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23:10 (토)
한국기행, 그 여름의 밥심
한국기행, 그 여름의 밥심
  • 정시환 기자
  • 승인 2022.08.22 15: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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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행, 그 여름의 밥심
한국기행, 그 여름의 밥심

 

[스페셜타임스 정시환 기자] ‘밥은 먹고 다니냐’는 ‘사랑한다’는 말의 다른 표현. 뜨겁게 살아내어 지쳐 쓰러질 것만 같은 인생의 여름날. 마음을 담은 밥 한 끼가 못내 그리운 순간이 있다. 길 끝 오지에서 만난 산골 밥집의 소박한 한 상, 속세에선 칼 좀 썼다는 산중 암자 스님이 차려낸 영혼의 밥상, 그리고 무인도 한복판에서 땀과 눈물로 차려낸 생존의 한 끼까지. 뜨거운 여름날 지친 마음을 어루만져 주고, 텅 빈 속 든든히 채워주는 진짜 밥심을 찾아 떠나는 기행. 그 여름의 밥심.

 

1부. 무인도 야전의 법칙 - 8월 22일 (월) 밤 9시 30분

 

인천 옹진군 공경도, 무인도에서 전직 특수부대원 출신인 다섯 남자가 펼치는 생존 힐링 캠프가 시작된다. 부대원들 사이에서 ‘대장’이라고 불리는 김철주 씨는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것들로 차린 무인도 수렵 채취 한 상을 동료들에게 대접하기로 한다. 아무도 없는 무인도지만, 아무것도 없는 것은 아니다! 산이며 바다며 갯바위 사이사이에 무더위를 이겨낼 든든한 밥심의 재료들이 숨어있다. 산중에서 발견한 칡 잎사귀와 둥굴레 뿌리, 바닷속에서 채취한 해조류와 고둥, 꽃게가 바로 그것이다. 양념장 두른 고둥 무침과 시원한 꽃게 라면 한 사발, 그리고 식후의 둥굴레차. 남들이 보기엔 고생도 이런 생고생이 없지만, 그들에게는 무인도에서의 한 끼가 그들의 흐르는 땀처럼 반짝이는 순간이다.

 

2부. 엄마 손맛 보러 오지 - 8월 23일 (화) 밤 9시 30분

 

강원도 태백, 요리 전문가인 김지미 씨는 오래전 엄마의 맛을 찾아 고향에 돌아왔다. 고향에 돌아와 그녀가 하는 일은 두부 장인인 어머니와 함께 두부를 만드는 것이다. 한식, 중식, 양식 등 무엇 하나 빠지지 않는 요리 솜씨를 자랑하는 김지미 씨도 어머니 앞에만 서면 주방 보조가 된다는데. 무더운 여름날, 불 앞에 서서 두부를 만드는 일은 여간 힘든 것이 아니지만, 깊은 산골까지 찾아와 순두부를 든든하게 먹고 가는 손님들을 보면 다시 힘을 얻는다. 늘 다른 사람을 위해 밥상을 차리는 어머니와 곧 나라의 부름을 받고 떠날 아들을 위해 김지미 씨는 직접 개발한 토마토 고추장으로 만든 새콤한 비빔국수와 특급 소스로 만든 달짝지근한 전복 갈비찜으로 이 여름 밥상을 차리기로 한다.

 

3부. 산사의 여름 성찬 - 8월 24일 (수) 밤 9시 30분

 

경기도 용인, 속세의 시끄러움이 싫어 자연으로 들어간 여거 스님은 눈만 뜨면 사계절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지금의 삶이 행복하다. 오늘은 농사일이 바쁜 스님의 일손을 덜어주기 위해 찾아온 제자들과 산사의 텃밭에서 나고 자란 것들로 차려낸 담백한 밥상을 준비하기로 한다. 평소에도 음식으로 보시하는 스님은 아삭한 수박껍질 무침, 고소한 들깻잎 감자전과 구수한 된장 수제비를 뚝딱뚝딱 요리해 낸다. 씨 뿌리고 농사지어 한 상에 오르기까지, 요리의 시작과 끝을 함께하며 알게 된 정신적 충만함은 스님이 한 끼 밥으로부터 얻는 밥심이다. 여거 스님과 제자들이 함께 만드는 건강하고 든든한 산사의 여름 성찬을 함께 해본다.

 

4부. 산중 자연의 맛 - 8월 25일 (목) 밤 9시 30분

 

충남 공주, 황규백 씨는 오늘도 날다람쥐처럼 산을 쏘다니며 약초를 캔다. 이렇게 건강해 보이는 규백씨는 놀랍게도 11년 전 파킨슨병을 진단받고 무성산에 들어왔다. 무성산 아래 그림 같은 집에서 직접 만든 연못의 물고기들을 키우며 언제나 그의 곁을 든든히 지키는 개 호순이와 함께 살고 있다. 무성산이 스스로를 살렸다고 믿는 황규백 씨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산에서 나는 식재료를 가지고 여름을 이겨낼 보양식을 만들어 먹기로 한다. 자연과 함께하는 황규백 씨의 든든한 여름의 밥상을 들여다 본다.

 

경북 영천시, 숲속 한가운데 밥집이 있다?! 산골짜기에서 건강한 한 상을 매일 차리는 박중환 이영애 씨 부부는 아버지가 남겨두고 떠난 땅을 그냥 둘 수가 없어 고향으로 돌아와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남편 박중환 씨는 농사를 지으며 집을 관리하고 아내 이영애 씨는 타고난 손맛으로 산골식당을 운영하게 된 것. 오늘은 두 부부가 시골살이에 잘 적응하도록 도와준 마을 어르신들을 위해 신선한 밥상을 차려 낸다. 남편이 손수 키운 과일과 채소는 아내의 손에서 신선한 과일샐러드와 달콤한 버섯강정과 바삭한 전으로 재탄생한다. 무더위를 물리칠 박중환, 이영애 씨 부부의 여름 밥상엔 산중 자연의 맛이 그대로 담겼다.

 

5부. 나누니 좋지 아니한가 – 8월 26일 (금) 밤 9시 30분

 

경기도 양평, 온갖 달인들이 사는 마을이 있다. 그중 발효의 달인, 지영자 씨는 마을 사람들과 함께 더위를 이기기 위해 복날 여름 잔치를 열어 솜씨를 발휘하기로 한다. 마을 주민들 사이에서 음식 솜씨가 끝내주기로 소문이 난 그녀의 초대를 마다하는 이가 있을 리가 있나. 하나, 둘 찾아오는 손님에 지영자 씨의 손은 더욱 분주하다. 담백하고 시큼한 두부김치와 시원한 오이냉국은 여름날 도망간 입맛을 돌아오게 하고 직접 담근 장으로 만든 개운한 된장찌개는 속을 뜨뜻하게 지져준다. 마을 사람들과 함께 웃고 떠들며 즐기는 지영자 씨네 여름 잔치가 이제 시작된다.

 

부산광역시, 노래로 수행하고 요리로 공양하는 룡해 스님은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기타를 친다. 겸손한 마음으로 부처님을 손수 만들고 주어진 모든 것에 감사하며 사는 것이 스님의 철학이지만, 칼자루를 쥔 순간 그의 어깨는 저절로 으쓱한다. 룡해 스님의 속세에서 원래 직업은 요리사.세월이 아무리 흘렀어도 고수의 실력은 녹슬지 않는 법. 시원시원한 칼질과 재료를 만지는 섬세한 손끝에서 금세 근사한 요리가 뚝딱 만들어 진다. 담백한 채소 초밥과 아삭한 김치김밥은 신도들과 함께한 여름 소풍의 별미가 되고, 채를 썬 육수와 쫀득한 면이 함께한 냉면은 여름에 달아오른 속을 식혀준다.

jjubika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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