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9 05:10 (월)
한국기행 - 작은 마을에 삽니다
한국기행 - 작은 마을에 삽니다
  • 정시환 기자
  • 승인 2022.09.13 13: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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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행 - 작은 마을에 삽니다
한국기행 - 작은 마을에 삽니다

 

[스페셜타임스 정시환 기자] 1부. 설악산 양지골에 가면 - 9월 12일 (월) 밤 9시 30분

 

해발 1,708m 설악산 자락에 있는 산 높고 물 깊은 오지마을. 오지 산중을 가득 채운 생생한 자연의 정기를 먹고 날마다 건강해지는 곳, 설악산 양지골. 이곳에서 살아가는 라등용, 김점순 씨 부부를 따라가 봤다.

 

가파른 암벽 사이 탁 트인 곳, 벌들이 가장 좋아하는 장소라는 이곳에서 벌을 키우며 꿀을 따는 부부. 서울에서 살다가 이곳으로 귀촌했다는 부부는 자연이 준 선물을 맛보며 날로 건강해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맑은 물에서만 산다는 버들치가 떼로 몰려다니는 집 앞 계곡은 이 집의 보물이자 부부가 설악산으로 들어오게 된 결정적 이유. 직접 지은 황토방에서 따뜻한 온기를 만끽하고 눈만 돌리면 빼곡히 가득한 천혜의 경관을 보며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누리며 사는 부부.

 

오늘은 특별한 손님들이 찾아와 대접하기 위해 집에서 키우던 닭을 잡아 가을 보양식 한솥 진하게 끓여낸다고 하는데..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순응하며 살아가는 부부와 마을 사람들의 모습을 따라가 본다.

 

 

2부. 울 엄마 품처럼, 모정마을 - 9월 13일 (화) 밤 9시 30분

 

저마다 사는 곳은 다르지만 우리가 꿈꾸는 마을의 모습은 닮은 점이 많다. 그리워하던 고향의 모습 그대로,

청정한 자연과 인정이 살아있고 머물면 어머니 품속의 아이처럼 편안해지는 그런 곳. 바로 이곳 모정마을이다. 아름다운 월출산과 산이 그대로 비치는 모정호, 지금은 홍련꽃이 만발해 있는 호수를 거니는 김창오, 김인순 씨 부부를 만났다.

 

서울에서 살던 부부는 따뜻한 정이 넘치고 흙에서 뛰놀 수 있는 환경에서 아이들을 키우기 위해 20여 년 전 남편의 고향마을로 돌아왔다. 벼락을 맞고도 끄떡없이 살아난 이팝나무와 어린 시절 뛰놀던 모습 그대로를 살려 지은 부부의 집은 부부에게는 편안한 쉼터이자, 자식들에게는 유년기의 행복한 추억을 선사한 곳이다. 북 치고 장구 치며 마을을 돌고 풍년을 기원하는 옛 전통을 간직한 채 살아가고, 올해도 운수대통하길 바라며 함께 음식을 만들어 나누어 먹는 마을 사람들. 오랜 세월 변함없이 마을을 지켜온 아주머니들을 보고 있자면 마치 어린 시절로 돌아가기라도 한 듯 정겹기만 하다. 이 모든 것이 우리가 모정마을과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 아닐까?

 

 

3부. 구름도 쉬어가네, 와운마을 - 9월 14일 (수) 밤 9시 30분

 

지리산 국립공원 초입에서부터 꼬박 1시간을 가야 닿는 곳, 해발 800m의 깊은 산골에 자리 잡아 구름도 넘기 힘들어 누워 갈 정도로 높고 험한 곳이라는 뜻의 와운마을. 단 14가구만이 사는 오지 중의 오지인

이곳 와운마을에서 13년째 살아가는 박금모, 양순자 씨 부부를 찾아갔다.

 

아내가 태어나고 자란 고향으로 돌아온 부부는 청정환경에서 자란 먹거리가 지천으로 널려있고 물 좋고 공기 좋은 이곳에서 사는 지금 생활이 너무 만족스럽다. 직접 산에서 채취한 솔잎과 황철나무 등 갖가지 재료로 담아 장독대를 가득 채운 '이것'은 깊은 산속에서 살아가는 부부의 유일한 취미이자 건강을 지켜주는 1등 공신이다. 이곳에서 낳고 기른 막내아들은 어느새 딸을 낳아 가족이 다 함께 부부의 일손을 돕고, 어린 시절 고향의 추억을 잊지 못해 언젠가는 이곳 와운마을로 돌아와서 다시 살고 싶다는 자식들의 말에 부부의 마음은 그저 흐뭇하기만 하고. 인적 드물고 산세 험한 오지마을이지만 든든한 내 편이 되어주는 가족과 함께라면 부러운 것 없는 풍요로운 삶을 완성한다.

 

 

4부. 우리들의 블루스, 젓떼기마을 - 9월 15일 (목) 밤 9시 30분

 

예부터 '덤장'이라는 전통 방식으로 수많은 물고기를 잡아 풍요로운 마을이었던 이곳, 워낙 물고기가 많이 잡히는 탓에 잡어들로는 젓갈을 담가 먹고 내다 팔고는 했는데 이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 바로 '젓떼기 마을'이다. 이곳에서 각각 축산업, 농업, 어업에 종사하며 살고 있다는 최대성, 김영식, 김성기 씨.

 

언뜻 보면 투덕거리기 일쑤인 듯 보이지만 사실은 편하고 마음 잘 통하는 이웃들과 함께 하는 자체로 행복하다는 속내를 털어놓는다. 삼총사가 갯벌에서 캐온 바지락을 가지고 가면 어머니는 마을 전통 방식 그대로 소금을 넉넉히 쳐 바지락 젓갈을 뚝딱 만들어 낸다. 남편을 일찍 보내고 아들을 혼자 길렀지만 젓갈을 팔아 돈을 마련해 남부럽지 않게 키워냈다는 이야기를 담담히 풀어놓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그 시절 추억이 눈에 선하기만 한데...

 

다음 날 조업에 나선 삼총사, 헤매기도 잠깐 손발이 착착 맞으며 돌게와 소라가 그물 가득 잡혀 들어온다. 예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넘쳐나는 해산물을 제공해주며 그 자체로 더할 나위 없는 선물인 바다가 있기에 이곳 사람들의 삶은 앞으로도 쭉 풍족하다.

 

 

5부. 푸른 바다 하얀 마을 - 9월 16일 (금) 밤 9시 30분

 

몇십 년 전만 해도 고래를 흔하게 볼 수 있어서 소고기보다 고래고기가 흔하다고 할 만큼 고래가 많이 잡히던 이곳, 바로 포항 다무포 마을. 몇 년 전부터 마을 전체가 집도, 길도, 벽도 모두 하얀색으로 물들어가 푸른 바다와 대비되는 진풍경이 되어가는 중이라는데.. 바로 이 마을 토박이 주민인 고두환 씨와 귀향인 이나나 씨를 주축으로 하여 노후화된 마을을 재정비하기 위해 마을 전체에 페인트칠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바닷가 바로 앞에 자리한 마을인 만큼 물질하는 해녀들과 고기를 잡아 들어오는 선원들을 비롯해 주민 모두가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마을의 풍경은 아름다우면서도 정겹기만 하다. 고향을 그리워하고 있을 고래가 언젠가 다시 마을을 찾아올 그날까지 마을을 변함없이 지키고 있겠다는 주민들의 바람은 이루어질 수 있을까?

jjubika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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