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속·해상 음영지역서도 문자 가능해지나… 요금체계가 관건

등산로 한복판에서 휴대전화 신호가 끊겨 조난 신고조차 못 하던 상황이 조만간 옛일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상 기지국이 닿지 않는 산간·해상 지역에서도 인공위성을 거쳐 문자를 주고받는 '위성통신 스마트폰' 기능이 국내에서도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위성통신 스마트폰은 일반 스마트폰의 통신칩이 지상 기지국뿐 아니라 저궤도 인공위성과도 직접 신호를 주고받도록 설계된 기술을 말한다. 업계에서는 이를 '다이렉트 투 셀(Direct to Cell)' 방식이라 부른다. 별도의 위성전화 단말기 없이 시중에 판매되는 스마트폰으로 위성망에 접속한다는 점이 기존 위성전화와 다르다.

기존 위성전화는 두꺼운 안테나가 달린 전용 단말기를 따로 구입해야 했고 가격도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에 달해 일반 소비자가 접근하기 어려웠다. 반면 다이렉트 투 셀 방식은 스마트폰 내장 안테나만으로 위성 신호를 잡아내기 때문에 별도 장비 없이도 음영지역에서 최소한의 통신을 이어갈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재난 대응과 등산·항해 등 야외활동 안전망을 크게 개선할 기술로 주목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이미 일부 스마트폰 제조사가 위성 문자메시지 기능을 탑재해 판매 중이다. 등산이나 항해 중 신호가 끊긴 상태에서도 짧은 문자메시지나 위치 정보를 위성으로 전송할 수 있는 방식이다. 미국과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이미 수년 전부터 관련 서비스가 상용화돼 자동차 사고나 조난 상황에서 실제 구조에 활용된 사례도 보고된 바 있다. 국내에서도 통신 3사가 저궤도 위성사업자와 협력해 관련 서비스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아직 정식 상용 서비스 개시 시점은 공식 발표되지 않은 상태다.

국내 도입이 늦어진 배경에는 전파 주파수 할당과 위성망 국내 서비스 승인 절차가 있다. 위성을 통한 통신 서비스는 국가 간 전파 간섭 문제와 안보상 고려가 얽혀 있어 정부 부처의 승인 절차가 상대적으로 까다롭다. 특히 위성이 지구 상공을 돌며 여러 국가의 영공을 지나가는 구조이기 때문에 특정 국가의 위성망을 그대로 국내에 허용할 경우 주파수 간섭이나 통신 주권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돼 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위성통신 서비스의 국내 도입을 위한 제도 정비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위성문자 서비스는 기존 지상망 서비스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음영지역에서 최소한의 통신 수단을 보장하는 보완재 성격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초기에는 문자메시지와 위치 공유 정도의 제한적 기능부터 시작해 향후 음성통화, 데이터 전송으로 확대되는 단계적 도입이 유력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위성 한 기가 감당할 수 있는 동시 접속자 수에 한계가 있는 만큼 초기에는 이용자 수를 제한하거나 특정 상황에서만 접속을 허용하는 방식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관심이 쏠리는 대목은 요금 체계다. 위성통신은 지상 기지국망과 달리 위성 운용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기존 통신요금제에 단순 포함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외 사례를 보면 일정 횟수의 위성 문자메시지를 무료로 제공하고 초과분에 대해 별도 과금하거나, 월정액 부가서비스 형태로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국내 통신사들도 이와 유사한 부가서비스 형태의 요금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통신사는 프리미엄 요금제 가입자에게 위성문자 기능을 기본 제공하고, 일반 요금제 가입자에게는 별도 옵션으로 판매하는 이원화 방안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통신 정책 연구위원은 "위성통신 요금을 지나치게 높게 책정하면 정작 필요한 재난·조난 상황에서 이용률이 떨어질 수 있다"며 "공공안전 목적의 최소 기능은 별도 요금 없이 제공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재난문자나 조난 신고와 같은 공익적 기능을 무료화하는 방안이 정책 검토 대상에 오른 것으로 알려�다. 그는 "해외에서도 최소한의 비상연락 기능은 무료로 열어두고 일반적인 위성 데이터 이용에만 과금하는 방식이 자리 잡고 있다"며 "국내 역시 이런 이원화된 요금 설계가 유력하게 검토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용자들의 기대와 우려도 엇갈린다. 등산과 캠핑을 즐기는 김모 씨(41)는 "지방 산간지역을 자주 다니다 보니 통신이 끊겨 불안했던 경험이 여러 번 있다"며 "위성문자만 가능해도 안전 측면에서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등산 중 일행이 다쳐 급하게 연락을 취해야 했는데 신호가 잡히지 않아 한참을 이동한 뒤에야 구조 요청을 할 수 있었다"며 당시의 아찔한 경험을 전했다. 반면 해양 레저를 즐기는 박모 씨(35)는 "요금이 얼마나 부과될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작정 기대만 커지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위성통신이 실제 비상 상황에서 얼마나 안정적으로 작동할지 검증된 사례가 부족한 만큼 성급한 홍보보다는 정확한 정보 제공이 먼저"라고 덧붙였다.

기술적 한계도 존재한다. 위성문자 서비스는 지상 기지국 통신과 달리 전송 속도가 느리고, 하늘이 트인 곳에서 일정 시간 대기해야 신호가 잡히는 경우가 많다. 건물 내부나 터널처럼 위성 신호가 완전히 차단되는 공간에서는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도 안내되고 있다. 숲이 우거진 계곡이나 협곡처럼 하늘 시야가 좁은 지형에서도 신호 수신이 지연되거나 아예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통신 전문가들은 위성통신을 지상망의 완전한 대체재가 아니라 보완 수단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전기통신 분야 전문가는 "저궤도 위성 수백 기가 동시에 지구를 도는 구조이기 때문에 초기 상용화 단계에서는 커버리지와 속도 면에서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이용자들은 위성통신을 일상적인 데이터 통신 수단이 아니라 비상 상황 대비용으로 접근하는 편이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위성 한 기가 지나가는 시간이 정해져 있어 특정 시간대에는 신호가 아예 잡히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이용자들이 미리 인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위성통신 서비스가 재난안전망 강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보고 관련 법령 정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위성통신 주파수 할당 및 서비스 승인과 관련한 협의를 진행 중이며, 통신 3사 역시 자체적으로 위성사업자와의 협력 계약 체결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행정안전부 역시 재난 상황에서 위성통신을 활용한 비상연락망 구축 방안을 관계 부처와 함께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구체적인 서비스 출시일과 요금제 세부 내용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이르면 내년 상반기 중 시범 서비스 형태로 일부 지역에서 위성문자 기능이 테스트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전면적인 전국 상용화는 주파수 할당과 위성망 확충 상황에 따라 시점이 유동적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스마트폰 제조사 역시 국내 통신 규격에 맞춘 위성통신 지원 단말기 출시 시점을 통신사와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시범 서비스는 산악 지역이나 도서 지역을 중심으로 우선 시행될 가능성이 높다"며 "실제 재난 상황에서의 작동 여부를 검증하는 과정을 거친 뒤 전국 서비스로 확대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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