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범죄수사청 출범 초기 업무 현황 (사진= 연합뉴스 제공)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출범 9일째인 11일에도 접수한 고소·고발 사건을 부서에 배당하고 서류를 검토하는 단계에 머물렀다. 수사에 필요한 자체 형사사법정보시스템과 행정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았고, 업무를 맡을 인력도 정원에 못 미쳤다. 사건 기록 작성과 부서 간 보고·결재 등 상당수 업무를 수기로 처리하고 있으며, 일부 수사관은 업무용 PC도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수청은 개청 초기 비상 상황이라고 밝히고 매뉴얼 작성과 장비 확보, 인력 충원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중수청은 금융권 해킹 사고가 수사 대상인지 검토 중이지만, 경찰이 사건을 이첩하거나 통보하지는 않은 상태다.

자체 시스템 없어 기록·결재 수기로 처리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중수청은 개청 뒤 접수한 고소·고발 사건을 소관 청별 관련 부서에 배당했다. 담당 부서는 사건 서류를 검토하고 있지만, 인프라가 부족해 실제 수사에 착수하지 못했다. 중수청은 개청 첫날인 지난 2일 30건 이상의 고소·고발 사건을 접수했고, 이후에도 민원실과 국민신문고 등을 통해 사건이 들어오고 있다. 접수한 사건을 검토하고 담당 부서에 배당하는 절차는 진행 중이지만, 수사 단계로 나아가지는 못한 상황이다.

중수청은 자체 형사사법정보시스템인 킥스(KICS)를 마련하지 못해 경찰의 시스템을 빌려 쓰고 있다. 현재 이용할 수 있는 기능은 사건 이첩 수신과 접수, 배당 등 필수 기능에 한정된다. 사건 처리와 형사사법포털 등 다른 기능은 오는 12월 킥스 2단계가 개통된 뒤에야 쓸 수 있다. 중수청 자체 킥스 구축에는 3년 안팎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그전까지 수사 기록 작성·송부와 장부 입력 등은 수기로 처리해야 한다.

전자결재와 이메일 등 행정정보시스템은 행정안전부의 온나라시스템을 이용하고 있다. 업무용 메신저로는 PC 카카오톡과 공무원 내부 메신저인 온톡을 사용한다. 업무용 PC를 아직 받지 못한 수사관도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근무 체계와 보고·결재 등 업무 절차 역시 대부분 수기로 진행되고 있다. 청별로 청장이 주재하는 회의가 열리고 있지만, 개청 이후 상황을 보고하는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본청의 한 수사관은 “인프라 미비로 할 수 있는 게 마땅히 없고 업무도 구체적으로 정해져 있지 않다”며 “회의는 계속 하지만 진척은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지방 중수청 관계자는 “업무에 관해 물어보려 해도 본청 담당 직원들이 정신이 없고 바빠서 업무를 숙지하기 어렵다”며 “본격 수사 착수는커녕 계속 준비 단계인 상황”이라고 했다.

정원 66.1%로 출발…과장급 자리 비어

중수청은 정원 2천874명 가운데 1천900명으로 업무를 시작했다. 전체 정원의 66.1%다. 배치표상 본청 국장급 8자리 가운데 감찰관을 뺀 7자리는 채워졌지만, 과장급 24자리 중 16자리가 공석이다. 인사정책기획관과 수사정보관 산하 담당관은 각각 2명씩 모두 4자리가 채워지지 않았다. 서울중수청도 6개 수사국 산하 25개 과 가운데 과장석 11자리가 비어 있다.

구분정원·전체현재 인원·공석
중수청 전체 인원2,874명1,900명
중수청 전체 정원 충원율100%66.1%
본청 국장급8자리7자리 충원
본청 과장급24자리16자리 공석
인사정책기획관·수사정보관 산하 담당관4자리4자리 공석
서울중수청 수사국 산하 과장석25자리11자리 공석

과장급 등 실무를 맡을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중수청 명의의 지출 계좌도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예산이 아직 배정되지 않아 필요한 물품을 살 때 수사관이 개인 돈으로 먼저 결제하고 후불로 처리하는 일이 자주 발생한다고 한다. 중수청은 경력 경쟁 채용과 공소청 직원을 대상으로 한 추가 특례임용 등을 통해 인력을 계속 충원할 계획이다. 다만 현재 인력 규모와 공석 현황은 본청과 서울중수청의 업무 배치표에 드러나 있다.

금융권 해킹 사건, 수사 대상 여부 검토

중수청 출범 뒤 접수된 사건 가운데 어떤 사건이 첫 수사로 이어질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서울중수청은 최근 금융권을 강타한 인공지능(AI) 해킹 사고가 중수청 수사 대상인 중대 범죄에 해당하는지 살펴보고 있다. 경찰 등에 사건 이첩을 요구하거나 통보할 수 있는지도 검토 중이다. 경찰은 아직 해당 사건을 중수청에 이첩하거나 통보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중수청법은 사이버범죄를 중수청의 6대 중대 범죄에 포함하면서도, 사이버범죄 가운데 국가핵심기반 공격에 해당하는 범죄만 수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경찰은 앞서 피해 금융기관 자체는 국가핵심기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다만 침해를 받은 시스템이 전자금융기반시설에 해당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금융위원회에 유권해석을 의뢰했다. 서울중수청은 이번 해킹 사건이 법률상 수사 대상에 해당하는지 검토를 이어가고 있다.

마약이나 보이스피싱 등 민생과 밀접한 사건이 첫 수사 대상이 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기존 서울동부지검 보이스피싱 정부합동수사단과 과거 수원지검 마약합동수사본부에서 일한 인력 상당수는 각각 서울중수청과 수원중수청 등으로 이동했다. 이들은 기존 수사 상황을 토대로 사건 검토를 이어가고 있다. 내란 사건과 관련해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과 권창영 2차 종합특별검사팀에 이어 후속 수사를 맡을 운영 체제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수청 안에 내란 특별수사본부 형태의 수사기구가 설치될지도 관심을 받고 있다. 김지용 중수청장 후보자는 지난 8일 취재진에게 “내란 범죄를 척결하고 국가 기강을 흔드는 행위에 대해 좌시하지 않고 엄격히 바로잡아 기강을 확립하겠다”고 말했다.

매뉴얼·포렌식 장비 확보 작업 이어가

중수청은 조직 안착을 위해 부서별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사건 처리와 조직 운영 등에 관한 자체 매뉴얼을 만들고 있다. 현재 청별 회의에서는 개청 뒤의 상황을 보고하는 수준의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으며, 본청과 지방 청 사이에는 업무를 확인하고 숙지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관계자 발언도 나왔다. 중수청은 인력과 업무 절차를 갖추기 위한 준비를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디지털 포렌식 분야에서는 공소청이 이관한 장비와 복구 및 프로그램을 확보했다. 중수청은 공소청과 협의해 장비 등을 추가로 이관받을 계획이며, 인력 확충을 통해 디지털포렌식 수사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중수청 관계자는 “개청 초기 비상 상황이라고 인지하는만큼 여러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 사전 준비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체 킥스 구축에는 3년 안팎이 걸릴 것으로 전망되고, 사건 처리 관련 기능은 오는 12월 킥스 2단계 개통 이후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수청은 경력 경쟁 채용과 공소청 직원 대상 추가 특례임용으로 인력을 보충하고, 사건 처리와 조직 운영 매뉴얼을 마련할 계획이다. 서울중수청은 금융권 해킹 사고의 법률상 수사 대상 여부를 계속 검토하고 있다. 현재 접수된 고소·고발 사건은 담당 부서가 서류를 살피는 단계에 있으며, 중수청은 시스템과 인력, 장비를 확보하는 준비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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