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S 공사창립 대기획 다큐멘터리 ‘성물’이 이탈리아상(Prix Italia)에서 세계가톨릭커뮤니케이션협회(SIGNIS) 특별상을 받았다. 현지시간 10월 2일 이탈리아 라퀼라에서 열린 제78회 이탈리아상 시상식에서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올해 이탈리아상에는 52개국 83개 방송·미디어 기관이 226개 프로그램을 출품했다. 지난 3월 방송된 ‘성물’은 세계 각지의 성물을 찾아가며 서로 다른 종교와 문화에 담긴 믿음과 삶의 본질을 다룬 작품이다.
52개국 226개 작품 경쟁…SIGNIS 별도 심사로 선정
KBS에 따르면 ‘성물’은 10월 2일 라퀼라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SIGNIS 특별상을 수상했다. 연출은 김동일·이송은·김은곤 피디가 맡았다. 시상식에는 제작진이 참석했으며, 제작진은 “영광스러운 상을 받게 돼 감격스럽다. 앞으로도 더욱 열심히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어 소중한 수신료의 가치에 보답하겠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현지 언론은 작품을 삶의 의미를 성찰하는 프로그램으로 소개했다.
이탈리아상은 이탈리아 공영방송 RAI가 1948년 창설한 국제 방송상이다. 라디오·팟캐스트, 텔레비전, 디지털 미디어 분야의 콘텐츠를 대상으로 우수작을 선정한다. 올해로 78회를 맞은 행사는 9월 28일부터 10월 2일까지 라퀼라에서 열렸다. 라퀼라는 ‘2026 이탈리아 문화수도’로 지정된 도시다. 올해 출품작은 52개국 83개 방송·미디어 기관이 낸 226개 프로그램이었다. 이 가운데 본상은 31개국 38개 방송사를 대표하는 심사위원 64명이 심사했다.
SIGNIS 특별상은 이탈리아상 본상 심사와 별도로 선정된다. 세계가톨릭커뮤니케이션협회 소속 전문가들로 꾸려진 별도 심사위원단이 수상작을 정하며, 이 상은 1977년부터 이탈리아상에서 수여돼 왔다. KBS는 ‘성물’이 종교와 문화의 경계를 넘어 보편적인 인간의 이야기를 담아낸 작품으로 국제무대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고 밝혔다.
네 편을 네 가지 키워드로 엮은 여정
‘성물’은 지난 3월 KBS 공사창립 대기획으로 방송된 4부작 다큐멘터리다. ‘언약’, ‘초대’, ‘말씀’, ‘마음’을 각 편의 키워드로 삼아 세계 각지에 전해 내려오는 성물을 찾아간다. 성물에 관한 설명에 머무르지 않고, 성물을 둘러싼 전통과 이를 믿고 지켜온 사람들의 삶을 함께 다루는 구성이다. KBS는 서로 다른 종교와 문화 속에서 믿음과 삶의 본질을 살펴본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방송 일정은 3월 3일 1부 ‘언약’을 시작으로 이어졌다. 2부 ‘초대’는 3월 4일, 3부 ‘말씀’은 3월 5일 방송됐고, 4부 ‘마음’은 3월 12일 시청자에게 선보였다. 각 편은 다른 지역과 성물을 따라가며 이야기를 전개했다. 에티오피아에서는 오랜 세월 신성하게 지켜져 온 언약궤를 둘러싼 전통과 축제를 다뤘고, 이탈리아에서는 예수의 수의로 전해지는 성의를 통해 고통의 의미를 조명했다.
작품에는 이슬람의 말씀과 일본의 지장보살도 등장한다. KBS는 이들 소재를 통해 종교와 문화가 달라도 믿음과 위로, 사랑이라는 가치가 이야기의 중심에 놓인다고 설명했다. 방송 전 소개 자료는 세계 곳곳에서 고통을 겪는 이들이 각자의 종교를 통해 위로받고 희망을 찾아가는 여정을 조명한다고 밝혔다. 종교를 가진 사람뿐 아니라 믿음이 없는 사람도 삶의 의미와 지향을 생각해볼 수 있도록 기획했다고 소개했다.
에티오피아 타봇을 지키려는 소년의 이야기
1부 ‘언약’은 에티오피아 북부 티그라이주 게랄타 지역의 아부나예마타구 교회와 열세 살 소년 크브롬의 이야기를 다뤘다. 해발 2580m 암벽 위에 자리한 교회에는 모세가 하느님에게 받았다고 전해지는 십계명과 관련된 언약궤의 복제물 ‘타봇’이 전해져 왔다. 복제물임에도 사제 외에는 함부로 볼 수 없고, 에티오피아 정교회 신자들은 타봇을 언약궤와 같은 것으로 여기며 존경해왔다.
교회에서 나고 자란 크브롬은 사제가 되기를 꿈꿨다. 교회는 가파른 절벽을 올라야 닿을 수 있는 곳으로, 방송은 소년이 그 길을 오르며 신을 만나는 시간을 행복하게 여기는 모습을 담았다. 크브롬은 사제가 돼 타봇을 지키고 가족과 마을을 돕고 싶어 했다. 그러나 내전과 가난은 그의 사제 수업을 이어가는 데 어려움이 됐다. 2020년부터 에티오피아 정부군과 반군 사이에 내전이 이어졌고, 방송은 총성이 멈춘 뒤에도 주민들이 공포와 고통을 겪는 상황을 전했다.
크브롬의 어머니는 아들이 사제가 되기를 바라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전쟁 때 아무것도 가진 게 없어서 아이를 데리고 가는 곳마다 구걸했었다. 그때의 고통은 영원히 잊을 수 없다. 그래서 저는 크브롬이 사제가 되기를 바란다. 사제는 고통받는 사람들을 가르치고 잘 인도할 수 있으니까요”라고 말했다. 먼저 사제의 길을 걷던 크브롬의 형은 돈을 벌기 위해 도시로 떠났고, 가족은 학비를 마련하려고 양을 팔았다. 크브롬은 2년간 사제 수업을 마친 뒤 부사제가 됐다. 신학 수업과 교회 봉사를 마치면 정식 사제가 될 수 있는 단계였다.
토리노의 성의와 서로 다른 종교의 이야기
2부 ‘초대’는 이탈리아 토리노 대성당의 성의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쳤다. 가톨릭에서 논쟁적이면서도 신비로운 성물로 꼽히는 성의는 예수의 수의로 전해진다. 성의 앞에는 시각장애인 마리아 수녀가 섰다. 토리노의 성 가예타노 수녀원에서 공동체 생활을 하는 그는 다른 수녀들과 함께 기도하고 빨래와 청소를 도우며, 몸이 불편한 이들을 위해 봉성체에 나섰다. 방송은 성의를 둘러싼 믿음과 고통, 사랑의 이야기를 이 수녀의 삶과 함께 담았다.
방송 전 KBS가 소개한 내용에는 에티오피아 절벽 교회에서 사제의 꿈을 키우는 소년, 가정폭력으로 상처를 입은 튀르키예 무슬림 청년, 10·29 이태원 참사로 딸을 잃은 유가족의 이야기도 포함됐다. 각기 다른 종교와 삶의 환경을 가진 인물들의 이야기를 성물과 연결해 구성했다. 프로그램은 이슬람의 말씀과 일본의 지장보살을 비롯한 여러 소재를 통해 믿음과 위로, 사랑을 다뤘다.
KBS는 이번 수상을 계기로 시청자에게 깊이 있는 시선과 새로운 화두를 제시하는 고품질 콘텐츠를 계속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성물’ 제작진도 수상 소감에서 앞으로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어 수신료의 가치에 보답하겠다고 전했다. 작품은 3월 3일부터 12일까지 네 차례 방송된 뒤, 10월 2일 라퀼라에서 열린 이탈리아상 시상식에서 SIGNIS 특별상을 받았다.
출처 : KBS 보도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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