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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극장, 미얀마 난민 소녀 ‘완이화’가 부르는 특별한 노래
인간극장, 미얀마 난민 소녀 ‘완이화’가 부르는 특별한 노래
  • 정시환 기자
  • 승인 2022.12.24 08: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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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극장, 미얀마 난민 소녀 ‘완이화’가 부르는 특별한 노래
인간극장, 미얀마 난민 소녀 ‘완이화’가 부르는 특별한 노래

 

[스페셜타임스 정시환 기자] 긴 생머리에 앳된 얼굴, 감동을 주는 목소리. 열여섯 소녀 완이화는 2년 전 한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해 ‘상사화’를 불렀다. 맑고 슬픈 음색으로 아빠를 그리워하며 부른 노래는 가수 남진, 배우 고두심 씨 등 심사위원석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다. 그로부터 2년 후, 미얀마 카렌족 소녀, 완이화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6년 전, 난민 신분으로 한국으로 온 이화는 엄마와 두 동생과 함께 살며 가수의 꿈을 키우고 있었다. 그런데 올해 5월, 갑작스런 이화 엄마의 부고가 들려왔다. 2022년 연말, 인간극장이 완이화를 만나러 간다.

 

미얀마의 불안한 정세 속에서 완이화의 가족은 미얀마를 떠나 태국에 살았었다. 아빠는 미얀마 카렌족 출신의 유명 가수 투와 씨. 정치적 종교적 탄압을 피해 미얀마를 떠난 카렌족에겐 국민가수였다. 그러나 내전을 피해 태국으로 가던 중 사고로 세상을 떠나면서, 평범했던 이화네 삶에 큰 파도가 일었다. 아이들을 위해 함께 한국으로 온 엄마는 태국 식당에서 일하며 한국에 정착하기 위해 애썼다. 한국에 오기 전부터 일곱 살 이화는 돌아가신 아빠를 대신해, 크고 작은 무대에서 노래를 불렀었다. 한편, 2018년 이주민 가요제에 나간 열두 살 이화는 최연소 특별상을 받았다. 그렇게 한국에서 첫 무대에 선 날, 당시 심사위원장이던 이경자(60) 씨는 한눈에 이화의 재능을 알아봤고 기꺼이 이화의 음악 선생님이 돼줬다.

 

그렇게 한국에서 평범하게 살아갈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는데... 올해 2월, 배가 딱딱하다며 병원을 찾은 엄마가 간암 말기 판정을 받았다. 3개월의 시한부 선고에 한국말이 서툰 엄마 곁에서 맏딸 이화가 병간호를 했다. 엄마가 허망하게 세상을 떠났을 때, 이화는 기숙사에서 혼자 울었다. 그러나 이화는 이제 더는 울지 않는다. 남동생 수파산(14)과 나타콘(12)에게 약한 모습을 보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꿋꿋하게 살아가는 이화는 주중엔 용인에 있는 기숙학교에서 지내고, 주말에는 동생들이 사는 부천 집으로 온다. 요즘 부쩍 동생들에게 잔소리가 늘었다. 동생들을 책임져야 한다는 이화, 너무 일찍 철이 들어버렸다. 그런 이화를 막내딸처럼 챙기며, 가수 뒷바라지를 자처한 ‘한국 엄마’ 경자 씨는 이화가 또래 아이들처럼 평범하게 자라기를 바라고 있다.

 

한편, 미얀마 난민 가수, ‘완이화’로 무대에 서는 날이면 이화를 따라다니며 응원하는 팬들도 생겼다. 이화의 노래엔 사람을 끌어당기고 치유하는 특별한 무언가가 있다고 말하는 중년의 팬들 덕분에 이화는 힘을 내고 살아갈 용기를 얻는다. 동생 수파산의 생일날, 엄마가 살아있을 때부터 가족처럼 지내던 카렌족 삼촌들이 달려와 함께 축하를 해준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이화는 두 동생을 데리고 엄마를 만나러 간다.

 

삶의 파도를 헤치며 담담하게 노래하는 완이화의 노래, ‘나는 하나의 집을 원해요’ 엄마는 돌아가셨지만, 사랑하는 동생들과 따뜻한 집에서 살아가기를, 세계에 흩어져 사는 카렌족에게도 언젠가 봄이 찾아오기를. 완이화의 노래가 위로를 전하고 있다.

jjubika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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