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사위 국감에 출석한 조희대 대법원장 (사진= 연합뉴스 제공)

여야가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의 증인 선서 거부와 이석 문제,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 거부를 놓고 맞붙었다. 조 대법원장은 사법 독립과 삼권분립을 이유로 선서와 재제청 관련 증언을 거부하면서 오전 질의에는 일부 답변했지만 오후 국감에는 출석하지 않았다. 밤늦게 국감장에 돌아온 뒤에도 오전 발언으로 답변을 갈음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감에서 설명해야 한다고 요구했고 국민의힘은 대법원장을 증인으로 세우고 답변을 요구하는 것이 사법부 독립을 침해한다고 반박했다. 국감에서는 업무추진비와 영화 투자 논란도 다뤄졌으며, 여야 의원 간 고성과 설전으로 감사가 중단되기도 했다.

선서 거부와 이석 문제로 국감 시작부터 충돌

조 대법원장은 국감 시작 뒤 기관장 인사말을 읽고 증인 선서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대법관 후보자 제청과 관련한 증언 요구가 삼권분립과 사법 독립 원칙을 훼손할 염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서영교 법사위원장이 선서를 하지 않겠다는 뜻인지 묻자 조 대법원장은 “서두에 말한 대로 선서나 증언은 할 수 없다”고 답했다. 서 위원장은 선서 거부에 정당한 이유가 없다고 판단될 경우 국회증언감정법에 따라 후속 조치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대법원장은 통상 기관장 인사말 뒤 이석하고 법원행정처장이 의원 질의에 답해 왔다. 하지만 이날 민주당 소속 서 위원장은 조 대법원장의 이석을 허용하지 않았다. 민주당 김의겸 의원은 “(증인)선서하고 국민들이 궁금해하는 점에 대해 답변하는 것은 대법원장으로서뿐만 아니라 공직자로서 너무나 당연한 의무”라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힘 박형수 의원은 민주당이 관례를 깨고 조 대법원장을 일반증인으로 채택했다며, 대법원장이 국감장에서 답변하지 않는 것이 사법권 독립을 지키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국감 기록에 따르면 조 대법원장은 오전 10시 10분부터 약 2시간 30분 동안 자리를 지켰다. 이 시간 동안 그는 여당 의원들의 일부 질의에 답했고, “국회와 대통령도 대법원장의 제청에 전혀 관여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낮 12시 40분께 감사가 중지된 뒤 국회를 떠났으며, 오후 2시 44분 국감이 재개됐을 때는 나오지 않았다. 법원행정처장 노경필은 조 대법원장이 건강 문제와 사법권 독립 문제로 이석했다고 설명했다.

국감 진행시각·시간
오전 질의 시작10시 10분
오전 국감 참석2시간 30분
오후 국감 재개2시 44분
마무리 발언 출석10시 51분

재제청 거부 두고 제청권과 임명권 해석 대립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을 거부한 조 대법원장의 조치를 두고 여야는 헌법상 권한의 범위를 다르게 해석했다. 조 대법원장은 헌법 제104조 제2항에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돼 있다는 점을 들며, 제청 단계에 국회나 대통령이 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대법원장의 제청권과 국회의 동의권, 대통령의 임명권은 각각 헌법에 따른 권한이라고 설명했다. 대통령과의 협의는 신속하고 원활한 임명을 위해 대법원장이 자진해 협력해 온 것이며, 협의하지 않아도 헌법상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

조 대법원장은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도 언급했다. 그는 후보자 제청 때 추천위원회의 추천 내용을 존중하도록 한 제도는 당시 대법원장의 양해 아래 마련됐고, 자신도 이번 추천위원회를 존중했다고 밝혔다. 다만 추천위원회의 추천을 따르지 않더라도 헌법 위반이나 위법은 아니라는 주장을 폈다. 또 헌법상 대법원장은 후보자를 제청하면 권한과 의무를 다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국회가 제청 관련 증언을 요구하는 데에도 헌법상 근거가 없으며, 그 요구가 기관 간 권한 배분과 사법권 독립에 어긋난다는 입장이었다.

민주당은 대통령과의 협의 없이 재제청을 거부한 것을 문제 삼았다. 서 위원장은 헌법 제87조의 국무위원 임명 절차를 들어 제청은 요청과 건의의 의미를 갖고, 임명으로 가는 과정에서 협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국민의힘 박형수 의원은 국무총리는 대통령을 보좌하는 기관이지만 대법원장은 그렇지 않다며 두 제청권을 같은 방식으로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박 의원은 제청권·동의권·임명권은 각기 헌법에 규정된 권한이며 권한 사이에 우열이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재제청 거부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공세를 폈다. 박균택 의원은 재제청 거부가 대통령의 헌법상 임명권을 부정한 것으로 탄핵 사유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서 위원장은 “대통령은 국가 원수다. 대법원장이 착각하고 있다”며 “대법원장은 대통령이 임명한다. 대통령을, 국가 원수 자리를 그렇게 맞먹으려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대통령이 마음대로 대법관을 고르려 특정 후보를 제청할 때까지 압박하는 것이 헌법상 허용되느냐고 맞섰다.

업무추진비·영화 투자도 질의…조 대법원장 재반박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의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도 문제 삼았다. 이성윤 의원은 언론 보도를 거론하며 오마카세와 호텔 레스토랑 디너코스 등 고가 식사에 법인카드를 사용했고 업무추진비로 와인을 샀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김민전 의원은 이재명 대통령의 경기도지사 재임 당시 배우자가 사용한 카드 내역을 거론하며 민주당이 법인카드 문제를 제기할 자격이 있느냐고 반박했다. 참고 기사에 따르면 조 대법원장은 오전 질의 과정에서 업무추진비 사용 논란과 관련해 “저는 술을 한 방울도 마시지 않는다”, “카드를 본 적도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영화 ‘암살자(들)’에 대한 투자 문제도 제기했다. 주진우 의원은 산업은행과 한국벤처투자 등 이재명 정부의 금융기관이 영화에 400억원이 넘는 돈을 투자했다며 관련 증인을 불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곽규택 의원은 영화 제목이 피해자 유족에게 줄 수 있는 상처를 피해자 입장에서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서 위원장은 영화를 보라며 영화에 박정희 전 대통령이 육영수 여사를 어떻게 했다는 내용은 나오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박지원 의원은 투자액이 400억원이 아니라 190억원이며 수익을 목적으로 한 투자라고 말했다.

발언자제시한 투자액
주진우 의원400억원
박지원 의원190억원

조 대법원장은 오전 국감에서 자신이 제청권을 행사하는 과정에 국회와 대통령이 관여할 수 없다는 주장을 직접 폈다. 반면 대법관 재제청의 구체적인 경위와 해법을 묻는 여당 의원들의 추가 질의에는 증언할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여당의 질문 도중 조 대법원장에게 “답변하지 마세요”라고 외치기도 했다. 여야는 대법원장 업무추진비와 영화 투자 논란에서도 상대 당의 주장을 반박하며 공방을 이어갔다.

고성 이어지고 국감 중단…밤늦게 돌아와 마무리 발언

국감에서는 조 대법원장에 대한 질의뿐 아니라 의원들 사이에서도 거친 발언이 오갔다. 진보당 손솔 의원이 조 대법원장에게 “제2의 윤석열을 꿈꾸는 것인가”라고 말하자 국감장이 소란스러워졌다. 국민의힘 김태규 의원은 논쟁 중 “부엉이바위 진실을 하나 만듭시다”라고 말했다.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은 “인간이 되세요”,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한 번도 사람인 적이 없어”라고 반응했고, 김 의원은 “수준하고는. 네가 인간이 되세요”라고 맞받았다. 서 위원장은 김태규 의원의 발언권을 정지했다.

오후 국감에서 서 위원장은 김태규 의원의 발언권을 다시 돌려주면서 유감 표명을 요구했지만, 김 의원은 이를 거부했다. 그는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의원들이 자신에게도 거친 표현을 했다며 언성이 높아진 이유를 설명했다. 저녁 휴식 뒤 국감이 재개된 뒤에는 서 위원장이 참고인 김경호 변호사에게 발언 기회를 주자 박형수 의원이 절차에 어긋난다고 항의했다. 박 의원은 증인이나 참고인은 질문에 답하는 것이지 별도 절차 없이 진술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서 위원장은 박 의원의 발언권을 박탈했고, 두 사람의 설전으로 국감은 약 25분 동안 중단됐다.

이후 조 대법원장은 오후 10시 51분께 국감장에 다시 나와 마무리 발언을 했다. 참고 기사에 따르면 그는 대법관 재제청 논란과 관련해 “국민 여러분께 불편과 심려를 끼친 것에 송구하다”며 “대법원이 온전한 구성을 갖출 수 있도록 필요한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김의겸 의원이 해법과 대통령의 제청권 관여에 대한 입장을 물었을 때는 마무리 발언을 하러 왔다며 답변을 피했다. 서 위원장이 재제청 문제와 대법원 긴급대책회의, 이재명 당시 대선후보의 파기환송 사건에 대해 물었을 때도 답하지 않았다.

조 대법원장은 여당 의원들의 막바지 질의에 오전에 한 말로 갈음하겠다고 답했다. 서 위원장은 오전에 모든 질문에 답한 것은 아니며 일부 답변만 있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조 대법원장의 마무리 발언에 앞서 국감장을 떠났다. 법사위 국감은 대법관 재제청과 조 대법원장의 증인 선서·이석 문제를 놓고 여야가 입장을 좁히지 못한 채 밤늦게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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