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성형 인공지능(AI)으로 제작한 장편 SF 영화 ‘스틸레이’가 오는 10월 21일 극장 개봉을 앞두고 있다. 러닝타임은 90분, 관람 등급은 12세 이상이다. 인간을 위협 요소로 판단한 AI 로봇에 맞서 주인공 윤강이 전투 수트 ‘스틸레이’를 입고 나서는 이야기다. 영화는 로봇과 전투 수트가 등장하는 장면을 시각적 볼거리로 내세우지만, 인물의 움직임과 대사 호흡, 익숙한 서사와 음악은 아쉬움으로 꼽혔다. AI 도구로 장편 상업영화를 만든 제작 방식과 한 편의 극장 영화로서의 완성도를 함께 살펴보게 하는 작품이다.
아버지를 찾아 나선 윤강과 AI 로봇의 위협
영화에서 윤강은 실종된 아버지를 찾던 중 아버지가 남긴 전투 수트 스틸레이를 발견한다. 자신이 만든 AI 아라와 함께 인류를 위협하는 바이러스 ‘코드 제로’를 둘러싼 사건에 뛰어들고, 인간을 위협 요소로 판단한 자율 판단 로봇 에이라에 맞선다. 아버지를 찾으려는 윤강의 개인적인 목표와 인간 사회를 위협하는 AI 로봇의 문제가 한 이야기 안에서 이어진다. 전투 수트는 윤강이 로봇에 맞서 싸우는 주요 장비이자 영화의 핵심 시각 요소다.
지난 9월 공개된 제작 관련 보도에 따르면 윤강의 아버지 윤 박사는 AI 로봇 개발 기업 애턴 소속 공학자다. 애턴 연구원들은 상용 휴머노이드 아이라3의 이상 행동을 포착하고, 이후 시중에 풀린 로봇들이 폭주에 가까운 행동을 하는 사건이 이어진다. 윤 박사를 비롯한 애턴 직원과 제약·백신 관련 과학자들이 로봇에게 습격당해 실종된다. 윤강은 아버지를 직접 찾으러 나서 가정용 AI 친구의 도움을 받아 숨겨진 연구실을 발견하고, 그곳에서 전투 로봇 스틸레이를 찾아낸다. 제작 관련 보도는 스틸레이를 몸에 장착해 인간의 신체 한계를 넘는 기능을 발휘하는 로봇 수트로 소개했다. 싸우고 달리는 데 더해 하늘을 나는 기능도 갖췄다는 설명이다.
시선을 끄는 인물과 로봇, 남는 움직임의 어색함
영화의 관람평은 윤강의 외모를 초반 관심을 끄는 요소로 꼽았다. 앤더블 한유진, 라이즈 원빈 등 보이그룹 멤버를 떠올리게 하는 외모에 목소리가 더해져 주인공을 따라가게 한다는 평가다. 로봇과 전투 수트의 디자인도 볼거리로 언급됐다. 인물뿐 아니라 기계의 외형까지 함께 제시되면서 영화가 내세우는 SF 세계에 진입하기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 로봇 전투를 중심에 둔 장편 영화에서 상상한 세계를 화면의 볼거리로 구현한 점은 작품의 장점으로 평가됐다.
다만 외형의 매력이 인물의 움직임과 대사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사람의 움직임에 이질감이 남고, 대사를 주고받을 때 호흡이 매끄럽지 않아 장면에 몰입하다가 인물이 만들어진 존재라는 점을 다시 의식하게 된다는 평가다. 지난 9월 시사회 관련 보도에서는 인간 캐릭터의 외형과 표정, 얼굴과 옷의 주름이 실제 촬영 영상과 쉽게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자연스럽고 가상의 카메라 각도도 일반 상업영화 장면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전했다. 반면 전투 장면의 움직임과 장면 전환은 아쉬운 점으로 지목됐고, 장면마다 화질 차이도 나타났다. 제작진은 제작 중 성능이 향상된 도구가 등장해 먼저 만든 장면과 나중에 생성한 장면 사이에 품질 차이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익숙한 이야기와 음악, AI 제작의 성취
관람평은 인간을 위협하는 AI와 이에 맞서는 주인공, 아버지를 찾는 목표가 인류의 위기로 이어지는 구도가 익숙하다고 짚었다. 이야기의 친숙함을 넘어설 독자적인 매력을 충분히 쌓지 못해 초반에 주목을 모은 윤강의 외모가 이후에도 관심을 이어가는 데 기대게 된다는 평가다. 음악 역시 화면이 지향하는 로봇 SF 블록버스터의 규모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았다. 관람평은 음악이 TV 액션 드라마나 로봇 애니메이션에 가까운 분위기를 환기하며, 장면의 긴장과 감정을 키우기보다 다소 가볍게 받아들이게 한다고 평가했다.
제작 방식은 기존 실사 영화와 다르다. 지난 9월 시사회 관련 보도에 따르면 제작진은 시댄스 2.0 등 생성형 AI 도구를 활용해 한 번에 최대 15초 분량의 영상을 만들고 이를 이어 붙여 90분 장편을 완성했다. 편집에 활용한 결과물은 1만3000개였으며, 제작 도중 새 버전의 도구가 나오면 일부 장면을 다시 편집하기도 했다. 언론 시사회는 9월 7일 서울 용산구 CGV 아이파크몰에서 열렸다. 제작진은 AI 도구를 활용해 제작 기간을 6개월로 줄였다고 설명했다. 다만 목소리의 이질감을 줄이기 위해 일부 장면은 배우와 성우가 직접 더빙했다. 지난 9월 감독 인터뷰 보도에서는 8명의 AI 전문 아티스트가 작업에 참여했다고 전했다. 인물의 외모와 의상, 조명 톤, 배경과 사물의 파손 정도를 장면별로 정해 이미지의 연속성을 유지하는 작업도 소개됐다.
제작진이 내세운 연출과 남은 산업 과제
설우인 감독은 지난 9월 인터뷰에서 “기술의 껍데기보다 이야기의 본질과 연기의 감정을 담아내는 데 모든 노하우를 쏟았다”고 말했다. 감독은 무용수와 연극 무대 배우를 거친 경험을 바탕으로 AI가 만든 표정과 립싱크의 간극을 보완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단순한 표정 지시 대신 턱 근육의 떨림, 호흡, 눈 깜빡임과 어투 변화 등을 구체적으로 설계했고, 생성된 결과물을 수작업으로 디렉팅하는 데 공을 들였다는 것이다. 감독은 AI를 활용해 적은 규모의 팀도 큰 세계관을 시각화할 수 있다고 설명하면서, 기존 영상 제작 기술과 AI가 결합하는 제작 방식을 ‘AFX’라고 불렀다.
AI 도구 의존과 저작권 문제도 제작 관련 보도에서 함께 제기됐다. AI 학습에 사용되는 데이터와 생성 결과물의 저작권 문제도 콘텐츠 업계의 쟁점으로 언급됐다. 시사회 뒤 간담회에 참석한 하정우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상근부위원장은 AI 기술의 발전과 창작 도구 공급을 언급했다. 그는 “아이디어 있는 분들이 창작의 영역으로 들어와 쉽게 만들 수 있도록 하려 한다”라고 말했다. 작품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AI 영상 제작의 시각적 가능성과, 인물 표현 및 장면 간 품질에서 드러난 한계다.
‘스틸레이’는 10월 21일 개봉한다. 러닝타임은 90분이며 12세 이상 관람가다. AI 영상 제작의 현재를 확인하려는 관객에게는 제작 방식과 화면이 관람의 관심 요소가 될 수 있지만, 완성도 높은 SF 액션 영화로서의 만족도는 별도로 평가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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