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무위 국감에서 답변하는 이억원 금융위원장 (사진= 연합뉴스 제공)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최근 금융권에서 발생한 인공지능(AI) 에이전트 해킹 사고와 관련해 금융회사들의 기본적인 대응이 미흡했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8일 금융위원회 등을 대상으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사회민주당 한창민 의원의 질의에 “우리의 대응방식이 아주 기본적인 부분도 굉장히 미흡하다”고 답했다. 그는 금융권의 보안 대응을 더 점검하고 고치는 한편, AI를 활용한 공격을 막는 데에도 AI를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국감에서는 금융권 해킹 대응 점검표의 기준과 망 분리 규제, 주택담보대출 한도와 주택 공급, 보이스피싱 피해 구제를 위한 금융사·통신사의 책임 문제도 다뤄졌다. 이 위원장은 금융권에 배포한 보안 점검표 12개 항목은 우선 점검할 사항이며, 금융회사들이 추가로 살펴본 결과를 받은 뒤 전체 상황을 확인해 다시 대응하겠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대책과 관련해서는 공급을 확대해 시장을 안정시키겠다고 했고, 보이스피싱 제도에 대해서는 금융사와 통신사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금융권 해킹 대응 “기본적인 부분도 미흡”

한창민 의원은 금융권 AI 보안 대응과 사후 관리·감독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질의했다. 이 위원장은 최근 사고를 두고 “이런 부분은 저희가 철저하게 더 점검하고 바꿔 나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참고 자료에 따르면 최근 해킹 사고는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을 포함한 금융회사 7곳에서 발생했다. KB국민은행·신한은행·하나은행 등 금융회사의 정보유출 사태가 국감에서 언급됐고, 금융당국은 AI 에이전트를 활용한 공격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의원은 앞서 금융보안원이 발표한 금융권 AI 보안 위협 대응요령에 외부 시스템과 API의 취약점을 점검·관리하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번에 드러난 취약점이 이미 점검 대상으로 안내된 부분과 관련돼 있다는 취지였다.

이 위원장은 사고 이후 금융권에 배포한 체크리스트 12개 항목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조국혁신당 김형연 의원의 지적에는 우선순위를 설명했다. 그는 “일단 12개 항목을 먼저 점검하라고 한 것”이라며 “이것 말고도 금융사들이 추가로 점검해야 하고 (결과를) 받고 나서 전체적으로 어떻게 됐는지 보고, 또다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12개 항목만으로 점검을 끝내는 게 아니라 금융회사별 추가 점검과 결과 확인을 이어가겠다는 설명이다.

AI 방어에 AI 활용…망 분리 규제도 검토

이 위원장은 AI 공격을 막기 위한 대응 수단으로 AI 활용을 강조했다. 그는 “AI(로 인한 공격)를 막으려면 결국 AI를 쓸 수밖에 없다”고 말하고, 금융권에서 AI를 보안에 활용할 수 있도록 망 분리 규제를 어떤 방식으로 바꿀지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망 분리는 금융회사의 내부망과 외부망을 분리하는 보안 정책이다. 금융회사의 AI 활용과 보안 역량 강화를 위해 규제 완화를 추진하되, 보안을 전제로 해야 한다는 취지의 설명도 국감에서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박민규 의원은 망 분리 규제 해제에 참여한 금융회사가 많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규제를 바꾸는 과정에서 “여러 단계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을 살펴보는 중”이라고 답했다. 금융권의 혁신과 보안 역량 강화를 지원하기 위해 보안을 전제로 망 분리 해제를 추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중소 금융회사의 보안 인력 문제도 질의 대상이 됐다. 중소 금융회사는 대형 금융회사에 비해 전담 인력이 부족해 AI 기반 해킹 공격에 더 취약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고, 이 위원장은 살펴보겠다고 답했다. 체크리스트 항목 점검 뒤 추가 확인과 후속 대응이 필요하다고 한 것도 금융회사별 대응 상황을 전체적으로 살피겠다는 설명과 맞닿아 있다.

대출 규제 효과 질문에 “공급 확대” 답변

부동산 정책을 둘러싼 질의도 이어졌다. 국민의힘 신동욱 의원은 강도 높은 대출 규제를 포함한 대책에도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는 상황을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대출 규제를 하지 않았다면 상승세가 더 심했을 수 있다는 취지로 답했다. 주택담보대출 최대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한 규제에 대해서는 당시 강남의 고가 주택이 전체 집값 상승을 이끌던 상황을 고려한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이 위원장은 해당 대책이 효과를 봤다는 평가가 많다고 말했다. 신 의원은 이재명 대통령이 언급한 ‘평탄화’ 발언을 거론하며, 강남 외 지역의 집값이 올라가는 상황에서 집값이 계속 오르면 대책의 성과와 반대되는 결과가 나타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이 위원장은 이에 “그래서 저희가 공급해 주력하고 있다. 빨리 공급을 많이 확대해 시장을 안정화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강남 집값이 내려오고 강남 외 지역의 집값이 오르는 현상을 설명하며 “일종의 평탄화 작업이 진행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발언을 두고 강남 이외 지역의 집값 상승을 바람직한 일처럼 말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자, 청와대는 가격 변동 추이를 설명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국감에서는 이 발언과 주택담보대출 규제의 효과를 둘러싼 의원의 문제 제기에 이 위원장이 공급 확대 계획으로 답했다.

보이스피싱 피해 구제, 금융사·통신사 책임 검토

보이스피싱 피해 구제를 위한 무과실책임제도도 국감에서 논의됐다. 더불어민주당 손명수 의원은 금융회사와 통신회사가 책임을 지는 싱가포르의 ‘폭포수 접근법’을 언급했다. 이 방식에 관한 질의는 피해 구제 과정에서 금융사와 통신사의 책임을 어떻게 설정할지에 초점을 맞췄다. 이 위원장은 관련 선진 사례를 바탕으로 국내 제도를 설계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이 위원장은 “선진 사례를 바탕으로 금융사, 통신사가 더 강한 책임감을 가질 수 있도록 (제도를) 어떻게 설계할지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금융사와 통신사의 책임을 높이는 방향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이날 질의에서는 해킹 사고의 사후 점검과 보이스피싱 피해 구제라는 서로 다른 금융 소비자 보호 문제가 함께 다뤄졌다.

이 위원장은 금융권에 배포한 12개 항목의 점검 결과를 확인하고, 금융회사별 추가 점검과 후속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AI 방어를 위한 망 분리 규제 조정 방법도 검토 중이라고 했다. 부동산 대책과 관련해서는 주택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보이스피싱 피해 구제 제도는 금융사와 통신사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설계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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