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 사이의 전쟁이 미국 중간선거 이후 다시 격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국제유가가 23일(현지시간) 급등했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12월 인도분은 배럴당 116.72달러에 거래를 마쳐 지난 4월 이후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장중에는 117달러선까지 올랐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공격 재개 가능성에 더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유조선 공격, 전 세계 원유 재고 감소가 겹쳤다. 원유 공급 불안은 유가를 끌어올리고 미국의 물가 우려에도 영향을 미쳤다.
브렌트유 116.72달러…9월 초보다 20% 상승
브렌트유 12월 인도분은 전장보다 3.55달러, 3.14% 오른 배럴당 116.72달러에 장을 마쳤다. 장중 배럴당 117달러선에 도달했으며, 9월 초와 비교하면 약 20%, 올해 들어서는 90% 넘게 상승한 수준이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12월 인도분은 전장보다 3.80달러, 3.82% 오른 배럴당 103.2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 유종 | 종가 | 전장 대비 상승 |
|---|---|---|
| 브렌트유 12월물 | 116.72달러/배럴 | 3.55달러·3.14% |
| WTI 12월물 | 103.27달러/배럴 | 3.80달러·3.82% |
이번 상승은 중동의 군사적 긴장이 커지는 가운데 원유 재고 감소까지 확인되면서 나타났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지난 6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올해 3분기 전 세계 원유 재고가 하루 평균 190만 배럴 줄어든 것으로 추정했다. 4분기에도 하루 평균 70만 배럴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원유 공급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주요 산유·수송 지역의 충돌 가능성이 이어지며 유가 상승 압력이 커졌다.
앞선 유가 흐름에서도 중동 분쟁과 공급 우려가 함께 나타났다. 지난 10월 1일 브렌트유는 배럴당 102.31달러, WTI는 92.8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당시에는 중국 정유업체의 석유제품 수출 중단 소식과 미국의 중동 추가 파병 계획이 유가 상승 요인으로 보도됐다. 이후에도 중동의 군사적 긴장이 이어졌고, 23일 브렌트유는 10월 초 종가를 크게 웃도는 수준으로 올랐다.
중간선거 이후 이란 공격 계획 보도
미국과 이스라엘이 다음 달 미국 중간선거 이후 이란에 대한 공격을 재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최근 유가 상승의 주요 배경으로 제시됐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21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선거 이후 이란을 다시 공격하기 위한 계획을 마련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현재 구상 중인 타격 대상에는 이란의 에너지 기반 시설, 이른바 ‘곡괭이산’(Pickaxe Mountain)에 있는 핵 시설, 미사일과 드론 전력이 포함됐다.
미국의 공격이 이번 주말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톰 배럭 주튀르키예 미국대사 겸 시리아·이라크 담당 특사는 이날 온라인 방송 진행자 마리오 나우팔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주말 이란에 대한 공격이 있을 수 있느냐’는 질문에 “물론이다”(Absolutely)라고 답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에 대해 “모르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의 발언은 공격 시점과 관련한 관측이 나온 가운데 전해졌다.
이란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다시 공격하면 강경 대응하겠다고 경고해 왔다. 원문에 따르면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에 대한 공격도 강화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중동산 원유 수송이 지나는 주요 항로다. 선박 공격과 군사행동 가능성이 함께 거론되면서 해협을 통한 원유 운송이 다시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시장에 이어졌다.
지난 10월 초에도 미국의 추가 군사력 배치와 대이란 공격 가능성이 유가를 밀어올리는 요인으로 보도됐다. 당시 보도에는 미국이 중동에 세 번째 항공모함 전단과 해병대 함정을 추가 파견하고 병력 9000~1만명을 증파할 계획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 이후 이란에 대한 공격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는 관측도 전해졌다. 23일에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 계획 보도와 주말 공격 가능성 발언이 이어졌다.
호르무즈 선박 공격에 사우디까지 긴장 확산
중동의 긴장은 호르무즈 해협과 사우디아라비아 등으로 번졌다. 이란은 미국·이스라엘의 재타격에 강경 대응하겠다고 밝히는 한편,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에 대한 공격을 강화하고 있다. 앞선 보도에 따르면 지난 9월 28일 이후 호르무즈 해협 주변에서 선박 공격 7건이 보고됐고,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 해군은 미국이 지원하는 항로를 이용하려는 선박들에 공격을 가하겠다고 경고했다. 선박들이 표적이 되는 것을 피하려 위치정보 송신 장치를 끄고 운항하는 사례가 있어 수송량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는 설명도 나왔다.
원유시장 분석업체 커머디티 콘텍스트의 로리 존스턴 설립자는 당시 최근 며칠간 수송량 감소 정황을 확인했다며 원유 수송량이 하루 200만~300만 배럴 줄어든 것으로 추정했다. 다만 추가 정보가 확보되면 초기 추정은 수정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영국해사무역운영국은 공격을 받은 선박들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가장 폭이 좁은 구간 인근에 있었다고 밝혔다. 미국의 한 관리는 최근 몇 주 사이 이란의 선박 공격 능력이 향상돼 해협을 지나는 선박의 위험이 커졌다고 말했다.
친이란 성향의 예멘 후티 반군도 사우디아라비아 공격을 확대했다. 미국은 현지 외교관 일부와 가족들을 철수시켰다. 사우디 당국은 10월 11일 리야드 킹칼리드 국제공항 제4터미널을 향한 발사체 공격으로 파키스탄 국적자 1명이 숨지고 11명이 다쳤다고 발표했다. 그 전날 같은 공항을 겨냥한 미사일 공격에서는 13명이 숨지고 300여 명이 다친 것으로 보도됐다.
해상 물류에서는 호르무즈 해협뿐 아니라 홍해 남쪽의 바브엘만데브 해협도 거론됐다. 지난 10월 보도에 따르면 EIA는 올해 2분기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통과한 원유와 석유제품이 하루 평균 810만 배럴이라고 집계했다. 이 항로는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수에즈 운하 항로의 남쪽 관문이다. 당시 보도는 호르무즈 해협의 운송 차질에 이어 바브엘만데브 해협까지 봉쇄될 경우 원유 공급과 해상 물류에 추가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전했다.
재고 감소가 키운 물가 우려
원유 재고 감소는 군사적 충돌 우려와 별도로 공급 여력을 좁히는 요인으로 언급됐다. EIA는 올해 3분기 전 세계 원유 재고가 하루 평균 190만 배럴 감소했다고 추정했고, 4분기에도 하루 평균 70만 배럴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중동 지역의 공급 불안이 계속되는 동안 재고가 감소하는 흐름도 이어질 전망이다. 원문은 중동의 군사적 긴장 고조와 원유 재고 감소가 겹치며 에너지발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시 커지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중동 원유 수출이 전쟁 이전 수준에 근접한 시기가 있었지만,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 공격이 재개되며 수송 회복세가 흔들릴 수 있다는 내용도 나왔다. 케이플러는 이란을 제외한 역내 원유 수출량이 지난 9월 1~28일 하루 평균 최소 1650만 배럴로 전쟁 이전 수준에 근접했다고 집계했다. 다만 최근 공격으로 수송량이 다시 감소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이어졌다.
유가 상승은 미국의 인플레이션 우려에도 반영됐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전날 안전자산 선호에 따른 국채 매수로 급락해 5% 아래로 내려갔다. 그러나 23일에는 고유가에 따른 물가 불안이 부각되면서 4.99%대로 소폭 반등했다. 원문은 국제유가 급등이 미국의 인플레이션 우려를 다시 자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RBC캐피털마켓의 헬리마 크로프트 글로벌 원자재 전략 책임자는 “중동에서 조만간 군사적 충돌이 격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유가가 계속 오르고 있다”며 “‘전쟁이 곧 끝날 것’이라는 말은 실제로 이어지는 미사일 공격 앞에서는 힘을 쓰지 못한다”고 말했다. 원유 가격은 23일 브렌트유와 WTI 모두 전장보다 상승해 거래를 마쳤고, EIA는 4분기에도 세계 원유 재고 감소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공격 재개 가능성,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선박 공격, 후티 반군의 사우디 공격이 이어지는 가운데 브렌트유는 23일 배럴당 116.72달러로 마감했다. 중동 정세와 전 세계 원유 재고 감소 전망이 함께 전해진 상황에서 국제유가 상승과 미국 물가 우려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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