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과 온도차 커지는 분양시장, 계약금 할인·가전 증정 경쟁 치열

지방 중소도시의 한 신축 아파트 단지 정문에는 분양가 할인과 가전제품 증정을 알리는 현수막이 여러 개 걸려 있다. 입주를 앞둔 단지지만 계약률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다. 건설사는 발코니 확장 무상 제공에 더해 분양가의 10%를 깎아주는 조건까지 내걸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방 미분양 주택 물량은 올해 들어서도 줄지 않고 있다. 수도권 미분양이 감소세를 보이는 것과 달리 지방은 준공 후에도 팔리지 않는 이른바 '악성 미분양'이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지방 중소도시와 일부 광역시 외곽 지역을 중심으로 적체가 두드러진다.

전국 미분양 물량 가운데 지방이 차지하는 비중은 압도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준공 후 미분양, 이른바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물량의 상당수도 지방에 몰려 있다. 건설사들이 완공 이후에도 수억원대 자산을 떠안은 채 금융비용만 지불하는 구조가 장기화하고 있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방 건설사들의 마케팅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분양가를 직접 깎아주는 할인분양은 기본이고, 계약금을 1000만원 수준으로 낮추거나 중도금 무이자 대출을 넘어 후불제 방식까지 등장했다. 일부 단지는 수천만원 상당의 가전제품과 가구를 패키지로 제공하는 조건을 내걸기도 한다.

최근에는 계약자에게 지역 상품권이나 자동차를 경품으로 내거는 단지까지 등장했다. 분양 상담사들 사이에서는 "이제 할인은 기본값이고 경쟁력은 사은품에서 갈린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일부 단지는 선착순 계약자에 한해 발코니 확장과 시스템 에어컨, 붙박이장을 모두 무상 제공하는 조건을 내세우기도 한다.

지방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미분양이 장기화하면 건설사 입장에서는 금융 비용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진다"며 "할인분양이라도 해서 계약률을 끌어올리지 않으면 준공 후 공실이 쌓이는 악순환에 빠진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부 단지는 준공 후 1년 넘게 미분양 물량을 떠안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마케팅 경쟁은 역설적으로 기존 입주민들의 반발을 부르기도 한다. 먼저 분양받은 입주민들은 뒤늦게 입주한 세대가 같은 평형을 수천만원 싸게 샀다는 사실을 알고 집단 민원을 제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분양가 할인이 단지 내 형평성 문제로 번지면서 건설사와 조합, 입주민 간 갈등이 법적 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나온다.

실제로 한 지방 단지에서는 초기 계약자들이 "후속 계약자에게만 할인을 적용한 것은 명백한 차별"이라며 건설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집단행동에 나선 사례도 있었다. 건설사 측은 "시장 상황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갈등이 쉽게 봉합되지 않는 모습이다. 이 같은 분쟁은 비단 한두 단지의 문제가 아니라 지방 분양시장 전반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패턴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부동산학과 겸임교수는 "지방 미분양은 단순히 가격 문제가 아니라 인구 감소와 지역 산업 기반 약화가 겹친 구조적 요인이 크다"며 "할인분양이 단기적으로 계약률을 높일 수는 있어도 근본적인 수요 회복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할인분양 조건을 꼼꼼히 비교하지 않고 계약하면 추가 비용이나 옵션 제한 등 예상치 못한 부담이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지방 산업단지 침체와 청년 인구 유출이 동시에 진행되는 지역에서는 할인분양 자체가 수요를 끌어올리는 데 한계가 뚜렷하다"며 "결국 건설사들이 손실을 감수하면서도 출혈 경쟁을 이어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지역에 따라서는 할인분양조차 큰 효과를 내지 못해 계약률이 제자리걸음인 단지도 적지 않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지방 아파트 매입을 고려하는 수요자들 사이에서는 할인 조건의 함정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지방 소도시 아파트를 알아본 김모 씨(42)는 "분양가를 깎아준다고 해서 찾아갔더니 발코니 확장이나 옵션 비용을 별도로 계산하면 실제 할인폭이 광고만큼 크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는 "같은 단지 안에서도 시기별로 할인 조건이 달라 혼란스러웠다"고 덧붙였다.

비슷한 경험을 한 박모 씨(55)는 "계약 전에는 가전제품을 다 준다고 했는데 막상 계약서에는 일부 품목만 명시돼 있어 당황했다"며 "말로 하는 혜택과 계약서상 조건이 다를 수 있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고 말했다. 그는 계약 전 모든 혜택 조건을 서면으로 받아두라고 주변에 권하고 있다고 전했다.

건설사들의 할인 경쟁은 분양가 상한제와 무관한 지방 민간분양 단지를 중심으로 더 두드러지는 양상이다. 분양가 통제가 느슨한 지방에서는 초기 분양가를 높게 책정했다가 미분양이 쌓이면 뒤늦게 할인에 나서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때문에 초기 계약자와 후기 계약자 간 가격 차이가 벌어지는 구조적 문제가 해소되지 않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를 보면 지방 아파트 매매가격은 최근 수년간 등락을 반복하면서도 전반적으로 수도권과의 격차가 벌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방 미분양이 집중된 지역에서는 거래량 자체가 줄어들면서 시세 형성이 어려워지는 현상도 나타난다. 일부 지역은 분양가보다 낮은 가격에 전매가 이뤄지는 사례도 확인된다.

한국은행 지역경제보고서에서도 지방 주택시장의 공급 과잉과 수요 위축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 바 있다. 지방 제조업 기반 도시를 중심으로 인구 유출이 가속화하면서 신규 주택 수요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런 구조적 요인은 할인분양 같은 단기 마케팅으로 쉽게 해소되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할인분양과 사은품 경쟁이 과열되면 단기적으로는 계약률이 올라가지만 장기적으로는 브랜드 신뢰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분양 초기부터 적정한 가격 책정과 수요 분석이 필요한데 지방 시장에서는 이 과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할인분양을 둘러싼 건설사 간 경쟁은 미분양 해소를 위한 자구책이자 동시에 지방 분양시장의 침체를 보여주는 단면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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