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전 대통령이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받은 혐의에 대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7부(구회근 부장판사)는 7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윤 전 대통령과 명씨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1심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징역 2년, 명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한 판단이 뒤집혔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항소심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징역 4년, 명씨에게 징역 3년을 각각 구형했지만 재판부는 혐의가 입증되지 않았다고 봤다.
윤 전 대통령은 김건희 여사와 공모해 2021년 6월부터 2022년 3월까지 명씨로부터 2억7천만여원 상당의 여론조사 58회를 무상으로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여론조사 결과가 전달됐다는 사실만으로 정치자금법상 기부가 있었다고 볼 수 없고, 두 사람 사이에 조사 실시와 무상 제공을 사전에 의뢰하거나 협의한 증거도 없다고 판단했다. 1심에서 유죄로 인정된 일부 여론조사에 대해서도 항소심은 무죄로 결론 냈다.
정치적 조언은 재산상 이익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
항소심 재판부는 정치자금법상 기부행위가 성립하려면 재산상 이득이 있어야 한다고 전제했다. 그러나 명씨가 윤 전 대통령 부부에게 제공한 것으로 인정되는 내용은 여론조사 자체라기보다 여론동향에 관한 정치적 조언과 유력 정치인 소개 등 조력에 가깝다고 봤다. 여론조사는 다른 조사 결과들과 함께 정치적 조언을 위한 수단이나 근거 일부로 제시됐을 뿐이라는 설명이다. 재판부는 “윤석열 부부가 명태균으로부터 제공받은 것은 여론동향 등 정치적 조언과 유력 정치인 소개 등 조력으로 보이고, 여론조사는 여타 다른 조사들과 함께 정치적 조언을 위한 수단 또는 근거 일부로 제시됐을 뿐”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명씨가 직접 여론조사를 실시했는지, 조사 결과가 무엇이었는지도 판단에서 중요한 요소가 아니라고 봤다. 판결문에서 “명태균이 직접 여론조사를 실시했는지, 또 그 결과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명태균이 제공한 정치적 조언은 정치적 이익으로 볼 순 있을지언정 재산상 이익으로 환산할 것은 아닌 만큼 정치자금 기부로 보기 어렵다”라며 “명태균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가 제공된 점을 총체적으로 따져도 결론은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정치적 이익과 재산상 이익은 구분해야 한다는 취지다.
무상 제공에 관한 사전 의뢰나 협의가 있었는지도 쟁점이었다. 재판부는 “명태균과 윤석열 부부 사이 여론조사 실시나 무상 제공에 대한 의뢰나 협의 등 의사 합치가 있다고 볼 실질적 증거가 전혀 없다”고 판단했다. 여론조사가 미래한국연구소 측의 전적인 의사와 판단에 따라 실시됐고, 그중 일부만 윤 전 대통령 부부에게 전달된 점도 고려했다. 명씨가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등 다른 정치인에게도 여론조사 결과를 제공한 사실도 함께 살폈다. 재판부는 이러한 사정을 들어 정치자금 기부에 대한 피고인들의 고의도 인정하기 어렵다고 결론 냈다.
1심은 직접 전달된 14회 유죄…항소심은 판단 뒤집어
1심은 전체 58회 가운데 명씨가 윤 전 대통령 부부에게 결과를 직접 전달한 14회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 여론조사 비용에 해당하는 정치자금이 부부에게 기부됐다고 판단해 윤 전 대통령에게 징역 2년, 명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1심이 부부가 얻은 재산상 이익으로 산정한 금액은 2천792만여원이었다. 반면 명씨가 직접 전달하지 않은 나머지 44회는 부부와의 합의에 따라 제공됐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유죄로 인정하지 않았다.
| 구분 | 횟수 |
|---|---|
| 전체 여론조사 | 58회 |
| 1심 유죄 인정 | 14회 |
| 1심에서 유죄로 인정하지 않은 조사 | 44회 |

1심과 항소심의 핵심 차이는 조사 결과가 전달됐다는 사실을 두고 당사자 사이에 제공 합의가 있었는지, 그 제공을 재산상 이익으로 볼 수 있는지에 있었다. 1심은 윤 전 대통령 부부와 명씨 사이에 여론조사 실시와 제공에 관한 암묵적인 의사 합치가 있었다고 봤다. 반면 항소심은 여론조사가 미래한국연구소의 판단으로 이뤄졌고 일부 결과만 부부에게 전달된 점, 명씨가 다른 정치인들에게도 결과를 제공한 점 등을 들어 의뢰나 협의의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1심에서 유죄로 인정됐던 14회도 정치자금 기부로 볼 수 없다고 결론 냈다.
항소심 재판부는 혐의 입증에 필요한 고의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도 들었다. 여론조사의 실시와 무상 제공을 놓고 사전에 뜻을 모았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고, 제공된 조력도 재산상 이익으로 환산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사건에서 윤 전 대통령의 공범으로 지목돼 별도로 기소된 김 여사도 같은 혐의로 1·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김 여사의 재판에서도 여론조사 제공과 관련한 의뢰나 상호 협의가 없었다는 판단이 나왔으며, 현재 상고심이 진행 중이다.
특검은 징역 4년·3년 구형…윤 전 대통령은 법정서 퇴정
그러나 재판부는 두 사람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선고 직후 윤 전 대통령 변호인단은 입장문을 내고 판결을 환영했다. 변호인단은 “이번 판결은 형사재판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 즉 범죄사실은 추측이나 가능성이 아니라 증거에 의해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명돼야 한다는 원칙을 확인한 판단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이번 판결에 상고할 방침이다.
윤 전 대통령은 무죄 선고 뒤 웃으며 변호인단과 인사를 나누고 법정을 나갔다. 공동 피고인인 명씨에게 “이제 뭐 다른 사건은 없으신 겁니까, 가족분들 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방청석의 지지자들은 “대통령님 감사합니다”, “힘내세요”, “무죄” 등을 외쳤고, 일부는 눈물을 흘렸다. 무죄를 선고받은 명씨는 법정 밖 복도에서 “형사보상 청구해야지”라고 말했다.
김 여사 사건의 1·2심 재판부도 명씨가 미래한국연구소의 영업활동 차원에서 여론조사를 실시했고, 부부에게 제공하기 위한 사전 의뢰나 협의는 없었다고 판단했다. 명씨가 여러 사람에게 조사 결과를 배포한 만큼 윤 전 대통령 부부가 재산상 이득을 얻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 여사 사건은 현재 상고심 절차가 진행 중이다. 윤 전 대통령 사건에 대해서는 특검팀이 상고할 방침이라고 밝혀 대법원 판단을 구할 예정이다.
오세훈 시장 사건은 오는 23일 항소심 선고
명씨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 사건에도 연루돼 있다. 오 시장은 2021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명씨로부터 여론조사 결과를 모두 10차례 받아보고, 오랜 후원자로 알려진 사업가 김씨에게 비용 3천300만원을 대신 내게 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해당 사건의 항소심 선고는 오는 23일 예정돼 있다. 윤 전 대통령·명씨 사건의 항소심 선고와는 별도로 진행되는 재판이다.
오 시장 사건 1심은 오 시장이 명씨에게 여론조사 5건을 의뢰하고, 비용 2천100만원을 김씨가 대납하게 했다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오 시장에게 벌금 1천만원을 선고하고 추징금 2천100만원을 명했다. 오 시장은 혐의사실에 부합하는 명씨 진술의 신빙성이 낮다며 무죄를 주장해왔다. 2심 재판부는 오는 23일 선고에서 이 사건에 대한 항소심 판단을 내릴 예정이다. 윤 전 대통령 사건 항소심에서 재판부가 살핀 여론조사 제공의 의뢰·협의 여부와 재산상 이익 판단은 해당 사건과 별도로 다뤄진다.
윤 전 대통령과 명씨는 1심 유죄 판결을 뒤집고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으며, 특검팀은 상고 방침을 밝혔다. 김 여사 사건은 상고심이 진행 중이고, 명씨가 연루된 오세훈 시장 사건은 오는 23일 2심 선고가 예정돼 있다.
· · · · · · · · · ·
관련기사
▶ [속보] '명태균 여론조사 무상수수' 윤석열 2심 무죄
▶ 오세훈, 명태균 재판 발언…세운4구역·주택공급도 직격
▶ [속보] 특검, 오세훈 2심서 징역 1년6개월 구형
· · · · · · · · · ·
스페셜타임스는 AI 기술의 도움을 받아 더 빠르고 다양한 뉴스를 독자에게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