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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한 바퀴 200화 이만기, 성탄 분위기 가득한 ‘서울 정동’에 가다
동네 한 바퀴 200화 이만기, 성탄 분위기 가득한 ‘서울 정동’에 가다
  • 정시환 기자
  • 승인 2022.12.22 13: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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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한 바퀴 200화

 

[스페셜타임스 정시환 기자] 격동의 역사가 지나간 자리에는 무성한 삶의 흔적들이 남는다. 대한제국을 꿈꿨던 조선이 몰락하고 걸어 잠갔던 근대문화의 빗장이 처음 열린 곳. 끝에서 끝까지 걸어서 20분이면 오가는 그 아담한 정동 길엔 대한민국 교육, 외교, 언론, 종교 등의 ‘시작’을 연 공간들이 가득했다.

 

200번째 <동네 한 바퀴>에서는 600년의 세월을 이어내며 매일 살아 숨 쉬는 길, 정동 한 바퀴를 걸어본다.

 

▶ 이문세의 <광화문연가> 속 '눈 덮인 교회당‘과 ’파이프오르간‘

 

명곡은 추억을 소환한다. 이문세의 <광화문연가>속 정동 길은 ‘다정한 연인들’도, ‘눈 덮인 조그만 교회당’도 가사처럼 ‘아직 남아’ 수십 년째, 이곳을 기억하는 이들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국내에 유일하게 남은 19세기 교회인 정동제일교회는 한때 독립운동의 본거지였다. 교회 내부에 설치된 파이프오르간의 송풍실에서 3.1운동 당시 유관순 열사와 독립운동가들이 태극기와 독립선언서를 등사했다. 이 파이프오르간은 한국전쟁 중인 1951년 폭격을 피할 수 없었지만, 완전히 소실되진 않아 다시 복원돼 지금까지 남아있다.

 

▶ 정동 길의 유일한 아파트, ‘정동에도 사람이 산다’

 

정동 길에 거의 유일한, 오래된 살림집이 하나 있다. 1965년에 지은 ‘정동 아파트’라 쓰인 지상 6층짜리 1개 동 건물이다. 엘리베이터도 주차장도 없지만, 당시 고급 아파트로 손꼽혔다. 이제는 다들 고쳐서 사는 탓에 옛 구조를 그대로 간직한 건 한 채뿐. 다음 달이면 공사에 들어간다는 마지막 남은 정동아파트의 집 내부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 덕수궁 돌담길에서 만난 연말의 산타, 온기 우체부

 

정동 길 원형 로터리에는 노란 우체통 하나가 있다. 익명으로 고민을 쓴 편지를 넣으면 답장해주겠다는 ‘온기 우체통’이다. 이만기는 온기 우체부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며 그들 곁에 앉아 온기 우편함으로 보내온 한 장의 편지를 읽고 한 자 한 자 꾹꾹 눌러 쓴 마음을 전한다.

 

▶ 성탄전야를 밝히는 12월의 기적 ‘구세군 자선냄비’

 

이만기는 옛 구세군 사관학교로, 현재는 구세군 역사박물관으로 열린 공간 앞에서 연주하는 구세군 브라스밴드를 발견한다. 손과 입이 얼어붙을 듯한 추위에도 이들이 연주를 멈출 수 없는 건 자선냄비 모금 때문이다. 브라스밴드와 함께 시청역 앞으로 자리를 옮겨 함께 모금 활동에 나선다.

 

▶ 서울 중심가 직장인들의 명소, 소고기영양전골

 

좁은 골목으로 들어선 이만기는 50년이 넘은 한 가게에 들어가 소고기영양전골을 맛본다. 어머니 대부터 이어왔다는 이곳은 지금 갑작스런 어머니의 부재로 아들 내외가 도맡아 운영한 지 5년째라는데. 이제 부부가 할 일은 세상을 떠난 어머니가 남긴 유산을 값지게 지켜나가야 하는 것. 큰 숙제를 안고 부부는 오늘도 어머니의 역작, 소고기영양전골을 끓인다.

 

▶ 서울 한가운데에서 새 시작을! 꿈꾸는 정동 청년들

 

이렇다 할 새 상권이 전무한 분위기 속에서 젊은 청년들이 정동에 입성한다는 건 하늘의 별 따기. 덕수궁 정관헌에서 커피를 즐겨 마셨다는 고종을 떠올리며 현대식 끽다점(다방의 원조 격으로 정동에 포진했던 카페 형태)을 연 윤장섭 씨와 무려 5년 간 자리가 나길 기다린 가죽공방장 송예진 씨다. 서울 한가운데에서 새 시작을 꿈꾸는 정동 청년들의 이야기를 만나본다.

 

▶ 3대 모녀의 내리사랑, 50년 추어탕

 

점심 무렵, 정동을 지나면 요일 불문 긴 줄이 늘어선 식당이 있다. 바로 정동극장 옆 한 추어탕 집이다. 오래된 가정집 형태의 가게는 정동을 지킨 반백 년의 역사. 운영도 모계로 3대째 세습 중, 세 여자가 똘똘 뭉쳐 작은 가게를 매일 갈고 닦는단다. 이만기는 정동의 명물, 추어탕을 맛보며 눈물도 많고 정도 많은 3대 모녀의 사연을 들어본다.

 

모든 게 변하고 사라져가는 이 시대, 켜켜이 시간을 쌓아내며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는 서울 정동 편은 12월 24일 저녁 7시 10분 <동네 한 바퀴> [200화 성탄 기획 그 겨울을 걷다 – 서울 정동] 편에서 공개된다.

jjubika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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