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위 싸움 초박빙, 상대전적과 잔여일정이 승부 가른다

프로야구 정규시즌이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가을야구 마지막 티켓을 둘러싼 순위 싸움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5위 자리를 놓고 여러 구단이 승차 없이 맞물려 있는 상황이라 남은 경기 결과에 따라 포스트시즌 진출팀이 마지막 날까지 바뀔 가능성이 크다. 매년 이맘때면 반복되는 순위표 뒤집기 드라마가 올해도 예외 없이 펼쳐지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정규시즌 규정상 상위 5개 구단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한다. 정규시즌 1위는 한국시리즈에 직행하고, 나머지 4개 팀은 준플레이오프부터 단계를 밟아 올라가는 구조다. 이 때문에 5위 안에 드느냐 마느냐는 시즌 성적표를 완전히 다르게 만드는 분수령이 된다. 관중 동원과 구단 수익에도 직결되는 문제라 각 구단 프런트도 잔여 일정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올 시즌 5위권 경쟁이 유독 치열한 이유는 중위권 팀들의 전력 평준화가 두드러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야구 통계 전문가는 "특정 팀이 압도적으로 앞서 나가지 못하고 승패를 주고받는 흐름이 반복되면서 순위표가 끊임없이 요동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5위부터 8위까지 팀 간 승차가 크지 않은 상태로 시즌 막바지까지 이어지는 모습이 나타났다.
KBO 통계에 따르면 최근 몇 시즌 동안 5위 팀이 확정되는 시점이 갈수록 늦어지는 경향을 보였다. 시즌 중반까지 순위표 하위권에 머물던 팀이 후반기 반등에 성공하면서 막판까지 순위 다툼에 가세하는 경우가 잦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뒤따른다. 이 때문에 남은 경기 수가 열 경기 안팎으로 줄어든 시점에도 5위부터 7위까지 게임 차가 한두 경기에 불과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변수로 꼽히는 것이 바로 잔여 경기의 상대 전적과 일정 난이도다. 같은 승차라도 남은 경기에서 어떤 팀과 몇 차례 맞붙느냐에 따라 유불리가 갈린다. 이미 순위가 확정적인 하위권 팀을 상대로 경기가 몰려 있는 구단은 상대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대로 상위권과 만나야 하는 팀은 힘겨운 레이스를 예고하고 있다.
특히 시즌 막판에는 이른바 '매직넘버'와 '트래직넘버' 개념도 자주 언급된다. 매직넘버는 남은 경기에서 특정 수만큼 승리하면 순위가 확정되는 수치를, 트래직넘버는 반대로 그만큼 패하면 탈락이 확정되는 수치를 의미한다. 중위권 팀들의 경우 이 두 수치가 한 자릿수까지 좁혀지면서 하루하루 경기 결과에 따라 셈법이 달라지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동일 승률로 시즌을 마감했을 때 적용되는 세부 규정도 팬들의 관심사다. KBO 규정에 따르면 시즌 최종 순위가 같은 승률로 마무리될 경우 해당 팀 간 상대 전적으로 우열을 가린다. 상대 전적마저 같다면 정규시즌 마지막에 별도의 동률 결정 경기가 열릴 수 있다는 조항도 있다. 이 때문에 시즌 막판 팀 간 맞대결 결과 하나하나가 순위표 전체를 흔드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투수 운용 역시 막판 순위 싸움의 핵심 변수로 꼽힌다. 선발 로테이션을 정상적으로 유지할 여력이 있는 팀과, 이미 주력 투수들을 혹사시켜 체력 관리가 필요한 팀 사이의 격차가 막판에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현장의 시각이다. 야구 해설 관계자는 "9월 이후 불펜 소모가 심한 팀은 마무리 투수 기용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며 "체력 안배가 잘된 팀이 결국 유리한 흐름을 탄다"고 말했다.
부상 관리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요소로 꼽힌다. 시즌 막판 주전 선수들의 크고 작은 부상이 잇따르면서 대체 선수 기용 여부가 순위 싸움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지적도 나온다. 스포츠의학 전문의는 "피로가 누적된 선수를 무리하게 기용하면 부상 위험이 커지고, 결국 팀 전력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며 "막판일수록 선수 개개인의 컨디션을 세밀하게 점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팬들의 반응도 뜨겁다. 매년 시즌권을 구매해 경기장을 찾는다는 김모 씨(41)는 "응원팀이 5위 싸움에 걸려 있어 최근에는 매 경기 결과를 문자로 확인할 정도"라며 "직장에서도 동료들과 순위표 이야기로 하루를 시작한다"고 전했다. 직장인 야구팬들 사이에서는 퇴근 후 중계를 챙겨보거나 경기 하이라이트를 확인하는 것이 일상적인 루틴으로 자리 잡은 모습이다.
또 다른 팬인 이모 씨(29)는 "다른 구장 경기 결과까지 확인해야 해서 스포츠 애플리케이션 알림을 전부 켜놓았다"며 "우리 팀이 이겨도 다른 팀 결과에 따라 순위가 바뀌니 마음을 놓을 수 없다"고 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도 순위 경쟁 구단명이 자주 오르내리는 등 팬들의 관심이 시즌 초반보다 오히려 커지는 분위기다.
포스트시즌 진출 여부는 구단 재정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을야구에 진출하면 추가 홈경기가 열려 입장 수익과 중계권 관련 부수 수익이 늘어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스포츠산업 관계자는 "포스트시즌 진출 여부에 따라 구단의 연간 매출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며 "선수단 사기와 다음 시즌 전력 구성 계획에도 영향을 준다"고 밝혔다.
과거 사례를 보면 정규시즌 마지막 주에 순위가 뒤집힌 경우가 여러 차례 있었다. 시즌 초반 하위권에 머물다가 후반 뒷심을 발휘해 극적으로 포스트시즌 티켓을 따낸 사례도 한국 프로야구 역사에 여러 번 기록돼 있다. 반대로 상당 기간 5위를 지키다가 마지막 며칠 사이 순위가 뒤바뀌며 탈락한 사례도 적지 않았다. 이 때문에 남은 경기 수가 얼마 남지 않았더라도 순위 예측을 섣불리 단정하기 어렵다는 것이 야구계 안팎의 공통된 시각이다.
각 구단은 잔여 경기 일정과 상대 전적, 선수단 부상 현황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하며 막바지 전력 운용에 나서고 있다. 코칭스태프 차원에서는 주전 선수들의 체력 관리와 핵심 경기에 대한 집중력 배분이 동시에 요구되는 시기다. 일부 구단은 잔여 홈경기 일정에 맞춰 마케팅 프로모션을 강화하며 막판 관중 동원에도 힘을 쏟고 있다.
KBO 사무국도 잔여 경기 일정과 동률 시 경기 규정 등을 구단에 재차 공지하며 시즌 마무리 절차를 준비하고 있다. 사무국 관계자는 각 구단에 동률 결정 경기 개최 장소와 시간 배정 원칙을 사전에 안내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즌 최종전까지 순위가 확정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구장 대관과 중계 일정 조율도 병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