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8 14:30 (일)
예썰의 전당 BTS의 RM도 반한 ‘토종 화가’ 박수근, 그가 그려낸 ‘작은 것들을 위한 시’는?
예썰의 전당 BTS의 RM도 반한 ‘토종 화가’ 박수근, 그가 그려낸 ‘작은 것들을 위한 시’는?
  • 정시환 기자
  • 승인 2023.01.08 07: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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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썰의 전당

 

[스페셜타임스 정시환 기자] <예썰의 전당> 신년 기획 한국화가 4부작. 그 두 번째 주인공은 ‘국민화가’, ‘토종 화가’라 불리는 박수근이다. 그는 지나치기 쉬운 평범한 일상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냈던 화가다. 독보적인 화풍으로 유명한 그의 그림은 방탄소년단 RM의 SNS에 올라오며 다시금 주목받기도 했다. 어두운 현실 속에서도 ‘작은 것들을 위한’ 희망을 노래한 박수근. 오는 8일 <예썰의 전당>에선 박수근이 우리에게 들려주고자 했던 ‘작은 것들을 위한 시’를 들여다본다.

 

이날 <예썰의 전당>은 박수근의 대표작 <빨래터>로 문을 열었다. 작품의 등장에 출연자들은 “정말 유명한 그림”이라며 반가움을 표했다. 냇가에서 빨래하는 여인들을 그린 정겨운 작품 <빨래터>엔 로맨틱한 ‘썰’이 숨겨져 있다는데. 박수근은 그림을 그리러 찾아간 빨래터에서 운명의 상대, 김복순을 보고 첫눈에 반한다. 하지만 사랑엔 위기가 찾아오는 법. 김복순은 건넛마을 수의사와 약혼한 사이였다. 그럼에도 둘은 결국 백년가약을 맺었다는데. 박수근과 김복순 사이, 어떤 로맨틱한 이야기가 오갔던 걸까?

 

박수근이 김복순 여사에게 전했던 러브레터에는 ‘재산이라곤 붓과 팔레트밖에 없지만, 누구보다 행복하게 해주겠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편지 내용으로 짐작할 수 있듯 박수근은 부유하지 않은 화가였다. 일제강점기 당시 미술계는 일본 유학파가 주류를 이루었다. 이와 달리 미술교육을 받기 어려웠던 박수근은 그림을 ‘독학’했으며, 그의 학력은 ‘보통학교’가 전부다. 그렇게 박수근은 줄곧 한국 땅에서 그림을 그렸다. 하지만 이는 위기가 아닌 기회였다. 이러한 배경은 박수근을 독보적 화풍을 지닌 ‘토종 화가’로 길러냈다.

 

박수근 작품의 주인공은 빨래터의 여인들처럼 평범한 사람들이다. <맷돌질하는 여인>, <공기놀이하는 아이들> 등 박수근에겐 주변의 모든 일상이 곧 소재였다. 박수근은 스쳐 지나갈 법한 ‘작은 것’들을 다정한 시선으로 그려냈다.

 

박수근의 화법 또한 우리 주위에 있는 아주 흔한 것에서 비롯됐다. 박수근의 작품은 화강암을 닮았다. 유화물감을 겹겹이 쌓아 화강암의 질감을 표현해낸 독특한 화법으로 박수근은 ‘질감에 있어 새로운 양식의 창안자’라 평가되는데. 왜 박수근은 흔하디흔한 돌, 화강암의 질감을 작품에 가져왔던 걸까?

 

김지윤 박사는 “화강암은 우리나라의 약 70%를 차지하는 특별한 것 없는 돌”이지만 “갈면 갈수록 빛이 난다는 점”에 집중했다. 화강암은 전쟁의 상흔 속에서도 꿋꿋이 일상을 살아 나가는 평범한 사람들을 닮았다. 그리고 박수근 또한 그런 평범한 사람 중 한 명이었다. 6.25 전쟁 당시 박수근은 고향을 떠나 피난길에 나섰고, 천신만고 끝에 서울시 종로구 창신동에 자리를 잡았다. 창신동은 박수근과 같은 피난민들이 많이 모여든 곳이다. 박수근은 그곳에서도 어김없이 ‘작고 소박한’ 삶의 풍경을 그려낸다. <소금 장수>, <노변의 행상>, <세 여인> 등 박수근의 작품엔 여성이 자주 등장한다. 이는 수많은 여성이 전쟁으로 남편을 잃고 홀로 가족을 책임져야 했던 당시 사회상을 드러낸다. 그중 기름병을 머리에 인 여인을 그린 <기름 장수>에는 마음 따뜻해지는 사연이 담겨있다는데. 그 사연은 과연 무엇일까.

 

비슷한 시기 완성된 박수근의 또 다른 대표작 <나무와 두 여인>. 그 한가운데에는 앙상한 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그림을 본 김구라는 “서늘한 느낌이 나고 우리 현대사를 표현하는 것 같다”며 다른 그림들과 달리 쓸쓸함이 느껴진다는 감상을 표했다. 박수근은 잎새 하나 없이 벌거벗은 나무를 통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걸까?

 

박수근이 나무에 숨겨둔 메시지를 찾아낸 사람이 있다. 바로 박완서 작가이다. 박수근과 박완서는 미군 PX에서 함께 일하며 인연을 맺었다. 전란으로 힘겨운 시절을 함께한 두 사람. 박완서의 등단작 <나목>은 박수근의 <나무와 두 여인>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작품이다. 이 소설 속에는 박수근이 나무에 숨겨둔 메시지에 대한 해답이 있다. 박완서가 해석한 ‘나무’의 의미는 무엇일까?

 

‘작은 것’의 위대함을 노래한 박수근의 그림은 2023년의 시작, 다가올 봄의 희망을 전한다. <작은 것들을 위한 시 - 박수근> 편은 8일(일) 밤 10시 30분 KBS1TV에서 방송된다.

jjubika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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