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2일 기준금리를 연 3.00%로 동결했다. 시장 예상에 부합하는 결정이다. 금통위는 지난 7월과 8월 잇따라 기준금리를 올린 뒤 이번에는 추가 인상을 보류하고, 연속 인상 효과를 점검하기로 했다. 물가와 성장, 주택시장과 가계대출 등은 여전히 금리 인상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취약 차주의 이자 부담과 최근 원·달러 환율 하락도 정책 결정에 고려됐다. 한은은 긴축 기조를 유지하면서 다음 달 경제지표와 금융시장 상황을 살펴볼 전망이다. 오는 27일 발표되는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속보치와 다음 달 2일 공개되는 10월 물가 지표가 주요 일정으로 꼽힌다.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방향 회의는 다음 달 26일 열린다.
연속 인상 뒤 동결…지난해 네 차례 인하에서 방향 전환
금통위는 2024년 10월과 11월, 지난해 2월과 5월 네 차례 기준금리를 인하한 뒤 올해 5월까지 여덟 차례 연속 동결했다. 이후 반도체 수출 호조에 따른 경기 반등과 중동 전쟁 여파로 나타난 인플레이션을 고려해 올해 7월 금리 인상을 재개했다. 금리 인상은 3년 6개월 만이었다. 금통위는 8월에도 기준금리를 올려 두 달 연속 긴축에 나섰다.
신현송 한은 총재는 8월 금리 인상 당시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속담을 인용하며 선제 대응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은은 높은 성장세와 물가 상방 압력을 고려해 긴축 기조를 이어가되, 앞선 두 차례 인상의 효과를 확인하는 시간을 두게 됐다. 금통위의 다음 기준금리 결정은 물가와 성장 흐름, 주택시장과 가계대출 추이 등을 종합해 이뤄질 전망이다.
금리 인상 여부에는 국내 지표뿐 아니라 주요국의 통화정책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인하 압박에도 기준금리를 연 3.75∼4.00%로 올렸다. 오는 27∼28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는 동결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되지만, 연내 추가 인상 가능성은 남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은은 미국의 금리 흐름과 원화 가치, 국내 물가·성장 상황을 함께 살펴야 하는 상황이다.
물가 3% 안팎 오르내리고 성장률 전망은 상향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4월 2.6%, 5월 3.1%, 6월 3.2%로 높아진 뒤 7월 2.8%, 8월 3.1%, 9월 2.9%를 기록했다. 월별로 등락했지만 3% 안팎의 상승 흐름이 이어졌다. 신 총재는 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인 2.0%로 수렴한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거듭 밝혀왔다.
| 지표 | 기간 | 수치 |
|---|---|---|
| 소비자물가 상승률 | 4월 | 2.6% |
| 소비자물가 상승률 | 5월 | 3.1% |
| 소비자물가 상승률 | 6월 | 3.2% |
| 소비자물가 상승률 | 7월 | 2.8% |
| 소비자물가 상승률 | 8월 | 3.1% |
| 소비자물가 상승률 | 9월 | 2.9% |
| 실질 GDP 성장률 | 지난해 4분기 | -0.1% |
| 실질 GDP 성장률 | 올해 1분기 | 1.8% |
| 실질 GDP 성장률 | 올해 2분기 | 0.6% |
성장 흐름은 지난해 4분기 실질 GDP 성장률이 -0.1%를 기록한 뒤 올해 1분기 1.8%로 반등했고, 2분기에도 0.6% 성장해 예상을 웃돌았다. 올해 1∼8월 누적 경상수지는 2천792억달러 흑자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 흑자의 네 배를 웃도는 규모다. 한은은 지난 8월 경제전망에서 올해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2.6%에서 3.3%로 높였고, 낙관 시나리오에서는 최고 3.6% 이상을 제시했다. 반도체 수출 확장세가 이어지는 점을 반영해 11월 경제전망에서 전망치를 더 높일 가능성도 거론된다.
수도권 주택가격과 대출 증가…환율은 하락
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잇달아 내놓았지만 서울 외곽과 경기 남부 등 수도권에서는 중저가 주택을 중심으로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주택시장과 가계대출은 한은이 통화정책을 결정할 때 고려하는 주요 변수다. 주요 시중은행의 가계대출은 지난달 감소세를 보였지만 이달 들어 다시 증가로 돌아섰다. 증시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신용대출 증가세도 나타났다. 금통위는 주택가격과 가계대출 흐름을 함께 살피며 금리 정책을 판단하게 된다.
반면 원·달러 환율의 가파른 하락은 당장의 금리 인상 필요성을 낮추는 요인으로 제시됐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 수출업체의 달러 매도 등으로 장중 1,322.8원까지 내려갔다. 장중 저가 기준으로는 2024년 10월 2일의 1,317.1원 이후 가장 낮았다. 신 총재는 한미 기준금리 격차가 축소되면 원화의 기초가치 회복에 도움이 된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미국 기준금리가 지난달 연 3.75∼4.00%로 인상된 가운데, 한은은 국내 환율과 미국의 향후 결정도 지켜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이번 동결 결정에 앞서 하락했지만, 연방공개시장위원회가 27∼28일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시장에서는 동결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연내 추가 인상 가능성은 남아 있다고 보고 있다. 국내에서는 물가가 3% 안팎을 오르내리고 수도권 주택가격과 대출이 다시 증가하는 등 상반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취약 차주 부담 고려…11월 회의 앞두고 지표 확인
금리 인상에 따른 취약 차주의 이자 부담도 금통위가 고려하는 사안이다. 한은은 지난달 금융안정 상황을 발표하면서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오르면 가계의 이자 부담은 3조3천억원, 기업은 3조6천억원가량 늘어난다고 밝혔다. 신 총재는 지난 12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취약 차주가 저희 통화정책으로 고통을 느낄 것"이라며 정부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황건일 금통위원은 앞서 8월 회의에서 금리 동결 소수의견을 내고 "양극화 심화 양상과 취약 부문에 관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금통위가 이르면 다음 달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27일 발표되는 3분기 실질 GDP 성장률 속보치와 다음 달 2일 나오는 10월 소비자물가 지표 등이 향후 정책 결정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방향 회의는 다음 달 26일 예정돼 있다. 신 총재는 이날 오전 11시10분께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기준금리 결정의 배경과 향후 통화정책 방향을 설명한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여전히 물가가 높고, 부동산 시장이 안정되지 않았다"며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한 상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금통위는 물가 상승률과 성장률, 주택시장 및 가계대출, 취약 차주의 부담을 살피며 다음 회의에서 기준금리 방향을 결정할 예정이다. 다음 달 경제전망과 통화정책 회의 일정도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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