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8 18:20 (일)
건축탐구 집, 초미니 청교도 하우스...하이엔드 럭셔리 하우스
건축탐구 집, 초미니 청교도 하우스...하이엔드 럭셔리 하우스
  • 정시환 기자
  • 승인 2022.12.19 16: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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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타임스 정시환 기자] 초미니 청교도 하우스

 

담도 없고 대문도 없이 집 전체를 골강판으로 둘러 정미소 같은 집이 나타났다. 석관동 골목을 향해 큰 창호 하나 덜렁 있는 은색 집은 건축가 부부가 지은 신혼집. 두 사람은 무엇이든 담을 수 있는 창고 같은 집이길 원했다.

 

건축가 부부의 실험은 경매로 나온 19평짜리 오각형 땅에서 시작했다. 집짓기 쉽지 않은 대지였지만 건축가의 도전 의식을 자극했던 못생긴 땅. 아파트는 싫고 서울은 떠날 순 없다는 고민 속 해답을 찾던 부부는 곧장 설계를 시작했다.

 

하지만 건축 좀 해봤다는 두 사람에게도 내 집을 짓는 것은 또 다른 도전이었다. 민원과 비용의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두 사람이 선택한 것은 철근의 pre-fab 공법! 공장에서 가공하고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으로 속전속결 진행한 결과 콘크리트에 비해 공사 기간은 물론 비용까지 절반으로 줄일 수 있었다.

 

작은 집을 크게 살기 위해 더하기보다 빼기에 집중했다는 부부. 불필요한 것들은 거둬내고 최소한 내 삶의 정수만을 남기는 집을 짓기로 했다. 그렇게 사라진 담과 대문. 벽과 문은 최소화해 공간을 구분 짓지 않았다. TV와 소파 역시 과감하게 치우고 의자의 등받이마저 없는 것을 택했다는 아내. 무채색의 공간을 위해 남편의 취향이었던 총천연색 옷까지 버려냈다. 그렇게 완성된 집은 아내를 닮은 미니멀한 청교도 하우스!

 

삼십 대에 가졌던 두 사람의 취향이자 기록물이라는 양철집. 즐겁게 싸우고 다투며 오늘을 산다는 건축가 부부의 집을 만나본다.

 

하이엔드 럭셔리 하우스

 

마천루는 가라! 부산에 새로운 랜드마크가 되겠다는 건축가의 야심만만한 집이 등장했다.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큰 사선과 대리석을 갈아 압축한 외장재. 집이 하나의 작품이길 바랐던 건축가 남편은 하이엔드 럭셔리 하우스를 지었다.

 

럭셔리 하우스는 외장재부터 남다르다. 대리석을 갈아 압축한 외장재는 대리석보다 더 무섭고 비싼 자재. 그 무게를 지탱하기 위해 빌딩이나 아파트를 지을 때 사용한다는 파일을 이 집엔 24개나 암반에 심었다. 게다가 사선의 덩어리를 떠받치기 위해선 두 개의 기둥과 보가 필요했는데, 천장 속에 감춰진 보는 일반 주택의 7배나 클 정도. 화려한 외장재를 고집한 남편 덕에 시공에만 웬만한 집 두 채를 지을 기간이 들었다.

 

이 집의 중심은 바로 1층 주방이다. 무려 4.7m의 천장고에 들어서면 바로 보이는 3.5톤 무게의 천연석 벽면. 전 세계에서 손꼽는 주방가구로 완성한 공간은 럭셔리 호텔을 연상시킬 정도다. 최고의 재료로 정성을 들일 때 만족할만한 결과가 나온다는 점에서 요리와 건축이 닮았다고 믿는 남편. 이곳은 남편이 자신에게 주는 선물 같은 공간이다.

 

마치 미술관처럼 곳곳에 놓인 예술작품. 4.6m의 역대급 천장고를 가진 화장실. 장인들이 한 땀 한 땀 마감한 대리석 타일까지. 남편에게 하이엔드란 살수록 더 가치를 깨닫게 되는 것이다. 하이엔드 건축의 선두주자가 되고 싶다는 남편은 우리나라를 넘어 전 세계에서 주목할 만한 집을 짓는 것이 최종 목표다.

 

땅 위로 삶을 짓는다는 건축가들. 그들이 작정하고 지은 집을 탐구해본다.

jjubika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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