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이후 도입된 밀집도 측정·현장 통제 시스템 점검해보니

오는 31일 핼러윈을 앞두고 서울 도심 번화가에는 벌써부터 들뜬 분위기가 감돈다. 분장을 맞춰 입은 2030세대가 거리를 메우고 상점마다 핼러윈 장식이 걸렸다. 그러나 매년 이맘때면 반복되는 질문이 있다. 수만 명이 좁은 골목에 한꺼번에 몰리는 상황에서 안전관리 체계가 실제로 작동하느냐는 것이다.
이태원 참사 이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다중밀집 인파사고 예방을 위한 각종 제도를 정비했다. 행정안전부는 인파관리 매뉴얼을 마련했고 지자체별로 인파밀집도 측정 장비와 실시간 모니터링 체계를 도입했다. 경찰 역시 핼러윈을 비롯한 대규모 인원이 모이는 행사를 '주최자 없는 축제'로 분류해 사전 경비 대책을 수립하도록 하는 지침을 시행하고 있다. 이 지침에 따라 주최자가 명확하지 않은 자생적 행사라도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면 관할 경찰서와 지자체가 선제적으로 안전관리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문제는 이런 제도가 현장에서 실제로 체감되는 수준까지 작동하느냐다. 지난해 핼러윈 기간 일부 번화가에서는 인파밀집도 경보 시스템이 가동됐지만 현장 통제 인력 배치가 그에 맞춰 신속히 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올해도 지자체별로 안전관리 계획을 내놓고 있지만 세부 집행 수준은 지역마다 차이가 크다. 특히 유동인구가 특정 시간대에 급격히 몰리는 골목 상권의 경우, 사전에 책정된 인력만으로는 실시간 상황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꾸준히 제기된다.
서울 일부 자치구는 핼러윈 기간 주요 거리에 폐쇄회로(CC)TV와 인공지능(AI) 기반 밀집도 분석 시스템을 추가 설치하고, 일정 밀도를 넘으면 자동으로 경보가 울리는 체계를 가동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도 작년보다 늘어난 인력을 투입해 일방통행 유도선을 운영하고, 혼잡 구간에는 교통 통제와 보행 신호 조정을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이런 조치가 인파가 몰리는 모든 골목까지 미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게 현장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번화가 주변 골목은 폭이 좁고 구조가 불규칙해 대형 장비나 추가 인력을 투입하기도 까다롭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안전관리 분야 연구위원은 "인파관리 시스템이 제도적으로는 상당히 정비됐지만 실제 작동 여부는 현장 인력과 초기 대응 속도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밀집도 경보가 울려도 그 신호를 받아 즉각 통제 인력을 투입할 체계가 지자체마다 균일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소방 분야 관계자는 "골목길처럼 좁고 구조가 복잡한 공간은 사전에 위험 구간으로 지정해 인원을 분산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며 "실제 현장에서는 이런 사전 지정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그는 "경보가 울린 뒤 통제 인력이 도착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 사고 예방의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행정안전부 자료에 따르면 전국 주요 다중밀집 예상 지역 상당수에 인파밀집도 측정 장비가 설치됐지만, 설치 이후 실제 경보 발령 시 대응 매뉴얼에 따른 모의훈련을 실시한 지자체 비율은 지역별로 편차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일선 지자체 관계자들은 예산과 전담 인력 부족을 이유로 꼽는다. 한 지자체 안전관리 담당자는 "장비를 들여오는 것과 그 장비를 활용해 실제 상황에서 신속히 판단하고 움직이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실제 핼러윈을 즐기러 나온 시민들의 체감은 엇갈린다. 지난해 핼러윈 당일 번화가를 찾았던 김모 씨(29)는 "안전요원이 눈에 띄게 늘어난 건 느꼈지만 특정 골목은 여전히 통제가 안 돼 걸음을 옮기기 힘들 정도였다"고 말했다. 자녀를 둔 학부모 이모 씨(41)는 "아이가 친구들과 핼러윈 거리에 간다고 해서 걱정이 많았다"며 "안전 대책이 발표됐다는 뉴스는 봤지만 실제로 현장에서 얼마나 지켜지는지는 알 수 없어 불안한 마음이 크다"고 전했다. 대학생 박모 씨(24)는 "작년에 비해 안내 표지판과 유도선이 많아진 건 체감했지만, 밀도가 가장 높은 시간대에는 여전히 사람들 사이에 끼어 움직이지 못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제도적 틀과 현장 실행 사이의 간극을 줄이는 것이 핵심 과제라고 입을 모은다. 한 도시안전 분야 전문가는 "인파관리 매뉴얼이 문서로 존재하는 것과 실제 상황에서 즉각 작동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며 "매뉴얼에 따른 모의훈련과 현장 점검이 정기적으로 이뤄져야 실효성이 담보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주최자가 없는 자생적 행사는 공식 신고 체계 밖에 있는 경우가 많아, 지자체가 선제적으로 위험 구간을 파악하고 점검하는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올해는 핼러윈이 금요일과 겹치면서 예년보다 많은 인파가 몰릴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주요 번화가 상권에서는 이미 예약이 몰린 상점들이 늘어났고, 온라인상에서도 핼러윈 분장과 모임 공지가 활발하게 공유되고 있다. 경찰은 이에 맞춰 일부 구간에 사전 신고제 형태의 행사 안내판을 세우고, 혼잡 예상 시간대에는 추가 인력을 집중 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해보다 배치 인력을 늘렸고 무전 보고 체계도 구간별로 세분화했다"고 설명했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핼러윈을 포함한 다중밀집 행사 전반에 대해 지자체와 경찰, 소방이 합동으로 사전 점검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구체적인 인력 규모나 배치 지점은 지역별 상황에 따라 다르게 적용된다고 덧붙였다. 시민들은 혼잡이 예상되는 구간에서는 이동 경로를 분산하고, 밀집도가 높아지는 시간대를 피해 이동하는 것도 스스로를 보호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핼러윈 당일 각 지자체는 상황실을 운영하며 실시간 인파 흐름을 점검할 예정이다. 경찰과 소방 역시 합동 근무 체계를 꾸려 밀집 구간을 모니터링한다. 일부 자치구는 핼러윈 다음날까지 상황실을 연장 운영하며 심야 시간대 귀가 인파에 대한 추가 관리 계획도 세워뒀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