. 스물에 시집을 왔더니 시할아버지와 시부모님까지 층층시하 시동생만 여덟이었다. 그 많은 식구 끼니 챙기고 낮에는 논밭에 나가 일하고, 저녁엔 남편과 함께 바다에 나가 고기를 잡았다. 그렇게 억척스럽게 사느라 금쪽같은 육 남매를 살뜰히 품어주지 못한 것이 평생의 한이었는데. 10년 전, 보일러 수리기사로 일하던 막내아들이 낙상 사고를 당했다. 몇 달의 투병 끝에 의식은 찾았지만, 사고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의 큰 장애를 남겼다. 요양병원에 누워있는 아들. 내 손으로 병원비라도 보태주려 고사리도 꺾고, 깨도 심어 팔고 주낙도 꿴다. 그런 어머니의 마음을 훤히 알고 있는 신남 씨. 농사일이 있어도 없어도, 일주일에 절반은 남해에 있는 어머니 곁을 지킨다.

 

그렇게 배우로, 농부로 살아가는 신남 씨, 틈만 나면 말쑥하게 차려입고 창원으로 달려간다. 아내 김태희(52) 씨와 아들 진하(19)가 있는 우리 집, 창원에 있을 때의 신남 씨는 광고·인쇄소 사장님이다. 현수막이나 포스터, 각종 인쇄물을 디자인하고 제작하는 것이 신남 씨의 일. 그렇게 두 집을 오가며 살아갈 수 있는 건 모두 아내의 덕이다. 남편이 농사일로 바쁠 때는 광고·인쇄소를 지켜주고, 주말마다 신남 씨와 함께 남해로 내려가 시댁 살림을 살핀다. 게다가 사고로 병상에 있는 시동생을 먹이고 씻겨주며 간병까지 도맡았던 아내. 그런 천사 같은 아내에게 신남 씨, 오래 품어두었던 미안함과 고마움을 편지에 담아 전해본다. 

 

어머니 가슴에 늘 맺혀있는 막내아들. 그런 어머니를 위해 특별한 어버이날 선물을 준비했다. 코로나19 탓에 3년 가까이 아들 얼굴을 보지 못한 어머니. 면회가 허락되자마자 어머니를 모시고 요양병원으로 향하는데…. 한편 코로나19로 위축되었던 영화 제작이 시작된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신남 씨는 아내와 아들의 도움으로 새로운 프로필을 만든다. 그리고 새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는 영화감독에게 새로운 프로필을 들고 찾아가는데…. 생각지도 못했던 희소식을 듣는다. 새로운 시나리오에 주연 같은 조연으로 신남 씨를 캐스팅한 것. 역할마저 ‘신남’이란다. 어머니를 위해 농부로, 가족을 위해 인쇄소 사장님으로 치열하게 살아온 천신남 씨. 이제는 배우로도 ‘해피 엔딩’을 맞고 싶다. 나의 인생을 영화로 만든다면 제목은 정해져 있다. 힘들었던 어제는 잊고. ‘내일은 신남’ 

jjubika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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