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1718위원회)의 제재 면제를 받아 평양 강동군병원에 의료장비를 보내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확인됐다. 통일부가 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KOFIH)을 통해 166종 1,431개의 장비를 전달하기로 하고 제재 면제를 요청했다. 장비 가격은 총 675만 달러, 약 93억원으로 추산됐다. 정부는 승인 통보일로부터 6개월 안에 배로 운송하는 방안을 제시했으며, 인천항에서 중국 단둥을 거쳐 북한 남포항으로 보내는 경로와 운반비용도 요청서에 담았다.

정부가 제재위원회에 보고한 계획에는 물품 목록과 운송 일정뿐 아니라 현장 점검 방식, 지원 대상 병원을 고른 이유, 장비가 의료 목적에 맞게 쓰이는지 확인하는 절차도 포함됐다. 다만 통일부는 북한과 협의하기 전 사전 준비 차원에서 제재 면제를 받은 사업이라며, 실제 협의 과정에서 운송 시기와 방법, 모니터링 방식, 물품 목록 등이 바뀔 수 있다고 밝혔다. 남북관계 상황을 고려해 사업 추진 시기와 방식도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승인 통보일부터 6개월 안에 운송 계획

통일부가 김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는 정부가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을 사업 수행기관으로 정해 평양 강동군병원에 의료장비를 보내겠다고 1718위원회에 요청한 내용이 담겼다.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은 보건복지부 산하 기타 공공기관으로, 개발도상국을 비롯한 해외 국가와 북한, 재외동포, 외국인 근로자 등을 대상으로 보건의료 지원사업을 수행한다. 정부는 요청서에 물품을 보내는 시점을 ‘1718위원회의 승인을 획득한 날로부터 6개월 이내’라고 적었다.

통일부에 따르면 유엔 안보리는 지난 5월 22일 해당 사업의 제재 면제 승인을 통보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잠정적으로 잡은 발송 기한은 다음 달 22일이다. 통일부는 제재 면제 승인 유효기간이 승인 통보일로부터 9개월이라고 설명했다. 승인 만료 전에 사업이 집행되지 않으면 사업계획을 재점검하고 면제 연장 신청을 검토하겠다는 방침도 의원실 답변에 담았다. 제재 면제 승인을 받은 사실과 실제 운송 일정은 구분되며, 정부는 북한과 사업을 협의하기 전 단계에서 사전 준비 목적으로 승인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의료장비 166종·1,431개…배편과 비용도 기재

정부가 보낼 계획인 물품은 166종 1,431개로, 총액은 675만 달러로 추산됐다. 물품 가운데 고압멸균기와 구급차, 초저온 냉동고, 소변 분석기, 컴퓨터단층촬영(CT)기 등 41개 품목은 북한으로 이전할 수 없는 유엔 제재 대상이다. 정부는 이들 품목을 보내기 위해 제재위원회에 사전 허가를 요청했다고 자료에 명시했다. 비용과 수량은 정부가 제출한 제재 면제 요청서에 제시된 계획이다.

운송은 배를 이용하는 방안으로 기재됐다. 해운사는 현대아산을 잠정 선정했으며, 인천항에서 출발해 중국 단둥을 거쳐 북한 남포항으로 반입하는 경로를 제시했다. 총 운반비용은 3,500달러로 산정했고 한국 국내 운반 비용도 포함했다. 정부는 운송 시기와 방법을 북한과의 협의 과정에서 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항목계획
의료장비166종, 1,431개
장비 금액675만 달러
제재 대상 품목41개 품목
운반비용3,500달러
승인 후 발송 기한6개월 이내

합동 모니터링팀 파견…비대면 점검안도 제시

정부는 의료장비가 당초 목적과 달리 전용되지 않는지 확인하기 위해 합동 모니터링팀을 파견하겠다는 계획을 제재 면제 요청서에 포함했다. 팀은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 직원 3명과 외부 전문가 3명 등 모두 6명으로 구성하는 안이다. 요청서에는 물품이 의료 서비스 제공이라는 본래 목적에서 벗어나 사용되는지 점검하겠다는 취지가 담겼다.

북한 당국이 한국인 검사관의 입국이나 현장 점검을 허용하지 않는 경우에 대비한 방식도 제시했다. 중국이나 몽골 등 제3국의 대리인을 통해 현장을 실사하거나, 화상으로 점검하는 비대면 모니터링을 할 수 있다고 정부는 보고했다. 통일부는 모니터링 방법 역시 북한과 실제 협의하는 과정에서 바뀔 수 있다고 밝혔다. 요청서에는 물품을 의료 목적으로만 사용하고 임산부와 신생아, 노인, 중증 또는 만성 질환 환자 등 취약계층의 필수 의료 서비스를 지원하는 데 쓰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강동군병원 선정 이유와 정부·의원 입장

정부는 요청서에서 북한의 의료 여건을 설명하며 “DPRK의 의료시설 수는 절대적인 측면에서 적지 않지만, 의료장비 및 정상적인 운영에 필요한 의약품이 극도로 부족하고 심각하게 훼손된 상태”라고 밝혔다. 이어 “코로나19로 인한 장기적인 국경 봉쇄는 보건의료 체계의 구조적 취약성과 결합돼 전반적인 보건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공식 영문 명칭인 DPRK를 사용해 지원 필요성을 제시한 것이다.

강동군병원을 대상 기관으로 고른 이유에 대해서는 평양 외곽에 있는 강동군의 의료 서비스 접근성이 의료 자원이 집중된 도심 지역보다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강동군병원에 의료 장비를 제공함으로써 진단 및 치료 역량이 강화되고 평양 외곽 지역 주민들, 특히 취약계층의 필수 의료 서비스 접근성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요청서에 적었다. 강동군병원이 있는 지역이 북한 군수산업의 중심지라는 점에서 장비 전용 우려가 제기된 데 대해 통일부는 내년 2월 제재 면제 연장 신청 때 협력 대상 병원을 바꾸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정부 계획에 대해 “우리 장병이 북한이 매설한 것으로 판단된 지뢰로 크게 다친 상황에서 정부가 북한에 줄 장비와 배편부터 세세하게 짜놓는 모습이 국민 눈높이에 맞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면서 “대북지원은 속도가 아니라 원칙과 검증이 먼저”라고 말했다. 통일부는 입장문에서 “순수 인도적 차원의 협력은 정치·군사적 상황과 무관하게 지속 추진한다는 것이 역대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라며 “다만 엄중한 남북관계 상황을 고려해 개별 사업의 추진 시기, 방식 등을 신중하게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 사업은 대북 협의 이전 단계로, 사전 준비 차원에서 제재면제 승인을 선제적으로 획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일부는 제재 면제 승인 유효기간이 끝나기 전에 사업계획을 다시 살피고, 필요하면 연장 신청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북한과의 실제 협의가 이뤄지면 운송 시기와 경로, 점검 방식, 물품 목록이 달라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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