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 가구 늘면서 명절 여행 트렌드 확산

추석 연휴를 앞두고 고향 대신 여행지를 택하는 가구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직장인 김모 씨(38)는 올해 처음으로 부모님께 양해를 구하고 가족과 함께 강원 강릉으로 3박 여행을 떠난다. 김씨는 "명절마다 반복되던 차례상 준비와 장거리 운전에 지쳐서 올해는 온 가족이 쉴 수 있는 방법을 택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결혼 10년 차에 접어들면서 매년 명절마다 반복되던 피로감이 누적됐다고 털어놓았다. 아내와 상의 끝에 올해는 부모님께 미리 사정을 설명하고 대신 명절 전 주말에 따로 찾아뵙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는 "막상 말씀드리기 전에는 걱정이 컸는데 오히려 부모님도 쉬라고 하셔서 마음이 편해졌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변화는 특정 가구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 몇 년 사이 명절 연휴를 이용해 국내 여행을 떠나는 3040 가구가 늘었다는 관측이 여행업계 안팎에서 꾸준히 나온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명절 연휴 국내 숙박 예약이 뜸했지만 최근에는 오히려 명절 연휴 예약률이 평소 주말보다 높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연휴가 5일 이상으로 길게 이어지는 해에는 앞뒤로 이틀만 본가에서 보내고 나머지 기간을 여행으로 채우는 가구가 눈에 띄게 늘어난다"고 전했다. 전체 일정을 여행으로 채우기보다는 명절과 휴식을 나눠 쓰는 방식이 자리 잡고 있다는 설명이다.
배경에는 가족 구조와 명절 문화 자체의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1인 가구와 맞벌이 가구가 늘면서 전통적인 귀성 문화에 대한 부담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명절마다 반복되는 장거리 이동과 가사 노동, 세대 간 갈등 등이 쌓이면서 명절을 쉬는 시간으로 재정의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인구 관련 자료를 보면 1인 가구와 맞벌이 가구의 비중은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가족 형태가 다변화하면서 명절을 보내는 방식에 대한 인식도 함께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특히 부모 세대와 따로 사는 자녀 세대가 늘면서 명절 이동 자체가 물리적으로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족문제 상담 전문가는 "명절이 의무적인 효의 시간에서 가족이 함께 쉬는 시간으로 인식이 바뀌고 있다"며 "특히 맞벌이 부부의 경우 평소 부족했던 가족 시간을 명절 연휴에 몰아 채우려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말했다. 이어 "부모 세대와의 갈등을 줄이기 위해 명절 당일에는 짧게 인사를 드리고 이후 일정을 여행으로 채우는 절충형 방식도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전문가는 또 "명절 스트레스가 가족 관계에 미치는 영향이 상담 현장에서도 자주 확인된다"며 "명절 방식을 바꾸는 것이 오히려 가족 갈등을 줄이는 결과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다"고 설명했다. 명절을 쉬는 시간으로 받아들이는 가족일수록 갈등이 적다는 것이 현장에서 체감되는 변화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명절 당일 오전에는 본가를 방문해 차례를 지내거나 인사를 드린 뒤, 오후부터 여행길에 오르는 방식이 새로운 형태로 자리 잡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명절 전체를 여행으로 대체하기보다는 가족 도리와 개인의 휴식을 함께 챙기려는 절충안인 셈이다. 여행업계에서는 이런 수요를 반영해 짧은 일정의 근거리 여행 상품을 늘리는 추세다.
일부 여행사는 명절 당일 오후 출발, 연휴 마지막 날 오전 귀가하는 식의 짧은 일정 상품을 별도로 구성하기도 한다. 이런 상품은 이동 시간을 최소화하면서도 짧게나마 여행 기분을 낼 수 있다는 점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는 설명이다.
인기 여행지로는 강원, 제주, 남해안 지역이 꾸준히 거론된다. 특히 강릉, 속초 등 강원 지역은 짧은 이동 시간과 다양한 먹거리, 바다와 산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명절 연휴 대체 여행지로 각광받고 있다. 제주는 항공권과 숙박이 결합된 패키지 상품이 늘면서 가족 단위 예약이 몰리는 지역으로 꼽힌다.
남해안 지역도 최근 들어 명절 연휴 여행지로 주목받고 있다. 통영, 여수 등은 해산물과 바다 풍경을 함께 즐길 수 있어 가족 단위 여행객에게 인기가 높다는 평가다. 지역 관광 안내소 관계자는 "명절 연휴에 남해안을 찾는 가족 단위 관광객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전했다.
한국관광공사가 발표한 국내여행 동향 자료에 따르면 명절 연휴를 포함한 특정 기간 국내 숙박 예약이 예년보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여행 플랫폼 업계에서도 명절 연휴 기간 국내 숙소 예약 건수가 평상시 대비 늘었다는 자료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이런 흐름은 명절 연휴가 더 이상 '이동이 필요한 날'이 아니라 '쉬는 날'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을 방증한다.
한 여행 플랫폼 관계자는 "명절 연휴 예약 고객 가운데 30대와 40대 비중이 절반을 넘는다"며 "자녀를 동반한 가족 단위 예약이 특히 많다"고 밝혔다. 예약 시점도 앞당겨지는 추세여서 연휴 두 달 전부터 인기 지역 숙소가 마감되는 경우가 흔하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여행 형태도 다양해지고 있다. 캠핑카나 감성 숙소를 이용한 자연 속 휴식을 택하는 가구가 있는가 하면, 온 가족이 함께 체험할 수 있는 지역 축제나 전통 문화 프로그램을 찾아 떠나는 경우도 늘었다. 명절 연휴에 맞춰 지역별로 열리는 전통시장 축제나 가을 수확 체험 프로그램이 가족 단위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통 시장에서 열리는 송편 빚기 체험이나 전통 놀이 프로그램은 아이를 동반한 가족들에게 특히 인기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명절 분위기를 느끼면서도 집안일 부담 없이 여행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이 같은 프로그램의 강점으로 꼽힌다.
물론 이 같은 변화가 모든 가구에서 동일하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다수의 가구는 명절이면 본가를 찾아 차례를 지내고 친지들과 시간을 보내는 전통적인 방식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명절을 보내는 방식에 대한 선택지가 다양해지면서, 각 가정이 처한 상황과 가치관에 따라 서로 다른 방식을 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한 변화로 꼽힌다.
명절 여행을 계획하는 이들 사이에서는 사전 예약과 일정 조율이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명절 연휴 기간에는 숙박 요금이 평소보다 크게 오르고, 인기 지역은 예약이 조기 마감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명절 연휴 여행을 계획한다면 최소 한 달 전에는 숙소와 교통편을 확정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렌터카나 교통편은 연휴 시작 직전에 알아보면 이미 매진된 경우가 많다"며 "이동 수단과 숙소를 함께 묶어 예약하는 것이 비용 부담을 줄이는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명절 연휴에는 도로 정체가 심한 만큼 이동 경로와 시간대를 미리 점검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조언이 뒤따랐다.
가족 구성원 간 사전 소통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족문제 상담 전문가는 "명절 계획을 갑작스럽게 통보하기보다는 미리 상의해 부모 세대의 이해를 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명절을 함께 보내는 방식을 두고 세대 간 눈높이를 맞추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명절 여행이 갈등의 씨앗이 되지 않으려면 부모 세대에게도 여행 계획을 공유하고 함께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두는 것이 좋다"며 "일부 가정은 부모님과 함께 여행을 떠나는 방식으로 세대 갈등을 자연스럽게 줄이기도 한다"고 말했다. 명절 여행이 자녀 세대만의 휴식이 아니라 온 가족이 함께하는 시간으로 확장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올해 추석 연휴에도 고속도로 대신 여행지로 향하는 차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각 지방자치단체와 관광공사는 명절 연휴 기간 관광객 유치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강원, 제주 등 주요 관광지 지자체는 명절 특별 프로그램과 할인 혜택을 마련해 방문객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일부 지자체는 명절 연휴 기간 지역 특산물 할인 행사와 함께 가족 단위 방문객을 위한 무료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로 했다. 지역 관광공사 관계자는 "명절 연휴에 방문하는 가족 단위 관광객을 위해 숙박 연계 할인권과 지역 축제 프로그램을 함께 준비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