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방비 부담에 공사비 회수 기간 따져보는 가구들

겨울 난방비 고지서를 받아 든 뒤 창호 교체를 결심하는 가구가 늘고 있다. 국제 에너지 가격 변동으로 도시가스 요금이 오름세를 보이면서, 단열 성능을 높여 난방 효율을 끌어올리려는 수요가 확산하는 모습이다. 여기에 고금리로 대출을 통한 주택 매입보다 기존 집의 거주 환경을 개선하는 쪽으로 소비 흐름이 옮겨가면서 에너지 효율 리모델링 시장이 몸집을 키우고 있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겨울철 광열비 지출 비중은 다른 계절보다 두드러지게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난방비 절감을 위한 주택 개선 투자가 가구 지출 구조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함께 커지는 추세다.

리모델링 업계에서는 10월 들어 창호·단열 관련 견적 문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늘었다는 반응이 나온다. 특히 1990년대 이전 준공된 노후 아파트와 단독주택을 중심으로 이중창 설치, 외벽 단열재 보강, 창틀 기밀 시공 등을 묻는 상담이 많다는 것이다. 한 리모델링 업체 관계자는 "여름보다 난방비 고지서를 받는 겨울 직전에 문의가 몰리는 패턴이 매년 반복된다"며 "올해는 금리 부담으로 이사 대신 거주 중인 집을 고치려는 문의가 유독 많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창호 교체 한 건당 공사 기간은 보통 하루에서 이틀이면 끝나지만, 외벽 단열재 보강까지 들어가면 공사 규모가 커지고 기간도 길어진다"며 "견적 상담 단계에서부터 전체 예산을 가늠해 보는 가구가 많아졌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건물 부문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그린리모델링(건축물의 에너지 성능을 높이는 보수 공사) 지원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노후 건축물의 단열, 창호, 설비를 교체할 때 공사비 일부를 이자 지원이나 보조금 형태로 지원하는 제도다. 국토교통부와 한국부동산원이 신청과 심사를 맡고, 소득 수준이나 건축물 용도에 따라 지원 비율이 달라진다. 다만 신청 절차가 복잡하고 대상 건축물 요건이 까다로워 실제 체감도는 가구마다 차이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부 지자체는 이와 별도로 노후 주택 밀집 지역을 대상으로 자체 단열 개선 지원 사업을 운영하고 있어, 중복 신청이 가능한지 미리 확인해야 한다는 조언도 뒤따른다.

자가주택을 보유한 최모 씨(47)는 올해 초 단독주택 창호를 전부 이중창으로 교체했다. 지난겨울 난방비가 유독 많이 나와 단열 공사를 알아봤지만, 정부 지원 사업 대상 요건에 해당하지 않아 자비로 공사를 진행했다고 전했다. 최씨는 "지원금을 받으면 비용 부담이 줄 것 같아 알아봤는데 건축물 준공 연도나 신청 시기가 맞지 않아 포기했다"며 "결국 전액 부담했지만 올겨울 난방비가 얼마나 줄지 지켜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최씨는 공사 전 여러 업체의 견적을 받아 비교했고, 공사비 차이가 생각보다 커서 결정에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전했다.

비용 대비 효과를 따지는 가구도 늘고 있다. 창호 교체나 외벽 단열 공사는 가구 구조와 면적에 따라 공사비 편차가 크고, 투입 비용을 난방비 절감분으로 회수하는 데 걸리는 기간도 제각각이다. 에너지 관련 연구기관의 한 연구위원은 "단열 성능 개선은 효과가 누적되는 성격이라 공사 직후보다 몇 년에 걸쳐 체감된다"며 "단순히 이번 겨울 난방비만 보고 투자 결정을 내리기보다 거주 기간과 주택 노후도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위원은 "같은 창호 교체라도 기존 단열재 상태나 창틀 기밀 시공 여부에 따라 체감 효과가 다르게 나타난다"며 "공사 전 에너지 진단을 받아 보는 것이 비용 낭비를 줄이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건설업계에서는 에너지 효율 리모델링을 신규 성장 축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신축 시장이 둔화한 상황에서 기존 주택의 성능 개선 수요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어서다. 한 건설 관련 협회 관계자는 "노후 주택 비중이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창호, 단열재, 고효율 보일러를 패키지로 묶은 시공 상품을 내놓는 업체가 늘었다"며 "다만 시공 품질 편차가 크고 일부 업체가 정부 지원 사업을 내세워 과장 영업을 하는 사례도 있어 소비자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시공 실적과 자격을 갖춘 업체인지 확인하지 않고 계약했다가 하자 보수 과정에서 분쟁을 겪는 가구도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그린리모델링 지원 사업을 둘러싼 소비자 불만도 꾸준히 제기된다. 지원금 신청 자격을 충족하는지 미리 확인하지 않고 공사부터 진행했다가 사후에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 또는 시공업체가 지원 사업 등록 업체가 아니어서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 등이다.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공사 계약 전에 지자체나 한국부동산원 홈페이지를 통해 등록된 시공업체인지, 자신의 건축물이 지원 대상인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관계자는 "계약서에 공사 범위와 자재 사양을 구체적으로 명시해 두지 않으면 추후 분쟁이 생겼을 때 소비자가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단열 리모델링의 실제 효과를 둘러싼 궁금증도 적지 않다. 창호만 바꾸면 난방비가 얼마나 줄어드는지, 단열재 시공과 병행해야 효과가 큰지 등을 묻는 소비자가 많지만, 주택 구조와 기존 단열 상태에 따라 결과가 달라 일률적인 수치를 제시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관련 전문가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공사를 고려하는 가구라면 현장 실측을 통한 견적 비교와 함께, 필요하면 에너지 진단 전문가의 상담을 거쳐 투자 규모를 결정하는 편이 바람직하다.

금융권에서도 에너지 효율 개선 공사와 연계한 대출 상품을 내놓는 사례가 있다. 일부 은행은 그린리모델링 사업과 연계해 공사비 대출 금리를 우대하는 방식을 운영 중이다. 다만 이런 상품도 신청 요건과 한도가 제한적이어서, 소비자 입장에서는 여러 금융기관의 조건을 비교해 보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험업계 일각에서도 단열 성능이 개선된 주택을 대상으로 화재보험료를 일부 조정하는 상품을 검토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아직 구체적인 상품 출시로 이어진 사례는 많지 않다.

겨울철 난방비 부담은 해마다 되풀이되는 생활 이슈지만, 올해는 고유가와 고금리라는 두 요인이 겹치면서 단열 공사 수요가 예년보다 두드러지는 양상이다. 실제 공사로 이어진 가구와 지원 제도 문턱에서 포기한 가구가 함께 존재하는 가운데, 정부 지원 사업의 신청 요건과 대상 건축물 기준을 둘러싼 논의도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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