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이사철 앞두고 대출규제·거래량이 관건으로 떠올라

추석 연휴가 끝나면서 실수요자들의 발걸음이 다시 부동산 중개업소로 향하고 있다. 가을 이사철과 맞물려 매년 이맘때쯤 거래가 활기를 띠는 것이 통상적인 흐름이지만, 올해는 대출 규제와 금리 변수가 겹치면서 시장 참여자들의 셈법이 예년보다 복잡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명절 연휴 직후는 대체로 매수 문의가 늘어나는 시기로 꼽힌다. 연휴 기간 가족 모임에서 오간 집값 이야기, 자녀 교육이나 직장 문제로 인한 이사 계획 등이 구체화되면서 실제 매물 확인과 대출 상담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하는 주택 매매거래량 통계를 보면 추석이 낀 9월보다 10월 거래량이 늘어나는 흐름이 반복적으로 나타난 바 있다. 실제로 최근 5년간 통계를 살펴보면 9월 거래량 대비 10월 거래량이 늘어난 해가 대부분이었고, 그 폭은 지역과 시기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다만 올해는 상황이 다소 다르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정부가 앞서 내놓은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과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한도 축소 조치가 시장 심리에 여전히 무겁게 작용하고 있어서다. 한국은행이 집계하는 가계신용 통계에서도 주택담보대출 증가폭이 상반기 대비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실수요자들의 자금 조달 여건이 예전만 못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로 해석된다. 특히 생애최초 주택구입자나 신혼부부 등 상대적으로 자기자본이 적은 계층에서 대출 한도 축소의 체감도가 크다는 목소리가 많다.
한 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연휴 이후 문의 전화는 확실히 늘었지만 실제 계약으로 이어지는 비율은 예년보다 낮은 편"이라며 "대출 한도가 줄어든 상태에서 매수자들이 자금 계획을 다시 짜야 하는 상황이라 결정이 더뎌지고 있다"고 말했다. 매수 의사는 있어도 실행 단계에서 신중해지는 경향이 뚜렷해졌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예전 같으면 집을 보고 그 자리에서 가계약을 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요즘은 은행 상담부터 먼저 받아보고 오겠다는 손님이 대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사례를 봐도 이런 흐름은 감지된다. 서울 노원구에서 전용면적 84제곱미터 아파트 매수를 검토 중인 김모 씨(38)는 "추석 전부터 봐둔 집이 있었는데 대출 한도가 예상보다 적게 나와서 다시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며 "가을 이사철이라 마음은 급한데 무리해서 매입했다가 이자 부담이 커질까 걱정된다"고 전했다. 맞벌이 부부인 이모 씨(41) 역시 "전세를 연장할지 매매로 갈아탈지 아직 결정을 못 내렸다"며 "금리와 대출 정책이 계속 바뀌니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경기 남부권에서 신혼집을 알아보고 있는 박모 씨(32)는 "부모님 도움 없이는 사실상 대출만으로 집을 사기가 힘들어졌다"며 "연휴 동안 가족들과 상의했지만 뾰족한 답을 찾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부동산 시장 전문가들은 이런 매수 심리의 위축이 일시적 관망세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한 부동산 연구위원은 "명절 이후 나타나는 거래량 증가는 계절적 요인이 크지만 올해는 정책 변수가 그 흐름을 억누르는 형태"라며 "가격이 급격히 오르내리기보다는 지역별, 단지별로 온도차가 벌어지는 장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대출 규제의 영향을 크게 받는 수도권 중저가 아파트 단지에서는 거래 절벽 현상이 더 두드러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연구위원은 "중저가 단지는 대출 의존도가 높은 실수요층이 주로 찾는 만큼 규제 강도에 따라 거래량이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부연했다.
반면 실수요층이 두터운 일부 지역에서는 다른 양상도 관찰된다. 학군 수요나 직주근접 수요가 강한 지역의 경우 대출 규제와 무관하게 자금력을 갖춘 매수자들이 움직이면서 거래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한 감정평가사는 "규제가 강화될수록 오히려 자금 여력이 있는 수요자와 그렇지 못한 수요자 간 시장 참여 격차가 커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 감정평가사는 "일부 인기 학군 지역에서는 오히려 매물이 귀해지는 현상까지 나타난다"고 전했다.
정부의 추가 정책 발표 여부도 변수로 꼽힌다. 국토교통부와 금융위원회는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으며, 필요시 추가 보완책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정책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 한 매수 심리가 뚜렷하게 개선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연말로 갈수록 규제 완화 여부를 둘러싼 관측이 엇갈리면서 매수 대기 수요가 더 쌓일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한국부동산원이 매주 발표하는 아파트 매매수급지수 역시 추석 연휴 직후 소폭 반등하는 흐름을 보였으나, 기준선인 100을 여전히 밑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매수자보다 매도자가 많은 시장 상황이 이어지고 있음을 뜻한다. 다만 지수 하락폭이 둔화된 점을 두고 일부에서는 매수 심리가 바닥을 다지는 국면일 수 있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특히 서울 강남권과 일부 신도시 지역에서는 지수가 다른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높게 유지되고 있어 지역별 격차가 통계로도 확인되고 있다.
전세 시장의 움직임도 매매 심리에 영향을 주는 변수로 꼽힌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최근 수도권 전세가격은 완만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데, 이는 매매를 미루고 전세로 눌러앉으려는 수요가 늘어난 결과로 풀이된다. 한 부동산 중개업소 대표는 "전세 계약을 연장하겠다는 문의가 부쩍 늘었다"며 "매매 시장의 불확실성이 전세 수요를 자극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가을 이사철 실수요자들의 고민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들은 대출 한도와 금리 조건을 꼼꼼히 확인한 뒤 자금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구체적인 대출 상담이나 세금 문제는 개인별 상황이 달라 금융기관이나 세무 전문가와 상의해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실제 계약을 앞둔 실수요자라면 은행별 대출 한도와 우대금리 조건을 사전에 비교해보는 절차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