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앞두고 예초기 사고·벌쏘임 늘어 지자체 예방책 점검

추석을 앞두고 벌초와 성묘에 나서는 이들이 늘면서 벌쏘임과 예초기 사고가 해마다 되풀이되고 있다. 소방청에 따르면 벌쏘임 사고는 벌의 활동이 왕성해지는 8월 말부터 9월 사이에 집중적으로 발생한다. 벌초철과 벌의 활동기가 겹치면서 매년 이맘때면 산이나 묘지 인근에서 벌에 쏘였다는 신고가 잇따른다. 소방청 통계를 보면 벌쏘임으로 인한 119 구급 출동 건수는 해마다 여름철 막바지부터 초가을 사이에 크게 늘어나는 패턴을 보인다. 특히 벌초가 몰리는 주말과 추석 연휴 전후로 신고가 집중되는 경향이 뚜렷하다.
벌쏘임은 단순한 통증을 넘어 생명을 위협하는 경우가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말벌에 쏘였을 때 온몸에 두드러기가 퍼지거나 호흡이 곤란해지는 아나필락시스 쇼크가 나타나면 즉시 병원으로 옮겨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과거 벌에 쏘인 적이 있는 사람은 알레르기 반응이 더 심하게 나타날 수 있어 각별한 경계가 요구된다. 이 전문의는 "쏘인 부위가 하필 목이나 얼굴 주변이라면 기도가 부어 위험할 수 있어 병원 이송을 서둘러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등검은말벌 같은 외래종 벌의 개체 수가 늘면서 독성이 강한 벌에 쏘이는 사례도 증가하는 추세다.
벌초 현장에서는 벌쏘임뿐 아니라 예초기로 인한 손과 다리 부상도 끊이지 않는다. 예초기 날에 잔돌이나 나뭇가지가 튀어 눈이나 얼굴을 다치는 사고, 회전하는 칼날에 발목을 베이는 사고가 대표적이다. 소방 당국 관계자는 "예초기 사고는 대부분 보호장비를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발생한다"며 "긴 옷과 장갑, 보안경 착용만으로도 상당수 사고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예초기 칼날 종류에 따라 사고 유형도 다르다고 짚었다. 나일론 날은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낮은 반면, 금속 회전날은 순간적으로 큰 절상을 입힐 수 있어 초보자일수록 사용에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벌초를 하던 중 예초기 칼날에 발등을 다친 김모 씨(58)는 "잠깐이면 끝날 일이라 생각하고 반바지 차림으로 작업하다가 다쳤다"며 "병원에서 몇 바늘을 꿰맸는데 방심이 화를 불렀다"고 전했다. 또 다른 벌쏘임 피해자인 박모 씨(63)는 "벌집인 줄 모르고 낫으로 풀을 베다가 말벌떼의 공격을 받았다"며 "정신을 잃을 뻔했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두 사람 모두 매년 벌초를 해왔던 터라 방심했다고 입을 모았다. 박씨는 "예년보다 벌집 크기가 훨씬 컸는데 미리 살피지 않은 게 화근이었다"며 "올해는 벌초 대행업체에 맡길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사고를 막기 위해 각 지방자치단체는 벌초철을 맞아 예방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다수 지자체는 벌집 제거 신고 전용 창구를 운영하며 벌초 예정지 사전 점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벌초 대행 서비스를 확대해 고령층이나 거동이 불편한 주민이 직접 작업하지 않아도 되도록 지원한다. 지자체 관계자는 "벌초 대행 신청이 매년 늘고 있어 예산과 인력을 추가로 배정하고 있다"며 "특히 벌초 대상지가 산비탈이나 접근이 어려운 곳에 있는 경우 우선 지원 대상으로 분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부 지자체는 벌초철에 맞춰 소방과 합동으로 순찰반을 꾸려 벌집 우심 지역을 사전에 제거하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소방 당국은 벌초 전 산소 주변을 미리 살펴 벌집 유무를 확인할 것을 권한다. 벌집을 발견하면 직접 제거하려 하지 말고 119나 관할 소방서에 신고해야 한다는 게 공통된 안내다. 향수나 화장품, 밝은 색 옷은 벌을 자극할 수 있어 벌초 시에는 무채색 계열의 긴소매 옷을 입는 것이 권장된다. 소방 관계자는 "벌은 검은색이나 어두운 색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오해가 있는데, 실제로는 향이 강한 화장품이나 밝은 원색이 자극 요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벌에 쏘였을 때는 침이 남아 있는지 확인하고, 신용카드 등으로 침을 밀어내듯 제거하는 것이 손으로 짜내는 것보다 안전하다는 설명이 나온다. 쏘인 부위는 깨끗한 물로 씻어내고 얼음찜질로 부기를 가라앉히는 것이 초기 대응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어지럼증이나 호흡곤란, 전신 두드러기 같은 증상이 나타나면 지체 없이 응급실을 찾아야 한다고 전문의들은 강조한다. 벌에 여러 차례 쏘였거나 벌집을 건드려 여러 마리에게 동시에 공격받은 경우에는 증상이 즉시 나타나지 않더라도 병원에서 경과를 지켜보는 것이 안전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예초기 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작업 전 칼날 상태를 점검하고, 주변에 돌이나 이물질이 없는지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작업 중에는 다른 사람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해야 하며, 경사진 곳에서는 미끄럼 방지 신발을 착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안전보건 관련 협회는 "예초기는 회전 속도가 빠른 만큼 짧은 순간에도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무리한 작업보다는 중간중간 휴식을 취하며 집중력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 협회는 "작업 전 준비운동을 하고, 예초기 날 방향으로 사람이 서 있지 않도록 하는 것만으로도 심각한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고령층일수록 체력 소모가 큰 벌초 작업 중 낙상이나 열사병 같은 2차 사고에도 노출되기 쉽다. 무더위가 남아 있는 시기에는 충분한 수분 섭취와 휴식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벌초 대행업체를 이용하거나 가족 단위로 작업을 나눠 하는 것도 사고 위험을 줄이는 방법으로 꼽힌다. 의료계 관계자는 "고령자는 무리하게 혼자 벌초를 하기보다 가족이나 대행 서비스를 활용해 작업 시간을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작업 도중 어지러움을 느끼면 즉시 그늘에서 휴식을 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지자체별로 운영하는 벌초 지원 서비스와 벌집 제거 신고 창구는 관할 시청이나 군청 홈페이지, 지역 소방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벌초철 안전사고는 사전 준비와 기본 수칙만 지켜도 상당 부분 예방이 가능하다는 것이 소방 당국과 의료계의 공통된 설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