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오키나와에서 현지 여성이 숨진 사건과 관련해 후텐마 기지 소속 미 해병대원이 강도살인 혐의로 체포되면서 일본 정부와 오키나와 지역사회의 대응이 이어지고 있다. 나하시 호텔에서 30대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된 것은 지난 3일이며, 오키나와현 경찰은 다음 날 데빈 제이콥 발라드(20) 일병을 체포했다.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그는 여성의 지갑과 배낭을 빼앗은 혐의도 받고 있으며, 혐의를 부인했다. 일본 정부는 미국 측에 항의하고 수사 협조와 재발 방지를 요구했다. 사건은 자민당 등 보수 정당 연합이 추천한 후보가 오키나와 지사 선거에서 당선된 뒤 발생했다. 미군 기지 부담을 둘러싼 지역의 오랜 갈등과 정부의 기지 재편 계획이 다시 함께 거론되고 있다.

호텔에서 발견된 여성…미 해병대원 강도살인 혐의 체포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 3일 오키나와현 나하시의 한 호텔에서 30대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오키나와현 경찰은 이 사건과 관련해 4일 후텐마 기지 소속 주일미군 해병대 데빈 제이콥 발라드 일병을 강도살인 혐의로 체포했다. 참고 기사들은 발라드가 여성의 지갑과 배낭을 빼앗은 혐의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한 보도는 여성이 목 졸려 숨진 혐의가 수사 대상이라고 전했으나, 경찰은 강도살인 혐의로 그를 체포했다. 발라드는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보도됐다.

일본 경찰은 용의자의 신병을 확보해 일본 국내법에 따른 형사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사건에 대해 유감을 나타내고 미국 측에 강력히 항의했다고 밝혔다. 정부 대변인인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도 기자회견에서 해결과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을 언급했다. 사건이 알려진 뒤 도쿄와 오키나와에서는 항의와 규탄 집회가 열렸고, 오키나와현 지사는 미군 측에 군기 확립과 인권교육을 요구했다.

기지 부담 둘러싼 오랜 갈등…과거 범죄도 잇따라

오키나와에서는 1995년 미군 병사 3명이 초등학교 여학생을 납치해 성폭행한 사건 이후 미군 기지 이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 사건을 계기로 시내 중심에 있어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비행장’으로 불린 주일미군 후텐마 기지의 반환이 결정됐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기지를 오키나와 밖으로 옮기는 대신 오키나와현 나고시 헤노코로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후텐마 기지 이전을 둘러싼 지역과 중앙정부의 갈등은 이어지고 있다.

이후에도 미군과 군무원이 연루된 범죄가 발생했다. 2016년에는 30대 미군 군무원이 20세 회사원을 성폭행하려고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사건이 있었다. 이듬해 11월에는 미군 해병대원이 새벽에 음주운전을 하다 60대 일본인을 치어 숨지게 했다. 오키나와현에서 지난해 미군 관계자의 형법 위반 검거 건수는 101건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오키나와는 일본 국토 면적의 약 0.6%지만 주일미군 전용 시설 면적의 약 70%가 집중돼 있다.

항목수치
일본 국토에서 오키나와가 차지하는 면적약 0.6%
주일미군 전용 시설 중 오키나와 소재 면적약 70%
지난해 오키나와 미군 관계자 형법 위반 검거101건

선거 뒤 발생한 사건…총리·외무상, 미국에 항의

사건은 지난달 13일 오키나와 지사 선거에서 자민당 등 보수 정당 연합이 추천한 고자 겐타 후보가 진보 성향의 현직 다마키 데니 지사를 꺾은 뒤 발생했다. 일본 정부는 선거 결과를 계기로 기지 이전을 추진하고 오키나와현과의 관계를 강화하려던 상황이었다. 자민당 내에서는 사건이 정부 계획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한 자민당 중의원은 정부가 오키나와현과 연대를 강화하는 때에 사건이 발생한 것을 두고 “최악의 타이밍”이라고 말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엑스에 “지극히 잔인하고 흉악한 사건이 발생한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 미국 측에 강력히 항의하고 사건·사고 재발 방지를 강력히 요구했다”고 적었다. 기하라 관방장관은 오키나와 주둔 미군 해병대의 괌 이전과 주일미군 훈련지 이전에도 임하겠다고 밝혔다. 동시에 그는 남서 지역 방위 체제 강화와 미일 공동훈련 등 각종 훈련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은 조지 글래스 주일 미국대사를 불러 항의했으며, 미일 양국이 재발 방지를 위한 협의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후텐마 비행장 부지의 조속한 전면 반환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오키나와 지사, SOFA 개정 포함한 대책 요구

오키나와현 지사도 미일 양국에 대응을 요구했다. 고자 지사는 미일지위협정(SOFA) 개정을 포함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요청했으며, 7일 다카이치 총리와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을 만나 과중한 미군 기지 부담을 덜어 달라고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별도 보도에 따르면 고자 지사는 5일 오키나와 주둔 미군 최고위 관계자를 불러 군기 확립과 인권교육을 촉구했다. 미군 측은 높은 수준의 규율을 적용하겠다고 답했지만, 사건에 대해 직접 사과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집회도 이어졌다. 지난 4일 오키나와 현지와 도쿄 신주쿠역 앞에서 항의 시위가 열렸고, 나하시 오키나와현청 앞에는 주민 160여 명이 모였다는 보도가 나왔다. 참가자들은 묵념한 뒤 “기지 문제는 인권 문제”라고 호소했다. 5일 밤에는 도쿄 총리공관 앞에서 사건을 규탄하는 집회가 열렸다. 집회에 참여한 30대 여성 회사원은 “오키나와의 과중한 기지 부담 등 정치의 잘못이 여성의 피해로 전가된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단체 활동가는 “미군기지가 오키나와에 집중돼 있기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야마모토 아키코 류큐대 교수는 “(미국에 대한) 항의를 정치적인 쇼로 끝내서는 안 된다”며 “오키나와의 기지 집중과 일미지위협정 등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미국 측과 재발 방지 협의를 진행하고, 오키나와현은 7일 예정된 총리·방위상 면담에서 기지 부담 경감과 실효성 있는 대책을 요구할 계획이다. 경찰은 강도살인 혐의 사건의 형사절차를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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