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21:20 (토)
건축탐구 집, 작아도 괜찮아...벗은 미니멀 삼나무 집, 영국 유학파가 지은 농막
건축탐구 집, 작아도 괜찮아...벗은 미니멀 삼나무 집, 영국 유학파가 지은 농막
  • 정시환 기자
  • 승인 2023.01.02 10: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페셜타임스 정시환 기자] 강원도 춘천, 한적한 산골 마을에 헐벗은 집이라고 소문난 집이 한 채 있다. 이유는 지붕도 벽도 온통 ‘삼나무’로 뒤덮여 있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른 뒤에도 자연으로 되돌아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외장재를 삼나무로 고른 부부는 옛날부터 꿈꾸던 미래를 찾아 이곳으로 오게 되었다. 부부는 청약 통장을 만들지 않을 정도로 서울에서의 삶은 생각해 본 적이 없었고, 평생 17평보다 넓은 집에서 살아본 적도 없었다. 이유는 부부가 행복하게 머물 작은 집만 있으면 되었던 것.

 

부부는 영화<해피 해피 브레드> 속 주인공처럼 손님들에게 직접 구운 빵을 나누고, 멋진 풍경도 나누는 따뜻한 삶을 꿈꿨다. 그렇게 꿈꾸던 집을 짓기 위해 땅을 보러 거제, 통영, 담양을 거쳐 결국 연고지 없는 춘천까지 오게 되었다. 땅을 얼마나 보러 다녔으면, 춘천에서 부부를 모르는 부동산 중개업자가 없을 정도였다. 2년이 훌쩍 지나서야 드디어 부부 마음에 쏙 드는 땅을 찾았다. 그러나 땅을 찾았다는 행복도 잠시, 절터로 쓰였던 땅이라 유물조사를 무조건 해야 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집을 짓기 위해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유물 조사까지 진행되었고, 비로소 부부는 집 짓는 데 10년은 늙는다는 말을 실감했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했던가. 부부는 천신만고 끝에 꿈꾸던 집을 완성했고, 이는 장인 정신이 깃든 건축가를 만난 덕분이었다. 건축가는 설계부터 시공, 집 안의 가구, 창틀, 조명 하나하나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건축주의 취향만큼은 꼭 담아 집을 완성해 나갔다. 서재 겸 거실에는 풍경을 조각조각 볼 수 있는 격자 창문이, 집에 비해 큰 욕실에는 대나무숲 풍경을 볼 수 있는 코너 창문이, 안방에는 하늘을 볼 수 있는 천창이. 집 안 어디서든 자연을 가깝게 볼 수 있다.

 

작아도 부부의 로망이 가득 담긴 세 채의 작은 집을 탐구해 보자!

 

영국 유학파가 지은 농막

 

허허벌판 논과 밭 사이 눈길을 끄는 골강판 집 한 채가 보인다. 튀는 듯 안 튀는 듯 자리한 녹색 농막은 20년이 넘도록 그늘 한 점 없는 밭에서 제대로 쉬어보지 못한 농부 수정씨와 집 지을 땅이 없어 사돈에 팔촌까지 땅을 찾으러 다닌 건축가 사돈 조카 성범씨와의 합작품이다. 사돈 조카가 지어준 6평 남짓 이 작은 집은 수정씨 부부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소중한 집이 되었다고...

 

제대로 쉴 공간이 없어 일하다가 쓰러질 뻔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는 수정씨는 이제 밭에서 일하다가 목이 마르면 언제든지 물을 마실 수 있고, 땀이 나면 언제든지 샤워를 할 수 있다. 또, 농사에 농자도 모르는 그의 아내 정화씨는 요즘 부쩍 남편보다 이곳을 찾는 일이 많아졌다. 친구들과 수다 떨 수 있는 아지트가 생겼기 때문이다. 그도 그런 게 여느 농막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평상 마루는 수정씨에게는 언제든 누워 쉴 수 있는 공간이 되었고, 그의 아내 정화씨에게는 친구들과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쉼터가 되었다. 아늑한 다락방은 잔일이 많은 건축가 성범씨에게 도시 생활에 지쳐 숨통 트일 공간이 되었다.

 

농막이 생긴 뒤 제2의 집이 생겨 삶의 질이 높아졌다는 부부와 매번 다른 사람의 집을 지어주다가 드디어 내 공간이 생겨 행복하다는 건축가 성범씨. 세 사람이 누려도 전혀 작지 않은 집을 탐구해보자!

jjubika1@naver.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