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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극장, 부모님의 투병 소식을 듣고 방앗간으로 돌아온 20대 삼남매
인간극장, 부모님의 투병 소식을 듣고 방앗간으로 돌아온 20대 삼남매
  • 최선은
  • 승인 2023.11.04 14: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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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MBC 제공
사진= MBC 제공

 

[스페셜타임스 최선은 기자] 여름날 고추 익고, 가을에 들깨 여물면 농부만큼 바빠지는 이들이 있다. 바로 시골 장터에 있는 방앗간 식구들. 충남 청양의 한 방앗간, 고추의 고장답게 고추 철만 되면 밥 먹을 시간도 없다는데. 바삐 돌아가는 이곳에 풋풋한 청년들이 복닥거린다. 김명주(29), 규성(26), 지영(23) 삼남매. 넓은 세상을 찾아 도시로 떠났던 그들이 다시 부모님의 둥지로 돌아온 건 4년 전, 부모님의 투병 소식을 들은 직후였다.

 

8년 전, 사업 실패 후 세를 얻어 방앗간을 시작한 김대열(56) 씨와 박휘숙(55) 씨 부부. 방 한 칸 얻을 여유가 없어 주요소에 딸린 쪽방에서도 지냈고, 절에서도 신세를 졌었다. 그런데 밤낮없이 일에 매달린 탓일까? 대열 씨 몸에 이상 신호가 왔다.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결국 스텐트를 넣는 수술을 받았다. 함께 고생한 아내의 건강도 걱정돼서 억지로 검진받게 했는데, 덜컥 위암 판정을 받았다. 당시 첫째 명주 씨는 해외에서 카지노 딜러로 일하고 있었고, 둘째 규성 씨는 군 제대 후 복학해 공부하고 있던 상황. 막내 지영 씨도 학업에 열중하고 있었다. 방앗간에 힘쓸 일이 많은데, 몸이 말을 안 들었다. 견디다 못한 휘숙 씨가 둘째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규성 씨는 졸업하자마자 방앗간으로 들어왔다. 뒤늦게 부모님의 투병 사실을 알게 된 큰딸, 명주 씨도 그 길로 곧장 방앗간 행. 올해 초에 대학을 졸업한 막내, 지영 씨까지 언니 오빠를 따라 방앗간에 합류했다. 그렇게 다섯 식구가 방앗간에 다시 모였다. 

 

이른 아침, 알람 시계 대신 목탁 소리가 울리는 집. 잠이 많은 삼남매를 깨우기 위해서 아버지, 대열 씨가 선택한 방법이란다. 매사 장난기가 넘치는 가장, 늘 유쾌한 웃음을 주지만 사실 삼남매에게는 늘 미안한 마음이다. 각자 품었던 꿈을 접고, 부모님을 돕겠다고 내려와 있는 것이 짠하고 안쓰러운데. 방앗간을 발판 삼아 새로운 꿈을 꾸기 시작한 아이들. 큰딸과 막내는 고춧가루와 들기름처럼 방앗간에서 생산할 수 있는 것들로 유통 사업을 시작했다. 그런 자식들에게 힘이 되어주고픈 가장. 들기름을 팔려면 들깨부터 키워봐야 한다며, 밭을 빌려서 함께 농사를 짓고. 공짜로 고추도 빻아주고, 기름도 짜주면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그렇게 부모님의 사랑을 거름 삼아 조금씩 성장하고 있는 삼남매. 그런데 가끔은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는 것 같아서 어깨가 처진다. 이대로 버틸 수 있을까, 자신감이 떨어지기도 한다. 

 

그렇게 고민이 깊을 때, 서로 속 터놓고 위로를 해주는 삼남매. 서로에게 가장 좋은 친구이자, 동료 사이. 일 끝나면 불빛 반짝이는 도시로 나가, 맛있는 음식도 먹고 노래방에서 스트레스도 푼다. 바쁜 고추 철이 끝나가고 조금은 한가해진 방앗간. 구석구석 쓸고 닦고, 개운하게 물청소를 마친 다섯 식구. 모처럼 캠핑카 타고 바람을 쐬러 간다. 어묵 꼬치 하나 만드는데도 깔깔깔. ‘불멍’도 해보고, 분위기가 무르익는데. 삼남매가 부모님을 위해 깜짝 선물을 준비했다. 바로 마음을 담아 만든 영상 편지. 진심이 담긴 아들딸의 고백에, 대열 씨와 휘숙 씨는 뜨거운 눈물을 쏟는데…

 

세상을 향해 펼쳤던 날개를 접고 부모님의 둥지로 돌아왔을 땐 두려움도 있었지만, 다시 비상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 다섯 식구가 모이면, 최강이야” 긍정의 에너지로 똘똘 뭉친 삼남매 덕에, 방앗간은 오늘도 힘차게 굴러간다. 

jjubika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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