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싱어송라이터 수민이 지난 8월 발표한 정규 2집 ‘디너모드’의 바이닐을 제작하고 있다. 9곡으로 구성된 앨범의 수록 순서를 첫 단독 공연에서도 지켰고, 관객이 공연을 보는 동안 각자만의 방식으로 ‘디너모드’에 들어가도록 빛과 어둠, 영상과 소리를 활용했다. 수민은 지난달 18일부터 20일까지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유플러스 스테이지에서 ‘2026 수민 라이브 - 디너모드’를 열었다. 공연과 바이닐은 앨범을 다른 방식으로 경험하게 하는 두 갈래였다. 수민은 8년 전 첫 정규앨범 ‘유어 홈’ 때도 바이닐을 만들었다. 이번에는 앨범의 흐름을 공연장에서 재현하는 한편, 음악을 듣는 과정을 하나의 ‘의식’으로 여기는 이유를 밝혔다.
8년 만의 정규앨범, 다시 바이닐 제작
수민은 2018년 8월 첫 정규앨범 ‘유어 홈’을 발매한 뒤 8년 만에 두 번째 정규앨범 ‘디너모드’를 냈다. 참고 기사에 따르면 새 앨범은 2026년 8월 13일 공개됐고, 전곡을 수민이 프로듀싱했다. 앨범 제작에 착수한 시점부터 발매까지는 약 1년이 걸렸다. 처음에는 12곡이 있었고, 그중 9곡을 추려 수록했다.
| 구성 | 곡 수 |
|---|---|
| 초기 곡 구성 | 12곡 |
| 최종 수록곡 | 9곡 |
첫 앨범 때 바이닐을 만든 것은 수민이 어릴 적 본 음악가들의 영향이 컸다. 그는 “제가 어렸을 때 고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전부 다 바이닐을 냈었어요. 그냥 레전더리 아티스트들, 국내외를 막론하고요. 그런 측면에서 8년 전에는 난 그런 사람이 될 수 있겠거니 하고 따라 해 본 거예요.”라고 말했다. 당시에는 바이닐을 제작하고 구매해 듣는 문화가 지금보다 덜했고, 수민도 관련 정보와 비용이 넉넉하지 않은 상황에서 시작했다. “그냥 아무것도 모르고” 만들었지만, 바이닐을 냈다는 사실 자체에서 큰 매력을 느꼈다고 했다. 지난 8월 발매한 ‘디너모드’도 현재 바이닐 제작이 진행 중이다. 수민은 과거의 경험과 이번 앨범의 제작을 연결해, 바이닐을 단순히 음악을 재생하는 형태가 아니라 듣는 사람의 행동까지 포함한 경험으로 설명했다.
관객이 각자의 방식으로 들어가는 공연
‘2026 수민 라이브 - 디너모드’는 지난달 18일부터 20일까지 사흘간 열렸다. 수민이 사흘 연속 단독 공연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는 “저는 3일간 해 본 적이 없어서 ‘3일 공연’이 챌린지 같았다”라면서도 “한계를 뚫고 나니 공연에 관한 용기도 생기고 더하고 싶다는 동기부여도 생겼다”라고 말했다. 공연 둘째 날인 19일에는 앨범을 두고 “낮 동안에 사람들 앞에서 꺼내놓았던 저를 거두는 시간 같다”라고 설명했다. 공연에서도 그 생각을 관객의 경험으로 옮기고 싶었다. 수민은 무대 위의 자신이 주인공처럼 보이는 것은 자연스럽지만, 관객이 공연을 보며 자신을 자기 자신과 겹쳐 생각하기를 바랐다고 말했다. 이어 “공연을 본다는 걸 잠시 잊고, 공간 자체가 하나의 사적인 시간대가 됐으면 했죠.”라고 했다.
공연 장소인 LG아트센터 유플러스 스테이지는 극장 형태의 공간이다. 수민은 공연자와 관객이 가까운 비율로 마주하는 장소와, 아티스트를 중심에 두고 관객과 거리를 두는 씨어터가 있다고 설명했다. ‘디너모드’가 몰입을 전제로 한 앨범이라고 생각해 공연장도 관객이 깊이 몰입할 수 있는 곳을 찾았다는 것이다. 그는 “공연 제작팀이 무언가를 크게 바꾸지 않아도, 애초에 그런 분위기가 나는 공연장이 LG아트센터라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범프투소울 공연을 보기 위해 처음 방문했을 때 무대의 변주가 가능한 점과 음향에 관심을 가졌고, 언젠가 그곳에서 공연하고 싶다는 생각을 회사 대표에게 전했다고 했다. 이후 공연 제작팀이 제안한 후보에 유플러스 스테이지가 있었고, 일정 조정 끝에 공연을 진행했다. 수민은 관객의 감각을 바꾸기 위해 빛과 어둠, 영상과 소리를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관객이 각자 다른 방식으로 앨범의 분위기에 진입하도록 공연을 구성했다는 취지다.
앨범 순서를 지킨 세트리스트와 무대 구성
세트리스트는 ‘디너모드’의 흐름을 중심으로 짰다. 수민은 앨범을 보여주려면 과거의 자신도 먼저 소개해야 한다고 보고, 초반에 이전 작업을 배치하는 방향을 밴드 마스터인 베이시스트 박종우와 논의했다. 특히 ‘디너모드’ 수록곡은 앨범에 실린 순서를 그대로 따랐다. 수민은 공연 후반에 일부를 수정했지만, 앨범의 트랙 순서만큼은 유지하고 싶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전달했다고 밝혔다. “디너모드 때 트랙 순서를 바꾸지 않았던 이유는, 앨범을 만들면서 이미 9곡의 그 순서 자체를 하나의 서사로 저는 결정했기 때문이에요.”라고 말했다.
앨범은 ‘우리의 계절’로 시작해 ‘무표정’, ‘러브송’, ‘그냥’, ‘택시 토크’, ‘+82’, ‘테이블’, ‘성인가요’를 거쳐 ‘침몰’로 끝난다. 수민은 첫 곡부터 마지막 곡까지 관계와 감정의 온도가 바뀌는 흐름을 공연에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들려주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첫 트랙 ‘우리의 계절’부터 마지막 ‘침몰’까지 가는 동안 관계와 감정의 온도가 계속 바뀌어요. 그래서 공연에서도 앨범을 처음부터 끝까지 재생하는 경험을 실제 공간 안으로 들여놓고 싶었어요.”라고 설명했다. 슬롬과 함께한 ‘미니시리즈’ 세계관의 곡은 후반부에 놓았다. 수민은 해당 곡들이 상대적으로 팝하고 화려한 느낌이 강해 공연의 다이내믹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솔로곡 가운데 공연의 기세를 잡거나 상징적으로 읽힐 수 있는 곡은 전반에 배치했다. 무대에서 계속 무언가를 보여주기보다 감각의 변화를 쌓아가는 방식도 세트리스트와 함께 고려했다. 수민은 공연 전체의 다이내믹을 정교하게 설계해 관객이 앨범의 순서를 따라가도록 했다.
재생 방식과 듣는 과정까지 담은 바이닐
수민은 온라인 음원 서비스에서 버튼을 누르면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시대에도 바이닐을 만드는 이유를 설명했다. 바이닐로만 가능한 표현이 있는 한편 제작과 감상에 제약도 있다고 했다. 바이닐에 담길 음원을 별도로 다듬는 바이닐 마스터링 과정이 있지만, 작업 파일은 온라인 메신저로 주고받고 테스트반은 노트북 같은 일반 재생 장치로 완전히 감상할 수 없다는 점도 언급했다. 수민은 바이닐의 장점과 단점을 함께 파악한 뒤 제작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바이닐은 음원 파일과 달리 포장을 열고 음반과 인쇄물을 살핀 뒤 턴테이블에 올려 바늘을 얹어 재생하는 과정을 거친다. 수민은 이 과정 자체가 음악을 듣는 경험의 일부라고 설명했다.
그는 “제 생각에 바이닐이라는 건 ‘의식’ 같다. 전반적인 과정을 즐길 수 있으면서도, 어릴 때 바이닐을 경험해서 향수가 있는 제작자나 아티스트라면 한 번 정도는 만들어봄직하다”라고 말했다. 또 “피지컬(음반) 중에서 가장 비싼 돈을 주고 소비했고, 래핑(포장)된 걸 뜯어서 큰 포스터를 보고 리플렛을 보면서 크레딧을 확인하며 가사를 신문 보듯이 보고, 이걸 턴테이블 위에 올려서 스스로 바늘을 얹고 플레이를 누르는 거죠.”라고 설명했다. 바늘이 음반의 홈을 따라가며 생기는 노이즈도 모두 같지 않다고 덧붙였다. 수민은 스자(SZA) 같은 팝·R&B 아티스트의 바이닐을 턴테이블에 올려 듣는 경험도 언급했다. ‘디너모드’는 9곡의 순서를 하나의 흐름으로 만든 앨범인 만큼 바이닐로도 제작 중이다. 수민은 이번 공연에서 그 순서를 관객 앞에 펼쳤고, 현재는 음반 제작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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