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누리상품권 할인 확대에 마트 프로모션 맞불, 소비자는 품목별로 저울질

추석을 열흘 앞둔 주말, 서울의 한 전통시장은 나물과 과일을 고르는 손님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좁은 통로 사이로 장바구니를 든 손님들이 줄지어 이동했고, 상인들은 흥정을 하면서도 손을 바삐 움직였다. 반면 인근 대형마트에서는 명절 선물세트 코너 앞에 줄이 길게 늘어섰다. 카트를 끌고 온 손님들은 정육세트와 과일세트를 번갈아 살피며 가격표를 확인했다. 같은 명절 장보기지만 소비자들이 향하는 발걸음은 품목에 따라 갈리고 있다.

올해 추석 장보기 시장에서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온누리상품권 할인폭 확대다. 정부는 명절 성수기를 맞아 온누리상품권 할인율을 기존보다 높여 판매하고 있다. 지류형과 카드형, 모바일형까지 구매 채널도 다양해지면서 전통시장을 찾는 발길이 늘었다는 게 상인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한 전통시장 상인회 관계자는 "할인율이 높아지니 상품권을 미리 구매해두고 장을 보러 오는 손님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에는 명절 대목이라고 해도 손님이 몰리는 시간대가 짧았는데, 최근에는 평일 오전에도 상품권을 들고 오는 손님이 꾸준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온누리상품권 발행 및 판매 규모는 명절 성수기마다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모바일 상품권 이용 비중이 늘면서 젊은 소비자층의 전통시장 유입이 눈에 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과거에는 전통시장을 잘 찾지 않던 20~30대 소비자들이 모바일 앱으로 상품권을 충전해 사용하는 사례가 늘었다는 것이다. 40대 초반 소비자로 보이는 이모 씨(43)는 "예전에는 마트가 편해서 자주 갔는데 상품권 할인 혜택이 커지니 나물이나 과일 같은 신선식품은 시장에서 사는 게 이득이라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 학교 준비물을 사러 나온 김에 시장에 들러 전, 나물거리를 함께 사는 게 습관이 됐다"고 전했다.

그렇다고 대형마트가 밀리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대형마트들은 이번 추석을 앞두고 선물세트 사전예약 할인, 온라인몰 연계 적립금 지급 등 다양한 프로모션을 동시에 내놓았다. 정육이나 수산물, 주류가 포함된 프리미엄 선물세트는 여전히 대형마트 매출의 핵심 축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선물세트처럼 규격화된 상품, 대량 구매가 필요한 품목은 마트나 온라인몰 선호도가 여전히 높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직장인들은 거래처나 웃어른께 드릴 선물을 고를 때 브랜드와 포장 상태를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마트 선물세트 코너를 찾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의 장보기 패턴을 들여다보면 품목별 이원화가 뚜렷하다. 나물, 과일, 생선 등 신선식품은 가격 흥정이 가능하고 상품권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전통시장에서, 포장된 선물세트나 대량 구매가 필요한 생필품은 대형마트나 온라인몰에서 구매하는 방식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30대 후반 소비자 박모 씨(38)는 "시장에서는 필요한 만큼만 소량으로 살 수 있어서 좋고, 마트는 카드 할인이나 적립 혜택이 확실해서 선물용은 거기서 산다"며 두 곳을 함께 이용한다고 밝혔다. 그는 "차례상에 올릴 나물과 과일은 시장에서, 친척들에게 돌릴 선물세트는 마트에서 한 번에 구매하는 식으로 동선을 정해뒀다"고 설명했다.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도 차이가 감지된다. 소비자단체협의회가 매년 명절을 앞두고 발표하는 물가조사에 따르면 배추, 무, 시금치 등 채소류는 전통시장이 대형마트보다 저렴한 경우가 많다는 결과가 반복적으로 나온다. 반면 공산품이나 포장 가공식품은 대형마트의 대량구매 할인과 적립 혜택이 더 유리한 경우가 많다는 평가다. 한 유통 분야 연구위원은 "소비자들이 예전보다 훨씬 계획적으로 품목별 구매처를 나누는 경향이 강해졌다"며 "이는 단순히 가격 비교를 넘어 상품권, 카드 혜택, 배송 편의성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소비자들이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가격 비교를 하면서 장보기 계획을 세우는 것도 이런 이원화 현상을 부추기는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온누리상품권의 사용처 확대도 소비자 선택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과거에는 전통시장 내 개별 점포에서만 사용할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일부 전통시장 인근 골목상권과 연계 가맹점에서도 사용 범위가 넓어지는 추세다. 이에 따라 전통시장을 찾는 소비자들이 장보기뿐 아니라 외식이나 생활용품 구매까지 연계해서 소비하는 패턴도 나타나고 있다. 한 지역 상권 관계자는 "시장에서 장을 본 뒤 인근 식당에서 상품권으로 식사를 해결하는 손님도 많아졌다"며 "시장 골목 전체의 소비가 함께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전통시장이 넘어야 할 과제도 여전하다. 주차 공간 부족, 결제 시스템의 디지털화 미흡, 일부 품목의 규격화 부족 등은 소비자들이 여전히 지적하는 불편함이다. 한 시장 상인은 "카드 결제나 모바일 상품권 사용법을 몰라 헤매는 어르신 상인들도 있어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60대 상인 김모 씨(61)는 "모바일 상품권이 늘면서 결제 과정에서 손님과 실랑이가 벌어지는 일이 종종 있다"며 "시장 차원에서 결제 교육을 더 자주 열어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대형마트 역시 온라인 주문 폭주로 인한 배송 지연, 선물세트 품절 등의 문제가 매년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명절 직전 주말에는 배송 예약이 조기 마감되는 경우가 많아 미리 주문하지 않으면 원하는 시간에 물건을 받기 어렵다는 불만도 나온다.

통계청이 발표하는 소비자물가동향에서도 추석 성수기 농축수산물 가격 변동성은 매년 주요 관심사로 다뤄진다. 올해도 배추와 사과 등 일부 품목의 가격 변동 폭이 커지면서 소비자들의 장보기 부담이 예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작황에 따라 가격 편차가 큰 채소류는 전통시장 상인들도 매입 단가를 맞추기 어려워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전통시장과 대형마트 모두 이러한 물가 변동에 대응해 각자의 방식으로 소비자를 붙잡으려는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결국 올해 추석 장보기는 전통시장이냐 대형마트냐는 이분법적 선택이 아니라, 품목별로 가장 유리한 곳을 고르는 소비자들의 실용적 접근이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 확인된다. 상품권 혜택과 마트 프로모션이라는 두 축이 동시에 강화되면서, 소비자들의 장보기 동선은 한 곳이 아닌 여러 곳으로 나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이번 주말 시장과 마트를 함께 둘러본 소비자들 중 상당수는 두 곳에서 나눠 산 물건들을 각각 다른 장바구니에 담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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