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티 공습 표적이 된 사우디 라빅 정유시설 (사진= 연합뉴스 제공)

예멘의 친이란 반군 후티가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와 남부 도시들의 공항·정유시설·군사시설을 겨냥해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벌였다고 발표했다. 사우디 항공청은 예멘 국경과 가까운 자잔과 나지란의 공항이 공격받아 3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후티가 공격 대상으로 지목한 홍해 연안 라빅에는 아람코 정유시설과 한국 기업의 사업장이 자리하고 있다. 현지 교민은 정유시설에서 연기와 불을 목격했다고 전했으며, 현대자동차는 공사 현장과 직원 피해는 없다고 밝혔다.

후티의 공격은 사우디 주도 연합군이 예멘 바브엘만데브 해협 주변에서 후티가 장악했던 거점을 되찾기 위한 공세에 나선 가운데 이뤄졌다. 후티는 이번 공격을 사우디의 예멘 공습에 대한 대응이라고 주장했다. 한국 정부와 현지 공관은 교민 피해 여부를 확인하고 안전 공지와 기업 간담회를 통해 현지 상황을 공유했다.

공항 두 곳 공격에 3명 부상…후티는 사우디 전역 표적 주장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5일 밤 예멘 국경과 가까운 자잔과 나지란의 공항에서 두 차례 공격이 발생했다. 사우디 항공청은 6일 두 공항의 공격으로 3명이 다쳤으며 물적 피해도 발생했다고 밝혔다. 피해가 발생한 곳은 자잔의 킹압둘라 빈 압둘아지즈 국제공항과 나지란 국제공항이다. 항공청은 피해 규모를 파악하는 한편 승객과 직원의 안전, 항공 운항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후티 대변인 야히야 사리 준장은 5일 성명에서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 드론을 동원해 사우디 공항과 정유시설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후티 측은 첫 번째 작전에서 수도 리야드의 킹칼리드 국제공항을 직접 타격해 항공 운항에 차질을 빚게 했다고 주장했다. 두 번째 작전의 표적은 홍해 연안 라빅의 아람코 정유시설이었으며, 공격 현장에서 불이 났다고 발표했다.

사리 대변인은 세 번째 작전에서 사우디 남서부 아브하 공항과 하미스 무샤이트 공군기지, 아시르·나지란·자잔 지역의 군사시설을 공격했다고 전했다. 6일에도 사우디의 다른 공항을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사우디 주도 연합군 대변인 투르키 알말리키 소장은 후티가 하미스 무샤이트를 향해 발사한 탄도미사일 1발을 요격해 파괴했다고 밝혔다. 후티의 공격 발표와 사우디 당국의 피해·요격 발표는 각각 해당 당사자와 기관의 설명이다.

라빅 정유시설 인근에 한국 기업 사업장과 숙소

후티가 공격했다고 밝힌 라빅은 사우디 서부의 홍해 연안 도시로, 한국 기업들의 사업이 이어져 온 곳이다. 사우디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가 운영하는 페트로 라빅 석유화학단지는 2010년대 GS건설이 수주해 건설했다. 한국전력은 2009년 1천200㎿ 규모 중유 화력발전 사업을 수주해 운영하고 있다. 이번 공격의 표적이라고 후티가 지목한 곳은 아람코의 라빅 정유시설이다.

현대자동차는 라빅에서 남쪽으로 약 40㎞ 떨어진 킹 살만 자동차 산업단지에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공사 현장 직원들은 라빅의 숙소에서 출퇴근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현지 교민은 직원 숙소에서 6∼7㎞가량 떨어진 정유시설에서 연기와 불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이 교민은 현지 주민에게서 드론 4대가 공격했고 3대는 격추됐으며 1대가 공격에 성공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연합뉴스에 전했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6일 공사 현장이나 직원의 피해는 없다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라빅 정유시설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내용은 후티 측 발표와 현지 교민의 목격담으로 전해졌으며, 교민 피해는 확인되지 않았다. 라빅과 한국 기업 사업장·숙소 사이의 거리는 다음과 같이 전해졌다.

장소·대상거리·규모
킹 살만 자동차 산업단지약 40㎞
정유시설과 직원 숙소6~7㎞

영사관, 교민 피해 확인하고 민감 시설 방문 자제 당부

라빅 등 사우디 서부를 관할하는 제다 주재 한국 총영사관은 이번 공습과 관련해 교민 피해가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총영사관은 홈페이지 안전 공지에서 라빅 정유시설 화재와 관련한 현지 보도를 전하고, “석유 인프라 등 민감 시설 인근을 방문할 계획인 국민은 긴급한 용무가 아닌 한 방문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총영사관은 김대환 총영사 주재로 제다와 얀부에서 현지 진출 한국 기업 관계자들과 안전 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에서는 현지 상황을 공유하고 비상연락망 등을 재점검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도 사우디 내 교민 안전을 위해 상황을 살피고 있다. 현지 공관은 피해 여부를 확인하는 한편, 민감 시설 주변 방문에 관한 안전 공지를 내고 기업 관계자들과 연락 체계를 점검했다.

후티는 이번 공격이 후티가 장악한 예멘 수도 사나 등을 겨냥한 사우디군 공습에 대한 대응이라고 주장했다. 사리 대변인은 “포위에는 포위로, 확전에는 확전으로”라는 대응 원칙이 유효하다고 밝혔다. 후티는 국제 항공사들을 향해서도 이슬람 성지 메카와 메디나를 제외한 사우디 영공이 작전 범위에 들어간다고 경고했다.

바브엘만데브 주변 연합군 공세와 맞물린 반격

사우디 주도 연합군은 후티가 장악했던 예멘의 바브엘만데브 해협 주변 거점을 탈환하기 위한 작전에 나섰다. 예멘 정부 당국자들은 연합군이 해협 북쪽의 요충지인 두바브와 바브, 하데이드를 되찾았다고 밝혔다. 연합군은 예멘 정부군이 지상작전을 주도하고 사우디군이 공습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알말리키 대변인은 연합군이 바브엘만데브 해협의 공중 방어권을 확보하고 후티의 목표물 수백 곳을 파괴했다고 밝혔다.

후티도 예멘 안에서 반격을 이어갔다. 후티 측은 예멘 제3의 도시 타이즈로 진격하는 과정에서 정부군 거점인 투르바를 장악했다고 주장했다. AFP통신은 타이즈 일대 전투로 하루 동안 70명 이상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교전이 이어지는 가운데 후티는 사우디 본토의 공항과 산업시설을 공격했다고 발표했고, 사우디 당국은 남부 공항의 인명 피해와 미사일 요격 사실을 밝혔다.

사우디·튀르키예·파키스탄 3국은 5일 리야드에서 외무·국방장관 등이 참석한 긴급회의를 열고 합의된 군 병력과 역량을 사우디에 신속히 배치하기 위한 조치를 하기로 했다. 세 나라는 지난 8월 체결한 메카 공동방위협정에 따라 한 나라에 대한 무력 공격을 공동 대응 대상으로 삼기로 했다. 회의에서 병력 규모와 배치 시점, 구체적인 임무는 공개되지 않았다.

현지 공관은 교민 피해가 없다고 확인했으며, 현대자동차도 공사 현장과 직원 피해가 없다고 밝혔다. 제다 주재 총영사관은 현지 상황을 공유하고 비상연락망을 점검했으며, 석유 인프라 등 민감 시설 주변 방문을 자제해 달라는 안전 공지를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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